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 경제 거의 모든 분야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 이후 상황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어떻게 금융환경이 변할지 분석하고 대응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 ‘초저금리 장기화’, ‘해외영업 위축’, ‘부실여신 증가 및 수익성 악화’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은행들이 직면한 과제로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외환위기의 재발을 방지할 목적으로 1999년 설립된 국제 금융 전문 연구기관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공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은행산업 과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더믹 현상은 앞으로 경제주체들의 행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소지가 있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은행산업도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더라도 보건 우선주의 확산 및 변형 바이러스 재창궐 우려 등으로 ‘언택트 이코노미’ 현상이 가속화되고 소비(여행)와 투자, 교역 등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거시적 시장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센터는 첫 번째로 은행의 디지털화를 포스크 코로나 시대 변화로 꼽았다. 이미 은행들에서 대면거래가 축소되고 있던 상황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은행들이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센터는 고객들의 대면거래 기피 등이 동력이 돼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비중을 더욱 늘릴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공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은행산업 과제’ 보고서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분산형 신원인증(DID)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특히 센터는 블록체인 기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은행들이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분산형 신원인증(DID) 등 신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센터는 중앙은행들이 현금이용 비중 감소와 기업들의 온라인 매출 증대 등에 대비하고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수년 간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관심을 보여왔지만 이를 실제로 도입하지는 않았다. 기존 화폐 체계가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큰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변화의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비트코인익스체인지가이드는 중국 인민은행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회의를 통해 올해 주요 현안을 점검하면서 '디지털 위안화'로 상징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4월 11일(현지시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비트코이니스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마리온 라부르(Marion Laboure)는 시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이 유럽 각국의 CBDC 도입 움직임을 촉발시켰다"면서 "앞으로 3년 내 중앙은행들의 CBDC 채택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실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4월 6일 한국은행이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검토하고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를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초저금리 장기화와 해외영업 위축 예상

센터는 두 번째로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정책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면서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 유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예대업무 위축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 포인트 내렸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들어선 건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반준비제도(Fed)는 3월 15일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그리고 4월 29일 연준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로금리, 초저금리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는 세 번째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은행들의 해외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포화상태로 침체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같은 해외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센터는 기업들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확산 시 해외 공장을 다시 문 닫는 상황을 우려해 해외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줄어들면 금융거래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센터는 한국 은행들이 동남아 국가들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이들 국가들의 보건의료 서비스 품질이 낮을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신 부실 증가로 수익성 악화 전망

네 번째로 센터는 부실여신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센터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정책당국이 은행 건전성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저신용등급 기업 등에게 여신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센터는 최근 시행되고 있는 각종 코로나19 관련 대출에 은행별 자체적인 신용등급과 대출원칙 적용 등이 용이하지 않아 부실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 위기 종료 이후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일부 은행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될 우려도 잇다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요인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센터는 예측했다. 앞서 설명한 초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해외영업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부실 여신으로 인한 손해도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센터는 이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건전성 악화 등 누적되는 리스크 관리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경기민감도가 높은 은행 산업의 특성상 올해 2분기~4분기 중 수익 둔화가 예상돼 비용절감을 위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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