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포스코그룹의 무역상사 부문 계열사 '포스코대우'가 사명에서 대우를 뗐다. 이로써 기업명으로 대우 브랜드를 쓰는 대기업은 대우전자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등만 남았다. 지난 1999년 당시 재계 2순위로 부상했던 대우그룹이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대우맨'들은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인터) 인수로써 최적의 동반상승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대우보다 포스코의 범위와 영향력을 넓히기로 한 포스코대우 측 결정은 회사 경영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최근 사명변경추진 TF(임시조직)를 발족했다. 포스코대우가 달게 될 새 간판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그룹 내 종합상사로서 각종 물자의 수출입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8월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인터의 지분 68.15%를 3조3725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 3월엔 대우의 해외시장 내 영향력을 고려해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오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 변경이 확정되면, 포스코에선 '대우'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다. 양사 합병 이후 9년만이다. 이러한 사명 변경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100일째 되는 날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제의 원만한 해결과 '원 포스코' 브랜드 확립을 위해선 계열사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의 배경을 두고 "포스코대우가 9년 동안 대우인터를 포스코에 통합시키기 위한 작업을 이행해 왔다"면서 "올해 통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포스코에 보다 중점을 둔 사명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국내서 '대우' 브랜드 쓰는 대기업은 4곳뿐...해외선 1곳만

대우그룹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이후 건설,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여타 기업에 인수·합병됐다. 그러다 최근들어 꾸준히 업계에서 대우란 이름이 지워지고 있다. GM(지엠)은 지난 2001년 9월 대우자동차를 약 5200억원에 인수해 지엠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했다. 이후 2011년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꾼 후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두산그룹도 지난 2005년 초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이후 그해 4월 말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바로 '두산인프라코어'로 바꿨다.

지난 2015년 포스코대우의 파푸아뉴기니 25MW급 내연발전소 엔진 사진 (기사내용과 무관) ⓒ포스코대우

물론 대우라는 '이름표'를 계속 붙이고 있는 회사도 있다. 대우전자와 대우전자는 지난 30여년간 간판을 3번이나 바꿔 달았다. 1999년 터진 대우사태로 그룹 전 계열사가 몰락하는 가운데, 대우전자(대우모터공업)는 그해 8월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3년 4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동부대우전자는 대유그룹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사명이 회복됐다. 대우전자가 법인명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은,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기 직전인 2006년 이후 12년만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6년 말 대우증권을 인수했다.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국 증권시장에서 대우라는 브랜드는 역사를 관통한다"고 밝히며 합병 증권사명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정했다. 대우가 갖고 있는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국내에서 해외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포스코대우마저 사명에서 대우를 지우면서 국내에서 대우 브랜드를 쓰는 기업들은 4곳으로 줄었다. 현재 대우를 사명에 활용하는 기업들은 대우건설과 미래에셋대우, 대우조선해양, 대우전자다. 포스코대우는 대우 브랜드 사업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대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업체에 별도의 브랜드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우의 인지도와 영향범위가 점차 축소하고 있는 지금, 이들 기업이 사명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비롯, 이후에도 수차례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인수하지 말았어야 할 회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은행장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진행해 추후 시일 내로 양사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우의 타기업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새 사명에서 대우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에선 '대우 지우기'가 국내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에선 포스코대우 외 다른 기업들이 대우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 대우 브랜드의 해외 사용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 중인 포스코대우가 이를 금지했으며, 사용을 원할 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대우를 포함한 사명 브랜드가 국내용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해외에서 대우의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은 단 3곳, 대우전자와 대우어플라이언스, 대우전자부품뿐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대우전자 1곳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말 이후로 전 해외법인에서 'DAEWOO'라는 영문 이름을 누락시켰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대우라는 브랜드를 뺀 경위에 관해 "해외에서 상표권을 사용하는 데 대한 수수료가 부담스러웠다"면서 "굳이 영문 이름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 해외법인명에서 이름을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말과 2017년 초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해외 사용 브랜드에서 대우 명칭을 뺐다"며 "현재로선 공시에 나온 대우전자와 대우어플라이언스, 대우전자부품만이 로열티를 내고 브랜드를 사명으로 차용해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대우를 달고 운영되는 3사 체제가 굳건하게 유지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부품이 올해 대우 이름을 떼어내고 새 사명으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우 브랜드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차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서다. 대우전자부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사명을 바꿀지 확실히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우전자 관계자도 "대우전자의 대우 브랜드 사용 계약기간이 오는 2020년 6월까지다"면서 "일단 그 때가 임박하면, 계약을 연장할지 혹은 다른 사명을 쓸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대우, 대우인터 인수로 '글로벌 종합상사' 꿰찼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부진'

