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유튜브에 최근 은행을 볶는 소리를 담은 ASMR을 선보였다. 출처: KB국민은행 유튜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은행, 금융지주사들의 새로운 마케팅 격전지로 유튜브가 떠오르면서 구독자 확대를 위한 파격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대신, 맛집을 탐방하고 자율 감각 쾌락 반응(ASMR)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틀을 벗어난 금융회사들의 이런 모습은 유튜브 공간에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이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유튜브 채널을 ‘재미(FUN)'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일환으로 4월부터 유튜브에 870여개 영업점 1만4000명 직원들의 경험을 활용해 맛집 소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싸고, 대박, 기가 막힌 맛집 탐방(일명 싸·대·기)라고 이름 지어진 6편의 맛집 소개 영상은 총 4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중 보쌈집 소개 영상은 11만 조회수를 올렸다.

일반적으로 금융 정보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수백 건에서 수천 건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한 성과인 셈이다. 신한은행 맛집 영상은 은행원이 직접 은행 지점 근처에 싸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어보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맛집 소개 영상 형식에 신한은행의 특징을 담은 것이다.

또 신한은행은 4월부터 5~7살 어린이와 실제 은행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친한은행’ 코너를 선보였다. 8편 영상들이 4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들에게는 댓글이 수백 건 달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유튜브에서 최근 ASMR 영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달 13일 은행 볶은 소리, 담양 죽녹원, 내소사 가는 길에 관한 ASMR을 게재했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을 뜻한다. KB국민은행은 은행 볶은 소리 영상에서 은행이 들려주는 진짜 은행 볶는 소리라며 재미를 부각시켰다.

KB금융그룹은 유튜브에서 지난해부터 KB별난청춘 코너를 만들어 대학생 데이트비용 아끼는 방법부터 대학생 알바에 관한 이야기, 대학생들의 소비생활에 관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4월부터 은행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맛집 탐방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고 있다. 출처: 신한은행 유튜브

NH농협은행도 유튜브에 ‘NH튜브 꿀팁’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4개의 영상이 게재됐다. NH튜브 꿀팁에서는 딸기 컵 케이크 만들기, 두릅 베이컨 말이 요리, 바나나 토스트 만들기, 수박 먹기 좋게 자르는 방법 등 요리 및 생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4월부터 유튜브에서 ‘위대한유산 100경 1경’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고 보여주는 영상이다. 부산은행은 ‘삶에 지친 그대를 위로한다’는 주제로 지금까지 부산 해운대, 하동십리벚곷길, 비토섬, 철마아홉산 4곳을 소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캠페인의 일환으로 5월 18일 ‘엄마의 졸업식’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발달장애인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할 수 없어 결국은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현실과 그들의 졸업 이후에 다시 발달장애인들을 집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부모와 가족들을 응원하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은 공개 이틀만에 3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소개하는 자사 상품, 서비스 홍보 영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19년 선포한 그룹 미션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알리는 영상을 영화처럼 제작했다. 가수 이승기, 배우 오정세, 김광규 등이 출연한 이 영상은 5월 14일 공개돼 20일까지 118만건의 조회수를 올렸다.

신한은행도 배우 곽도원, 이엘을 섭외해 스마트뱅킹 서비스 쏠(SOL)을 홍보하는 영상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 공개했다. 곽도원편은 579만, 이엘편은 575만 조회를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 금융지주사들이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그만큼 유튜브 구독자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홍보, 마케팅 영역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유튜브"라며 “담당자들이 사활을 걸고 유튜브 구독자 확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금융지주사들이 유튜브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사는 물론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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