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마트가 일본 맥주 할인행사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제(日製) 불매운동의 여파로 재고 소진이 느려짐에 따라 해당 주류의 구매를 유도한 것인데, 시국을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이란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양재점은 최근까지 아사히 블랙 350㎖들이 6캔을 5000원에 파는 단독 행사를 열었다. 통상 6캔을 묶어 9900원에 판매해온 점을 감안하면 반값에 내놓은 셈이다. 일제 불매 움직임이 퍼져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여있는 주류들을 처분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행사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이마트는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외 정세상 반일 정서가 팽배한 와중에 '단독'까지 내걸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일본 맥주를 사도록 부추기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행보란 비판이다.

이마트 양재점이 최근 아사히 6캔을 묶어 싸게 판매하는 판촉 행사를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마트 양재점이 최근 아사히 6캔을 묶어 싸게 판매하는 판촉 행사를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중소마트들의 모임인 한국마트협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골목상권의 중소마트 자영업자들은 재고 손실을 감수하고 일본산 맥주와 담배 등 식자재를 전량 매대에서 뺐다"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지는 못할지언정 주류 할인행사까지 해가며 이득을 취해야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이마트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해당 상품을 후방으로 철수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일본 경제 보복이 격화하기 전인 6월 초부터 진행하던 행사였다"며 "논란을 인지한 직후 행사 종료는 물론 해당 상품들을 전부 재고창고로 빼두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일제 할인 행사를 두고 소비자들이 비난을 쏟아낸 게 적절한 대처였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매장 이용 시 소비자들은 회사의 윤리·사회적 측면도 고려하기 때문에 당분간 일제 판촉을 지양해야 한단 시선이 있는가 하면, 대형마트의 판매할 자유와 일부 소비자의 구매할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단 반론이 교차한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지털투데이에 "시비를 가릴 문제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반일정서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지 못했단 점에서 이마트에 과실이 상당부분 있는 듯하다"며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매출과 직결되므로 이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마트 매대에서 제품를 내리거나 할인해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치 이슈가 경제계에 과하게 개입했기 때문"이라면서 "마트에서 일본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 소비자들이 아예 선택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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