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들어 꾸준히 '대우'란 이름이 재계에서 지워지고 있다. GM(지엠)과 두산에 이어 올해부터는 포스코그룹의 무역상사 부문 계열사 '포스코대우'도 사명에서 대우를 떼기로 했다. 이로써 기업명으로 대우 브랜드를 쓰는 대기업은 대우전자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등만 남았다. 지난 1999년 당시 재계 2순위로 부상했던 대우그룹의 '대우' 브랜드가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관련 기사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702>

이를 두고 학계에선 말들이 많다. 한국경제의 대기업 쏠림 현상과 규모 중심 경영의 한계를 지적하는 가 하면, 변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한국경제의 대기업 쏠림 현상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9월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상위 10대 대기업의 매출액은 6778억달러(약 757조1026억원)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44.3%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보다 2.8%p 오른 것으로 미국(11.8%)이나 일본(24.6%)보다도 높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의 GDP 대비 매출 규모는 20%를 넘었다.

이처럼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는 한국에서 대기업이 장수경영을 꾀하려면 변혁에 민감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사명에서 대우를 뺀 것은 해당 브랜드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면서 "국내에서 대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우의 몰락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국내 대기업이 경영의 투명성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일전에 잘 나갔던 대우가 망했다는 건, 지금 번영하는 삼성과 엘지도 충분히 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며 "장수기업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투명한 경영이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춰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이뤄야한다"면서 "정부도 기업에 관해 규제 일변도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원재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우그룹이 파산한 이유를 '규모 중심 경영의 한계'에서 찾았다. 원 교수는 "모든 기업은 급성장 후 맞은 성숙기 이후에 두 가지 갈림길에 선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해 지속적 혁신을 일구거나, 사회변혁에 부적응해 쇠퇴하는 것이다. 대우는 후자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는 IMF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7년을 전후로 나뉜다. 1997년 이전에는 규모와 매출액 중심의 경영이 중시됐고 1997년 이후에는 가치 중심의 경영(VBM)이 핵심이 됐다. 규모 중심의 경영이 갖는 맹점은 경기 호황 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부채 등의 수단이 있어서다. 반면 경기 불황 땐 유동성 위기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파산이 초래된다. 대우그룹은 이처럼 문어발식 경영을 통한 외형 확장에만 힘 썼기 때문에, 외환 위기 때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덩치를 키우면 망하지 않는다"는 통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것.

가치 중심의 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작업으로 '2·3세의 경영능력 검증'과 '지배구조 정상화' 등이 언급된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와 독일은 동일하게 기업 족벌경영이 중심화 돼 있지만 2·3세의 검증 정도는 양국이 상이하다. 독일은 오너가 될 자녀를 철저히 검증한다. 한국 대기업들은 이를 본받아 검증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2·3세들의 족벌경영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는 자사에 대해 5%도 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이사회에선 100%에 가까운 권한을 가진다. 대주주와 전혀 관계를 맺지 않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선출돼야 의도대로 지배구조 내 견제와 균형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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