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판 달고 이름 바꾸고…불매운동 확산에 '일본색' 지우는 기업들
새 간판 달고 이름 바꾸고…불매운동 확산에 '일본색' 지우는 기업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7.22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출 급감에 유니클로, 재사과…할인 기간도 연장
'도시바 메모리→키옥시아' 144년 만에 사명 교체
세븐일레븐, 내외부 디자인 변경…"미국색 입힌다"

재계가 '일본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에 따라 국내에 일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 적을 둔 기업이거나 관계사란 이유만으로 매출에 어떤 방식으로 불똥이 튈지 몰라서다. 이에 유니클로는 한국 법인과 일본 본사가 번갈아 가며 사과문을 냈고 집객을 위해 할인 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도시바 메모리는 한일간 경제적 불확실성을 벗어나고자 사명을 바꿨고 세븐일레븐은 BI(브랜드 정체성)와 내외부 디자인을 교체했다.

22일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FRL)코리아와 일본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자사 임원의 '한국 소비자 비하'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17일 발송한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 받은 데 따른 두번째 사과다. 최근 오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재무책임자는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내 불매운동이 오랜 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니클로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유니클로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양사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당사 임원이 의도했던 바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 받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바란다'고 말해야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표현해 본래 의도가 곡해됐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한국의 많은 소비자가 불쾌한 감정을 느낀 데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니클로의 거듭된 사과는 국내 불매 움직임이 실제 매장의 매출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장별로 상이하지만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달 초부터 유니클로 각 점포의 매출이 전년 동기비 두자릿수 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 기간도 늘렸다. 회사는 종전 18일까지로 예정됐던 '썸머 파이널 세일'을 오는 25일까지로 일주일 더 연장했다. 불매 움직임으로 방문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매장의 문지방을 넘도록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업체 '도시바 메모리'는 144년 만에 사명을 '키옥시아'로 바꿨다. 도시바 메모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계 세계 2위로 지난해 6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넘겨지며 분사됐다. 이 컨소시엄에는 애플과 델 테크놀로지 이외에 SK하이닉스 등도 참여해 있다. 스테이시 스미스 도시바메모리 회장은 "외부의 변화된 환경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고자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투자할 것"이라며 모회사의 전통적 사명을 버리고 새 사명을 택한 데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달 정전으로 인해 도시바 메모리의 생산설비 일부가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일어났다. 또 한일 불매운동이 양국간 수출제재를 심화시킬 경우 연내 목표로 했던 기업공개도 불투명해진다. 이 때문에 도시바 메모리가 한일 갈등 고조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을 대비해 새 산업으로의 진출을 도모한 것이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세븐일레븐은 BI를 바꾸고 내달부터 신규점포와 리뉴얼점포에 새 외관 디자인을 입힌다. 새 간판에는 회사를 상징하는 주황·초록·빨강의 3선 색이 그려지고 정 가운데에 '7-ELEVEN'이란 글씨가 박혔다. 기존 스퀘어형 로고를 없애고 워드마크만 적용해 세련되고 젊은 느낌을 더했다. 또 당초 흰색이었던 간판 배경색은 짙은 회색으로 바뀌었다. 출입문 주변과 구내 가구도 나무 소재로 변경됐다.

지난 1989년 올림픽점을 연 뒤로 세븐일레븐이 새로운 외부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 의지와 비난을 피하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외관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 내 일본계 유통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본격화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서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통상 BI변경을 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10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7월 들어 갑자기 외관 쇄신을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최근 일본과 관련 있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지고 있어 이를 타개하고자 변경 시점을 지금으로 정한 듯하다"고 밝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해마다 미국법인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다. 브랜드의 모태가 지난 1927년 미국에서 시작돼서다. 다만 지분구조의 상위에는 일본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위치해 한국이 지불한 로열티도 일본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전 세계 18개국 가운데 한국에서는 롯데가 독자적으로 계약해 운영 중이다"면서 "일본기업이 대주주가 된 것도 롯데가 세븐일레븐 미국법인과 계약을 맺은 뒤에 경영난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우리측 의지와는 무관하다"며 말했다.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 디지털투데이를 만나보세요. 디지털투데이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 MY 뉴스 설정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