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성행하고 있는 은행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위조 광고 내용

[디지털투데이 강진규·고정훈 기자] 은행들의 계좌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위조가 성행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40~80만원 만 내면 불과 하루 만에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위조 서류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문서 보안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은행들이 발급하는 계좌(통장)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등을 위조, 제작해 준다는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확인 결과 위조범들은 인터넷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은행 거래내역증명서와 통장 장액증명서를 위조해 줄 수 있다”며 “원본과 100% 일치한다. 고객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광고를 수시로 올리고 있었다.

위조된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등은 각종 사기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장에는 10만원이 있는데 10억원이 있는 것처럼 위조한 잔액증명서를 보여주며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자금을 빌려서 갈취할 수 있다. 또 기업 간 거래 시 회사의 거래내역이나 자금 상황을 거짓으로 포장하는데 악용될 수도 있다. 해외 비자발급 시 각국 대사관에서 잔액증명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가짜 잔액증명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실제로 접촉해 본 위조업체들은 짧은 시간 내에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위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업체 관계자는 “거래내역서는 기본 2장에 40만원이며 3장부터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잔액증명서는 50만원이다”며 “1일 이내에 제작이 가능하다. 원본과 비교했을 때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자신들이 개인정보보호에 철저하다고 자랑했다. 관계자는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증거자료만 될 뿐 좋을 것이 없다. 개인정보를 바로 폐기를 요청하시는 경우 바로 폐기하고 따로 요청이 없는 경우는 3일 간 보관 후 폐기한다. 폐기 시에는 제작에 필요해 제공한 내용 및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모두 삭제한다”고 강조했다.

B업체 관계자는 “거래내역서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기본 1장으로 봤을 때 50만원이다. 잔액증명서는 거래내역서와 달리 제작시 더욱 정교하게 하는 방식이라 1장에 80만원이 든다”며 “선입금 없이 제작하고 제작 후 오타 여부를 확인한 후 결제하면 배송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에서 절대로 이상하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다. 제작된 것을 보면 알겠지만 원본과 다를 경우에는 결제는 안해도 된다”고 했다. B업체 역시 보안을 위해 거래 완료 후 개인정보 등을 완벽히 폐기한다고 강조했다.

C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비자서류 전문업체다. 제작한 잔액증명서로 비자 발급 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제작시간은 2~3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은 50만원이다”고 설명했다.

위조업체들에 따르면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제작은 우선 주문자가 제작에 관한 정보를 업체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위조업체가 수령한 정보로 요청하는 내용에 따라 위조 서류를 제작하고 제작완료 후 주문자에게 확인본을 발송한다. 주문한 사람은 확인 후 수정 사항을 체크하고 결제를 하면 위조된 서류가 발송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광고 중에는 돈만 받아서 사라지는 사기범들도 있다고 한다. 한 위조업체 관계자는 “잔액증명서 뿐 아니라 통장 자체를 위조해주겠다는 하는 곳도 있다”며 “통장을 위조해주겠다는 하는 곳은 사기일 수 있기 때문에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왼쪽)과 IBK기업은행의 실제 잔액증명서 모습 

그런데 위조업체들의 은행 서류 제작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다. 한 위조업체 관계자는 잔액증명서 위조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통장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조업체 관계자 역시 "잔액증명서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통장이 가능하고 하나은행의 경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신한은행 잔액증명서는 제작이 가능하지만 하나은행 쪽은 어렵다“며 "신한은행 쪽으로 작업을 준비하자"고 했다.

하나은행 잔액증명서 위조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 잔액증명서에는 상단에 스티커가 붙는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스티커 부분만 감수한다면(부착하지 않는다면) 하나은행 것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가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4곳의 진짜 잔액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차이점을 확인해 봤다. 모든 은행들은 창구 직원 뿐 아니라 담당직원, 지점장 또는 부지점장 등 2~3단계의 확인 후 잔액증명서를 발행했다. 모든 증명서에는 위변조를 막기 위해 여러 직원의 도장과 사인이 들어갔다. 또 은행들은 위변조를 막기 위해 발급한 잔액증명서를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제 내용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잔액증명서 문서의 차이점은 스티커 부분이었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의 잔액증명서는 인쇄된 용지에 사인과 도장만 찍혀있었다. 

신한은행(왼쪽)과 하나은행의 실제 잔액증명서 모습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발급한 잔액증명서에는 금액에 투명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은행 창구 직원은 “스티커는 금액 위변조를 막기 위해 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잔액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혹시 금액을 바꾸는 것에 대비한 조치다.

다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스티커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신한은행 증명서의 스티커는 일반적인 투명 스티커였고 하나은행의 경우 미세하게 ‘KEB Hana Bank’라는 고유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하나은행 잔액증명서에 부탁된 스티커에 인쇄돼 있는 하나은행 고유의 문구 모습

위조범들은 금액 위조방지 스티커에 대한 부담 때문에 스티커가 붙지 않는 은행들의 잔액증명서 위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신한은행은 스티커를 붙이고 있지만 일반적인 스티커를 붙이고 있어 이마저도 가짜로 제작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경우 자체 로고가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어서 위조범들이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등 은행 서류의 문서 보안에 허점이 없는지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은행들이 발급한 증명서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런 시스템 존재를 모르거나 확인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각 은행별로 제각각인 잔액증명서 보안 조치를 금융감독원 등이 일괄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단순히 잔액증명서, 거래내역서 문서를 믿을 것이 아니라 은행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문서가 실제로 발급된 것인지, 발급된 문서상 금액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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