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바디프랜드가 최근 선보인 어린이·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가 빈축을 사고 있다. 의료기기로 등록되지 않은 데다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도 아니어서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바디프랜드는 오는 19일 서울 강남 대치동에 하이키 전용관을 개장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선 검증을 마치기 전에 신제품을 출시한 바디프렌드의 마케팅 전략을 두고 찬반이 팽팽하다. 

지난 7일 바디프랜드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하이키를 공개했다. 하이키는 어린이·청소년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마사지를 통해 키 성장을 돕는다는 게 바디프랜드 측 설명이다. 바디프랜드는 하체쑥쑥과 상체쑥쑥, 전신쑥쑥 등으로 구성된 쑥쑥프로그램을 하이키의 주요 기능으로 내세웠다.

하체쑥쑥은 대퇴골 원위부(무릎 상부)와 발을 안마의자 다리부에 설치된 에어백으로 고정한 뒤 위·아래로 잡아당기는 동작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로써 무릎 주위 성장판과 그 주변부에 자극을 가한다. 또 상체쑥쑥은 양측 어깨와 골반을 고정한 채 안마볼이 골격을 따라 척추 성장판 주위를 누르고 문지르며 자극을 가하도록 설정됐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아이들은 안마를 받는 동안 다리 안마부에 적용된 발열기능을 통해 성장판 주위를 따뜻하게 하는 온열효과도 느낄 수 있다. 

임상시험 결과지 받아보지 않고 제품 출시 감행 

하지만 발표회 이후 마련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제품을 내놨다는 게 알려져서다. 하이키의 실질적 효능이 입증됐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효과를 설명할 자료는 없다"며 "결과로 입증키 위해 노력 중이며 정확한 통계는 내년에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특정기간 동안 해당 제품을 쓴 아이가 얼마나 키가 컸는지' 등과 관련한 수치가 수중에 없다는 것이다.

ⓒ신민경 기자
ⓒ신민경 기자

제품의 임상시험 결과지를 받아보지 않고 출시를 감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장내는 술렁였다. 이에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성장판 주변부의 건강한 마사지가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기존 논문들에서 입증의 근거를 찾았다"며 "임상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현재 바디프렌드는 물리적 안마가 실제로 키의 성장에 효험이 있는지 측정키 위해 두 대학병원에 임상시험을 의뢰한 상태다. 병원당 참가자 70~80명씩, 총 160여명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한 곳은 검증까지 6개월, 다른 한 곳은 1년이 걸린다.

의료기기 미등록 상태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바디프렌드가 의료상의 적확한 검증 없이 섣불리 신제품을 출시했다는 비판이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마의자는 구분에 따라 의료기기 등록 여부가 갈린다. 단순히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된 안마의자, 발 마사지기 등 가정용 전기 안마기기는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또한 경미한 근육통의 완화 등을 목적으로 인체에 압박과 자극 등을 가하는 기구인 의료용 진동기는 의료기기법 상 의료기기로 관리된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안마기기 가운데 일부는 의료기기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키 등 신체의 발육을 촉진할 목적으로 인체에 인위적인 자극을 주는 하이키는 의료기기로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 나오면 의료기기 등록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이키는 오는 19일부터 대치동에 전용관을 개장한다. 제품 판매는 지난 7일부터 개시했다. 곧 개관할 하이키전용관 대치점에서는 해당 안마의자에 대한 구매 관련 상담과 판매가 이뤄진다. 바디프랜드는 발표회에서 하이키 제품을 홍보하며 "키도 경쟁력"이며 "하이키가 아이의 키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식에 관한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대치점에 첫 전용관을 개장하는 것이 우려되는 이유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광고 문구는 아직 결정한 바 없지만 '하이키'와 '키 성장'을 직결하기엔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며 "허가를 받은 후 적절한 광고문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19일 하이키 전용관 개장…"임상시험서 긍정적 결과 나오면 의료기기 등록" 

