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 이용 장애' 도입을 두고 국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게임 과몰입의 심각성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분류 체계가 있으며, 이는 통계법에 근거해 5년마다 개정한다. 다음 KCD 개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고, WHO의 ICD-11 개정안의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이므로 게임장애 질병분류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2026년 시행)으로 예상된다. 

청소년들의 의견은 어떨까. '평범한 학생'을 자처하는 두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세 현모군 "중학교 땐 피파(축구 게임)나 서든어택(FPS게임)을 많이 했었어요. 할 게 없으면 친구들이랑 PC방에 가곤 했어요. PC방 아르바이트도 한 적 있고요. 주변 친구들도 게임을 꽤 많이 하는 편이었고, 게임을 같이하면 공감대가 형성되니까 더 친하게 지내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게임을 진짜 (중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이 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는데, 고등학교 들어와선 심각할 정도로 하는 친구들은 없는 것 같네요. 저도 더이상 게임을 안 하고 있어요. 잘 못하기도 하고, 그냥 흥미가 떨어져서요" 

19세 김모군 "원래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축구 게임이에요. 요즘은 고3인지라 적게 하지만요. 주말에 독서실 갔다가 집에서 쉴 때, 1시간 정도 해요. 게임 때문에 학업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어요.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게임을 잘 안 하고, 공부를 안 하는 친구들은 아직도 게임을 많이 해요. 게임을 해서 공부를 못 하는 건 아닌 거 같고요. 하하" 

청소년의 과도한 게임 이용과 이에 따른 부작용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인터넷게임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일명 ‘셧 다운제도’)가 2011년 도입되기도 했다. 심야시간대 (오전 0시~오전 6시) 동안 인터넷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2014년에는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마약중독과 함께 인터넷게임중독을 포함시켜 국가적으로 관리하자는 ‘4대 중독법’ 도입 논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두 학생은 이와 같이 강제적인 규제에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모군 "셧다운제가 이미 있긴 하지만 부모님 명의로 된 아이디로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한 상태예요"

김모군 "맞아요. 개인적으로는 게임이 나쁜 영향은 있지만 강제로 막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게임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자기의 취미 생활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정의준 교수는 학업스트레스가 게임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정의준 교수는 학업스트레스가 게임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물론 두 학생이 모든 청소년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DSM-5’를 통해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정신장애로 분류한 바도 있다. 이에 2016년 발표된 '미국정신의학회 Internet Gaming Disorder 진단기준에 따른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중독률과 주요 증상에 관한 연구'(저자 유홍식, 황재)에선 고등학생의 인터넷게임중독률은 9.1%로, 게임이용 경험을 가진 고등학생 중 10명 중 1명 정도가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인터넷게임중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고등학생이 주중에 하루 평균 2시간 미만의 이용량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고등학생의 주중 게임이용량은 예상보다 적은 하루 평균 2시간 미만(일반이용집단=1.44시간, 게임중독위험집단=1.81시간)이 었고, 인터넷게임중독과 .11의 매우 낮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주말 게임 이용량은 하루 평균 2.57시간(일반이용집단=2.37시간, 중독위험이용집단=4.59 시간)으로 증가하였고, 인터넷게임중독과 .36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TV시청에서 2시간의 의미는 2개 프로그램을 보는 정도로 크게 문제되지 않듯이, 2시간 인터넷게임이용도 그렇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저자는 정확한 인터넷게임중독의 진단을 위해선 보다 과학적 증거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본 진단기준에 따르면 정상적인 게임이용자를 중독자로 분류하는 오류, 인터넷게임중독률 예측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정의준 건국대 교수는 한국의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는 2014년부터 2018년 당시 게임을 이용 중인 청소년 1,800명과 200명을 대상으로한 MRI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교급 및 성별 균등 할당표집(초중고 각 660여명)했으며, 서울경기 지역 거주자 대상으로 했다. 부모 설문을 포함한 가구방문을 통한 구조화된 설문 면접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과몰입군의 50~60%는 1년후 특별한 조치 없이도 일반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과몰입군을 유지한 청소년은 11명(1.4%)에 불과했다. 결국 청소년기 게임과몰입은 병리적인 중독이 아니라, 일정 시기를 거쳐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다.

정의준 교수는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그것을 이겨낼 방안을 찾게 되고, 중독적 행위에 취약하게 돼 게임과몰입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동안 국내서는 인터넷 및 게임 이용 부작용에 '중독' 대신 '과의존', 혹은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인터넷중독은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금단과 내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 장애가 유발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애초에 술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을 병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용어가 불필요한 오해를 빚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6년부터 ‘과의존'의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순화된 단어를 사용한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독이라는 용어가 질병을 치료한다는 가정을 전제한 용어다. 반면  과의존은 문제 상태를 치유하고서 이를 넘어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인간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가정을 포함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전환된 시각이 내포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논란들은 아직 게임산업이 성숙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법제화로 인한 (장애) 낙인 찍기보다는 보다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선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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