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 모습  출처: 금융감독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경찰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지연출금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지연출금 제도로 100만원 이상 금액 이체시 30분 간 인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금액을 줄이고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는 4월부터 10월까지 전화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지연출금제 확대 도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이를 위해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연구 사업을 진행한다고 공고를 냈다.

은행, 우체국, 농협, 수협, 축협,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은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 경찰청 등과 협력해 지연출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돈을 이체했을 때 일정 시간(30분) 동안 금융자동화기기(ATM) 등에서 현금으로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사기범이 돈을 인출하기 전 계좌를 동결해 피해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주요 금융협회 등이 논의해 2012년 6월 도입했다. 당시에는 300만원 이상 이체시 10분 간 ATM을 통한 현금인출을 지연시켰다. 2015년 5월 지연 시간이 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났으며 그해 9월 금액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 또 2015년 10월에는 신청한 고객에 한해 최대 3시간 동안 이체 자체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지연이체제도가 도입됐다.

지연인출 제도의 변화 과정  출처: 치안정책연구소

경찰에서는 지연인출 제도가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를 막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지연인출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지연시간을 기존 30분에서 1시간으로 연장하고 금액도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하향하려는 것이다.

경찰이 지연인출 제도를 확대하는 것에는 여전히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1만8549건에 피해 금액은 2040억 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1만7040건, 피해 금액 1468억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2017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보이스피싱 피해는 2만4259건, 2470억 원이었으며 2018년에는 3만4132건, 40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인 2019년에는 3만7667건, 6398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연인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은행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대상 금액이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낮아지면 상당히 많은 은행 이용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경찰청에서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경찰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연인출 제도에 대한 실제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보려는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연인출 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확대했을 때 효과가 있을 것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연구와 함께 경찰청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과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금융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일선 경찰들과 금융사기 파해자 등의 의견도 수렴한다. 경찰청은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전화금융 사기 범죄 예방을 위한 지연출금 제도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선 경찰들은 인출지연 제도 확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관은 “지연인출 제도는 금융사기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피해를 예방한 사례들도 꽤 된다”며 “피해자들이 돈을 이체한 후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알아차리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인출지연 제도 확대는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인출지연 제도 확대 방안을 시행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연인출 시간이나 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시스템의 로직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업무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이 우려하는 것은 고객들의 불편과 민원이다. 지금도 은행 창구에서 바로 돈을 찾지 못한 고객들이 항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나 금액이 조정되면 고객 민원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는다는 대의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 일반 고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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