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쇼핑한 뒤 결제하러 계산대에 가니 한 곳만 열려있고 많이 밀리더라고요. 바로 옆 셀프계산대엔 직원이 4명이나 있으면서 그쪽으로 오라고 과도하게 소리를 지르더군요. 어디서 결제할지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 아닌가요?"(3월 25일자 이마트 고객의 소리·소비자 A씨) 

"내가 왜 셀프계산 시스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잘 안 되면 눈치까지 보면서 이용해야 하는 건가요. 회사가 아끼려는 인건비를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어요."(4월 21일자 이마트 고객의 소리·소비자 B씨) 

"기존보다 적게 개방되는 일반계산대의 직원들은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의 원성과 불만까지 응대하며 감정노동에 사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

일부 소비자와 노동자가 이마트의 무인셀프계산대(이하 셀프계산대) 확대 도입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소비자들에겐 장시간 대기와 혼잡한 구매 환경을 강제하고 노동자에겐 업무강도 강화와 고용불안의 위험을 안겨서다. 반면 회사는 이에 대한 맞불로 '인력감축 사실무근'과 '점포 경영 효율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마트의 셀프계산대 지속 확장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최근에는 학계 내 찬반 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무인계산대를 늘리면 계산원들의 타업무·타점포 발령이 불가피해 바람직하지 못한 인력감축이 일어난다"는 입장과 "대신 무인시스템 연구개발 인력 고용이 늘어 전체적으로 일자리 수가 감소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 맞선다.

일반계산대에서 계산원 업무 중인 이마트 직원. (사진=신민경 기자)
일반계산대에서 계산원 업무 중인 이마트 직원. (사진=신민경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국내 총 점포 142곳 가운데 60곳에 셀프계산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는 이마트보다 1년 먼저 셀프계산대를 들여 놓은 롯데마트보다도 눈에 띄게 빠른 도입 속도다. 현재 롯데마트는 125개 점포 가운데 46곳 416대를 운영 중이다. 

앞선 8일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가 마구잡이식으로 셀프계산대를 늘리고 있다며 이마트에 이같은 확장 행보를 중단하란 입장을 표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신세계 이마트의 계산대 편법 운영과 인력감축 야기 문제를 밝히고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에서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이마트는 셀프계산대를 도입한 지점에 한해 일반계산대 운영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면서 "투입 가능한 계산원들이 있었으나 개방하지 않고 소비자 대기를 늘려 반강제적으로 셀프계산대를 이용토록 했다"고 했다.

'무인'과 '셀프'란 말이 무색하게 계산원들이 셀프계산대에 자주 투입된단 주장도 나왔다. 홍현애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성수지회장은 "지점 관리자들이 계산원들에 일명 '삐끼(호객행위)'를 강요하며 소비자들의 셀프계산대 이용률을 높이도록 압박한다"면서 "시민들이 상품을 담은 카트를 보여 주면 우리가 대신 계산해주는데 말만 무인이지 일반 계산대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주류 등 연령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반드시 직원이 신분증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셀프계산대라고 하더라도 늘 직원이 옆에 상주해야 한다는 게 홍 지회장의 얘기다. 

한편 이마트 측은 점포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자신 있게 추진한 셀프계산대가 되레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받아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셀프계산대 옆에 직원들을 둔 목적은 호객행위 강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계산과정을 알려주기 위함이다"면서 "셀프계산대 도입 이후 감축한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으며, 만일 계산대 배치 이후 인력 재구성이 필요한 경우엔 같은 점포 내 다른 업무로 직원을 재배치해준다"고 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8일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가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측 입장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실제로 인력을 감축한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도 통근이 어려운 먼 점포나 개인 의지에 반하는 타업무로 발령 내는 조치도 자발적 퇴사 종용의 연장선에 있단 설명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새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직무 배치 전환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노동자들의 직무 숙련도 등을 고려해 각자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직무로 배치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산대 인력을 내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인사관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계산 업무는 본래부터 소비자의 임무에 포함돼지 않았단 사실에 의거할 때 셀프계산대는 물건을 소량 구입해 빠른 결제를 원하는 사람만 이용하게 하면 된단 얘기도 나왔다. 오 소장은 "일반계산대 수를 자꾸 줄여서 대량 구매한 사람들도 셀프계산대로 가게 되는데, 도와주는 직원도 힘들고 소비자도 들이지 않아도 될 품을 들여야 한다"면서 "기업과 소비자, 직원 모두에게 효율적인 상황이 되도록 셀프계산대는 특정 상황에만 국한해서 사용하도록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부원장(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유통업계의 갖은 측면이 자동화, 인공화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속도보단 과정에 집중해 상호 배려로써 소프트엔진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마트의 셀프계산대 확장 행보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통 혁신에 따라 계산원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것을 불가피하나 동시에 무인체계를 고도화하는 인력의 고용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셀프계산대 시스템의 연구개발 인력, 설계·보급인력 등 무인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인력 등은 더 많이 요구될 것"이라면서 "일자리의 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의 급증 때문에 생긴 혼란인 만큼 정책적 변동 없이 기업에 상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단 지적도 나온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건비가 30% 가까이 올랐는데 기업이 수익구조 개선 차원에서 셀프계산대를 확산하는 것도 이해된다"면서 "임금 조정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는 여력을 주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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