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9] 카피라이터의 성공적인 게임 회사 이직기
[NDC19] 카피라이터의 성공적인 게임 회사 이직기
  • 유다정 기자
  • 승인 2019.04.24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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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00' 이 광고 문구는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문을 열었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칸광고제 국내 최다 캠페인 수상을 기록한 카피라이터 이성하 씨. 그가 게임회사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 또한 의문을 가졌던 이직, 그 성공담을 들어본다.

이성하 펍지주식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4일 판교 일대에서 진행 중인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강연했다.

이성하 디렉터는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국내 유력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서 8년여 동안 카피라이터로 Show, Olleh, 삼성전자, 맥심 등의 광고를 도맡았다. 카피라이터라면 꿈에 그리는 칸 광고제에서 수상한 이력도 상당하다.

이성하 디렉터의 다음 직장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였다. 게임 회사로 간 계기는 단순했다. 아는 형이 라이엇게임즈로 이직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이 디렉터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는 물론 회사 철학에 반해있을 때였다. 광고계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잘나가는 카피라이터는 그렇게 게임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했다.

이성하 펍지주식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4일 판교 일대에서 진행 중인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게임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성하 펍지주식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4일 판교 일대에서 진행 중인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게임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게임회사에 카피라이터가 필요해?"

주위 사람은 물론, 본인 조차도 의문을 가졌던 지점이다. 그리고 그 물음을 이성하 디렉터는 성과로 답했다.

라이엇게임즈에서 이성하 씨는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터'라는 직함으로 일했다. 게임 광고를 만드는 데 있어 게임사라는 클라이언트와 광고 회사인 에이전트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좋은 게임 광고가 나오기 위해선 게임 자체가 훌륭해야 한다. 하지만 광고에서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다면, 게임은 보다 빨리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성하 디렉터가 콘텐츠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심'이다. 어떤 기업이든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모 콜라 회사는 '행복', IT 기업에선 '혁신'을 기치로 내걸곤 한다. 가지지 못한 것을 내세우는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웠던 두산, '진심이 짓는다'라고 광고한 대림이 그 사례다. 울림을 주는 카피였지만, 각각 20~30대 명예퇴직과 부실시공 문제로 조롱거리가 되버린 것이다.

이성하 디렉터가 라이엇게임즈에 있었던 2016년은 게임 서비스의 미진으로 게이머들의 여론이 좋지 않던 시기다. 라이엇게임즈는 각종 솔루션을 준비 중이었다. 이성하 디렉터는 그 솔루션을 모아 하나의 캠페인으로 만들었다. 일명 '일해라 라이엇' 캠페인이다. '일해라 라이엇'은 게이머들이 라이엇게임즈를 비판할 때 썼던 '밈'이다. 

이 디렉터는 "내부에서 라이엇게임즈가 플레이어들을 위하는 마음과, 바뀌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진심이 플레이어들에게도 느껴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캠페인 이후 '라이엇 일한다'라는 코멘트가 베플이 되었을 때, 통했다고 생각해 감동받았다"며 "정말 뛰어난 카피가 아니었을지언정, 진심과 맞닿아 있었다는 점이 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하 디렉터는 라이엇 게임즈 재직 당시, 회사를 비판하던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문구를 캠페인에 차용해 주목받았다.
이성하 디렉터는 라이엇 게임즈 재직 당시, 회사를 비판하던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문구를 캠페인에 차용해 주목받았다.

또, 시기 적절하게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디렉터는 잘못된 예로 포트나이트 광고를 들었다. 포트나이트는 국내서도 인지도가 높은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프랫을 등장시킨 광고로 눈길을 끌었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이 디렉터는 "포트나이트는 국내서 광고비를 100억 가까이 썼지만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다. 이는 게임의 대세감을 잃은 상태서 광고만 푸쉬하면 되면 된다는 착각에서 나온 (실패)"라며,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였지만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하 디렉터가 펍지주식회사로 자리를 옮겨 만든 광고는 달랐다. 그는 같이 일하는 파트너에게 다음을 요구했다. ▲연예인을 모델로 쓰지 마라 ▲15~30초라는 틀에 구속되지 마라 ▲본인이 쓰고 싶은 내래이션 충분히 써라 ▲광고 마지막에 '다운로드 받으세요'라고 쓰지 마라

2018년 말 나온 배틀그라운드의 네번째 신규 맵 비켄디 광고는 1분 정도로, 아무런 멘트 없이 게임의 긴 서사를 담았다. '영화 트레일러 같은 퀄리티'라는 찬사를 받으며, TV 마케팅 없이 800만뷰를 넘겼다는 것이 이 디렉터의 자평이다.

이성하 디렉터는 "기존 유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신규 유저도 만족시킬 수 없다"며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도 게임이 유명한 상태에서 30초 광고에 50억을 투입했다. 이미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도 한 번 더 부스트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광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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