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민검사청구제도를 만든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 모습  출처: 금융감독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가 금융회사로부터 권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 직접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지난 2013년 도입한 국민검사청구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도입 후 7년 동안 불과 4건이 청구됐으며, 지난해와 올해에는 단 1건의 청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국민검사청구제도가 도입된 후 2013년 2건, 2014년 1건, 2018년 1건 등 총 4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그나마 실제 검사가 진행된 것으로 1건 뿐이다. 1~2년에 1번 청구가 이뤄졌으며, 8년 간 실제 검사는 1번 진행된 것이다.

국민검사청구제도는 금융회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큰 경우 공동의 이해를 갖는 200명 이상의 국민(당사자)이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청구함으로써 스스로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다. 과거에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검사 대상과 사안을 결정했는데 국민들이 직접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원장이 도입했다. 최수현 전 원장은 2013년 3월 취임식 후 기자들을 만나 “현재(2013년 취임 당시) 검사는 감독당국의 필요성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는데 시장, 소비자들이 원하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감사원의) 감사청구제도처럼 소비자들이 금융 검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금감원은 준비 과정을 거쳐 2013년 5월 22일 국민검사청구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해 7월 비영리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을 검사해달라고 처음으로 국민검사청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013년 5월 국민검사청구제도 도입 후 심의위원회 개최 현황  출처: 금융감독원

2013년 10월 두번째로 동양증권의 동양그룹 기업어음(CP), 회사채 불완전판매 등을 검사해달라는 청구가 있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국민검사청구제도 도입 후 처음이자 유일하게 진행된 실제 검사였다.

2014년 3월에는 5개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유통 피해에 대해 세번째로 국민검사청구가 이뤄졌다. 2014년 1월 금융권을 강타한 1억건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검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이미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014년 11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한 후 국민검사청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8년 8월 암 입원보험금 부지급 보험회사의 위법 및 부당행위를 검사해달라는 네번째 국민검사청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분쟁조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리고 2019년과 2020년 4월 말까지 국민검사가 청구된 내용은 없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2018년 이후로 추가로 청구가 들어온 것은 없다"며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검사청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수용도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구를 하려는 사람이나 단체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청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제도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그러면서 관심 자체가 사라지는 악순환에 빠져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국민검사청구제도를 이런 상태로 놔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비영리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2013년 당시 금융 소비자보호 문제가 불거지면서 면피용으로 제도를 만든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후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자 했다면 금감원이 시스템을 고치고 (제도와 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개선하거나 제대로 운영하려는 금감원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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