포스코가 대우인터의 지분을 인수해 영업 동반상승효과를 보고자 했지만, 매수 관점에서 볼 때 양사의 인수합병은 적절치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포스코가 대우의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스코대우의 주식은 인수·합병 이전보다도 낮은 금액대인 1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대우인터가 포스코에 인수된 지난 2010년 8월 이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인터는 평균 2~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반면 이로부터 약 9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대우의 주가는 1만9600원(28일 오후 5시 30분 기준)이다. 주가 변화로 미뤄 볼 때, 포스코대우의 인수 작업이 대우인터의 기업가치를 올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10년간 포스코대우 주가 변화 그래프 ⓒ네이버 증권정보
10년간 포스코대우 주가 변화 그래프 ⓒ네이버 증권정보

하지만 포스코대우 측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브랜드관리 내규를 정비했다. 또 재무회계, 홍보, 리스크관리 등 관련조직으로 구성한 브랜드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브랜드 관리와 강화에 힘썼다. 

하지만 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포스코대우의 해외 상표권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 수익도 1년새 절반 이상 줄었다. 포스코대우는 국내외 159개국에 대우상표권을 등록해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포스코대우가 국내외 상표권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로 거둔 수익은 약 90억원(동부대우전자 71억원, 대우어플라이언스 2억원, 대우전자부품 2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브랜드 로열티 수익은 전년의 절반 수준인 약 40억원(동부대우전자 28억원 대우어플라이언스 2억원, 대우전자부품 2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대우는 국내 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전역 등에서 로열티를 받아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높은 로열티를 받는 것과 달리, 포스코대우 측에서는 대우 브랜드 가치의 제고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로열티를 준다고 하면 무조건 팔고 보는, 즉 대우 브랜드의 성장은 생각지도 않고 수익만 바라보는 상태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옛 대우그룹 출신 한 교수도 "포스코대우의 대우 브랜드 사업 진행 성과가 미진하다"며 "이번에 사명에서도 빠진다면 대우에 대한 포스코의 관심은 보다 하락할 것이고, 로열티를 통한 수익성 용도로만 여겨질 것이다"고 꼬집었다.

송기풍 회원 전 대우건설 이사는 "인수 당시, 포스코는 건설회사로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무역부문을 취했는데, 이때부터 포스코는 김우중 회장의 해외 전 개발권과 각종 인적 네트워크를 탐내고 있었다"며 "현재도 포스코엔 대우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능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가 실체 없이 브랜드만 떠도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대우에 좀 더 힘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대우 측은 "자사 사명에선 대우를 빼지만, 대우 브랜드 사업을 중단하거나 이관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로열티 감소가 인수 후 통합경영능력 측정하는 지표 되지 않아"

포스코대우가 대우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하지 않은 것도 사명 변경과 비슷한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포스코대우가 '대우'에서 힘을 빼고 '포스코'에 중점을 둬 본격 경영에 나선다는 것. 자본주의 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인수작업과 사명 변경, 브랜드 로열티 정책 등을 두고 외부인이 간섭할 자격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국장은 "포스코가 자사 브랜드인 대우를 약화시키고 포스코에 통합시킨다는 게 운명이라면 따라야 할 부분이다"며 "전직 대우맨으로서 서운하고 속상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는 회사 차원의 브랜드 강화 전략을 강구했을 텐데, 방향성이 대우에 집중되지 않았다고 해서 외부인에게 지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로열티 수익이 2년 새 절반 이상 감소한 지표가 회사의 가치 제고 노력을 부정하는 확증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다른 사명을 택할 경우도 있고,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해외 사업을 축소할 수도 있다"면서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로열티 수익이 줄었다고 해서 기업의 인수 성적을 부진하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규남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도 "포스코대우 입장에선 망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잡힌 '대우'가 포스코의 사업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종 판단을 한 듯하다"면서 "대우전자 측에선 투자를 기업가치를 제고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겠지만, 포스코 경영인 입장에서 볼 때 대우엔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 게 안정적일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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