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갑질을 한 대우조선해양에 결국 칼을 꺼내들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낮게 책정해 하도급업체에 피해를 줬다고 보고 있다. 26일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대우조선에 과징금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추가로 과징금 108억원까지 부과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몇년 째 대형선박 수주를 따내지 못해 경영난을 겪었다. 2013년 9204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2016년 2조991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수익개선을 위해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단가를 후려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 추가공사 때 사전 계약서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사 단가를 낮췄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독 해당 공사만 선작업 이후 계약하는 방식을 하도급 업체에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사전에 계약서를 체결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견적의뢰서와 계약서를 공사 이후 형식적으로 만들었다. 공정위는 계약날자와 기간이 허위로 기재한 사례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하도급업체에게 해양플랜트와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계약은 총 1817건이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표이사(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표이사(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와 합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에 따라 기성시수(작업 물량을 시간으로 변환)를 적게 배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 시수계약을 위해서는 작업종류별로 물량을 시수로 전환하는 기본 산식인 표준원단위(품셈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대우조선해양은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하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알 수 없다. 결국 하도급대금은 대우조선해양이 원하는대로 정상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특히 한 업체의 경우 해양플랜트 수정, 추가공사를 위해 실제 투입시간 중에서 기성시수로 인정된 비율은 20% 수준인 걸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공정이 수월한 본공사가 작업시간의 70%이상이 인정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을 알수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부당특약도 계약조건에 넣었다. 2015년부터 총 계약금액 3% 이내에서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하기도 했다. 하도급법은 이런 방식으로 하도급업체에 이익을 침해 또는 지한하는 특약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와 심의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하도급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거래관계인 만큼 합의를 통해 계약이 성사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 입장은 다르다. 공정위는 납품업체가 대우조선해양에 대부분 물량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당한 방식의 거래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사전에 거래한 계약서가 없어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가 더욱 쉬웠을 것으로 판단한다. 

공정위는 증거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조사에서 삭제된 문서를 복원하는 디지털 포렌식 조사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단가를 낮췄다"며 "이는 하도급업체가 을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악용한 명백한 갑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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