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 논안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이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백악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라는 폭탄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테크 전쟁 발발을 경고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와 G2패권경쟁 본격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중 갈등관계가 다방면에서 격돌과 대립 양상을 지속하면서 이전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무역협상, 화웨이 규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올해 초에는 부분 합의로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고 향후 2년 간 32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총 2000억달러 규모의 구매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코로나19 책임론을 주장하고 중국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에서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중국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0일(현지시간)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제발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해주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28일(현지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방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르는 매우 슬픈 이정표에 도달했다"면서 ”중국에서 온 매우 나쁜 선물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계속 퍼지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라고 중국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방역 노력을 헐뜯고, 자신의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가 더해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홍콩엔 미국인 8만 5000명에 1300개 미 기업이 있으며 지난 10년간 미국이 홍콩에서 2970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며 홍콩을 제재하면 미국의 손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한 나라에 두 개의 체제) 약속을 믿고 홍콩에 대해 다양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 홍콩은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국제금융센터는 '中 홍콩 보안법 이후 미중대응과 영향', '미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대응조치 평가 및 전망' 등의 보고서를 통해 홍콩을 둘러싼 갈등이 당장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센터는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비자발급 제한, 기업·관료 제재, 관세 부과, 홍콩우대 철폐, 자산동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중국이 다시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센터는 중국과 홍콩이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을 대비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규제가 홍콩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홍콩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이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미국의 제재가 즉각적인 홍콩 및 중국 경제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와 맞물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중 갈등의 영향력이 배가되고 미국 대선 이후에도 G2 대립이 기술, 금융 및 패권 다툼으로 귀결되면서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가 지속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감정적 대립이 높아지면서 해결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신 냉전 체제가 도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의 4가지 갈등 전개 방향 [사진: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국제정치, 금융 및 투자, 공급망, 통상 및 기술 4개 부문에 맞춰서 첨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국제금융센터는 국제정치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홍콩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돼 국지적으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베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해군이 중국 인근 영해에서 중국 선박 등과 충돌하는 등 사고가 발생해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금융센터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기구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금융 전쟁(financial war)이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과 금융회사 등이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연기하고 또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기준을 강화해 금융 분야에서 미중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또 센터는 미국이 중국에 지고 있는 부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달러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미국 정부가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전에 중화민국(대만)이 발행한 채권의 상환과 관련된 요구를 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중국과 대만 문제에 금융 문제까지 더해져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금융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이 홍콩, 중국과 관련된 규제를 추진하고 홍콩이 금융 허브 기능이 위태로워질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센터는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이 자국기업에 탈중국을 유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인도, 대만 등으로 생산 공정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텔 등도 관련된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센터는 일본과 인도 등이 미국의 탈중국 전략에 전극 호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은 만나 6월 예정돼 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여기에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G7 정상회의가 G11 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11으로 변화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중국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센터는 이같은 미국에 대응해 중국이 일대일로 등 참여국들과 대미 공동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국가들이 미국의 연대와 중국의 연대 중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테크 부문의 미중 갈등도 우려했다. 미국이 IT,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입 통제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등 중국산 IT 제품 구매와 사용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중국은 자국 IT 제품에 대한 구매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센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경쟁 우위에 있는 디지털 산업의 국제 통상규범을 주도하면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요 IT 기술과 부품의 중국 수출을 더 통제할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에서는 자국 내 외국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디지털 장벽을 강화하는 등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센터는 지적했다.

센터는 “미중 통상, 기술 마찰과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경쟁에 우선적으로 좀 더 중점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금융 및 국제정치 부문의 대립이 동시에 전개될 경우 세계금융, 경제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