의료계에선 바디프랜드의 이른 신제품 출시에 반응이 첨예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먼저 바디프랜드가 내세운 쑥쑥프로그램 기능이 키 성장과 유관하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장은 "일정한 강도의 운동을 지속하면 키가 큰다는 말이 있듯이 지속적으로 성장판 주변부를 안마하면 키의 성장을 보조할 수 있다"며 "다수의 신빙성 있는 논문들을 참조해 제품 출시의 근거를 찾았다면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동반하지 않는 한 제품 출시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만영 안양윌스기념병원장은 "현재 시판 중인 모든 제품들이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며 "인체에 해롭지만 않다면 시판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의 한 정형외과 교수도 "인위적으로 성장판 주위를 안마하는 데 있어서 부작용만 없다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아이디어다. 미미한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이봉근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골관절외과장도 안마의자의 강도가 성장판 손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이 과장은 "부모들의 키를 갖고 아이의 키 도달 정도를 산정해 조사하거나, 제품을 쓴 실험군과 쓰지 않은 대조군을 나눠 비교하는 방식 등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제품의 스트레칭 강도와 효율을 따져봐야겠지만, 반복적 스트레칭이 갖는 일반효능을 감안하면 임상시험 결과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바디프랜드의 '검증 전 성급한 출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허 취득은 문제 삼을 이유 없지만 상업적 용도로의 전환은 아직 이르다는 것.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결과로써 입증되지 않아서다. 김만영 안양윌스기념병원장은 "뒷받침할 결과가 없는 지금으로선 아이의 키 성장에 안마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면서 "쑥쑥프로그램이 키 성장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존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병원장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신빙성을 판단키 위해서는 연구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만일 무작위, 이중 맹검, 전향적 연구가 바이어스를 잘 통제해 이뤄졌다면 신뢰수준이 높다고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김 병원장은 "현재 진행중인 실험의 연구디자인을 확인하기 전에는 연구수준을 알기는 어렵다. 두 곳의 연구결과로 효과가 입증되는 게 아니라 후속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보여야 실질적 효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민경 기자
ⓒ신민경 기자

하이키가 오히려 아이의 골격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성기석 한국과학마사지협회장은 "안마의자가 때때로 강한 압도로 인해 아이들에게 외상을 입힐 때가 있다"면서 "개별로 골격의 튼튼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추후 역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 협회장은 이어 "부작용이 발견되면 이후 반품과 회수 등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꽤 큰 듯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성인용 안마의자에서도 어린이·청소년의 피해신고가 모아지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 발행한 '전기 안마기 위해정보 심층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을 통해 전기 안마기 위해사례가 꾸준히 접수됐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안마기 위해정보는 총 262건이다. 이 가운데 안마의자 위해사례는 148건으로, 전체의 56.5%다. 148건 가운데 만 10세 미만의 피해사례는 12건(10.9%)을 기록했다.

"의료상 적확한 검증 없이 섣불리 신제품 출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환경과 조건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성 협회장은 연구진이 실험군과 대조군 속 아이들의 생활환경까지 통제키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키라는 개념 자체가 예민하고 모호하다. 실제로 아이들의 키는 밖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유전적 변수뿐만 아니라 성격과 주변환경에 따라 생활흐름이 다를텐데 이런 것도 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임상시험의 신빙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쑥쑥프로그램의 기능이 성장판 촉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서울 논현동 소재 병원의 한 정형외과 의사는 "물리적으로 성장판 부근을 압박하고 따뜻하게 한다고 해서 성장판이 자극되지는 않는다"며 "하이키가 포괄하는 키 범위가 넓기 때문에 체형이 맞지 않아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생길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이 감염성 관절염 등의 관절통이다. 실질적 의료효과가 규명되지 않은 제품이기에 구매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 전 신제품 출시를 감행한 이유에 대해 "이미 제품이 만들어졌고 관련한 특허까지 받은 상태라 출시를 지연할 이유도 없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