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전자랜드가 전자제품의 중심지라는 평판을 떨군지 오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건물 내부가 한산하다. 전자랜드는 유명 브랜드의 사후서비스 20여곳과 전국 직영점 100곳을 설치하며 쇄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전자랜드의 공간 활용력이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지역밀착·제품체험형 공간을 확장해 소비자친화기업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랜드의 역사는 31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은 지난 1988년 12월 1일 서울 용산에 가전 양판점 1호점을 세웠다. 국내 최초의 전자제품 전문 대형 소매점이었다. 

지난해 6월 전자랜드는 10년 만에 용산본점을 새롭게 탈바꿈했다. 창고형 진열매장에서 체험형 매장으로 변모하고자 하는 시도가 반영됐다. 전자랜드는 용산점 구내에 삼성전자 구역과 엘지전자 구역을 별도로 구성해 대기업 고급 가전을 한 눈에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자체개발상품인 아낙을 비롯해 바디프랜드, 오심 등의 안마의자와 안마기기를 모은 건강가전구역도 확장 개설했다. 삼성전자 전용 '영화관 가상현실 의자'를 비치한 가상현실 체험구역을 통해 소비자가 4차원 공간을 체험케 했다. 또 지난해 한 해 동안 18개 점포를 고급형으로 새롭게 단장해 간판도 '파워센터'로 바꿔달았다. 파워센터는 가전제품 판매와 정보통신 기술 소개와 신제품 체험을 병행하는 매장을 뜻한다.

고질적 '1호' 이미지 벗고 '1위' 탈환 노린다

실제로 사업환경은 호전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2017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급증을 겪으며 2016년 대비 315% 성장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판매량 역시 2017년 대비 20% 증가했다. 대형건조기 판매율도 긍정적인 반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전자랜드의 대형 건조기 판매율은 전체 건조기 판매율 가운데 평균 31%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판매된 건조기 중 64% 가량이 대형건조기인 만큼 전자랜드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14kg 이상 건조기를 적극적으로 구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자랜드 건물 외부 ⓒ신민경 기자
전자랜드 건물 외부 ⓒ신민경 기자

국내 '1호'뿐만 아니라 '1위'의 가전양판점의 입지도 얻겠다는 포부는 홍 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홍 회장은 4차산업혁명으로써 대두되는 로봇과 드론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는 쇠퇴한 용산 전자랜드를 로봇산업 기술을 체험하는 유통망으로 만들 계획이다. 로봇과 드론 등의 신산업에 쉬이 접근하지 못 하는 소비자들에게 체험과 구매가 용이한 전자랜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홍 회장은 지난해 8월 "내수시장에서 동력을 얻는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라며 "전자랜드가 로봇산업의 내수 유통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용산 본점을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홍 회장의 의지는 즉시 실행으로 옮겨졌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8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손 잡고 '용산 로봇축제'를 열었다.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약 300평 규모)에 퓨처로봇, 로보링크 등 국내 로봇업체 15개가 입점해 기술을 선뵈고 시연기회를 제공했다.

소비형태 변화-경기 불황 탓 신규 출점 '머뭇'... 5년간 12점 늘어

최근 유통업계 소비형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번졌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온라인판매와 온라인판매중개 부문의 전체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비 12.5%와 10.9% 올랐다. 광군제 등 해외 온라인 할인행사에 맞서 11번가와 G마켓 등이 자체 할인행사를 진행해서다. 반면 편의점과 기업형 수퍼마켓을 제외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감소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비 2.8%, 3.9% 줄었다. 

인터넷 밖에서 사업을 시작한 전자랜드 역시 오프라인 가전양판점의 이미지가 짙다. 변화된 소비방식을 반영해 온라인 판매 비중도 늘리는 모양새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는 데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자랜드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15%를 차지한다. 저가 뿐만 아니라 고가 제품군까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망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비형태의 급변에 따라 신규 출점도 자제되는 양상이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지점 2곳을 신규 출점했다. 올해 1월 개장 예정인 세종점과 광주 용봉점까지 포함하면 전자랜드는 총 117개 지점을 보유하게 된다. 전자랜드의 지점 수는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점 수 추이를 비교한 결과 103곳으로 기록된 2014년에 이어 2015년 106곳, 2016년 107곳, 2017년에는 113곳이었다. 지난해 매장 수는 불과 2개 지점이 증가한 115곳이었다. 이에 대해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임대조건 종료로 인해 시내에서 이전하는 경우가 잦다"며 "신규 출점뿐만 아니라 지점의 이전과 폐점도 발생하므로 전반적인 지점 수의 변화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매출액 1조원은 2018년의 목표수치였다. 옥치국 전자랜드 사장은 지난 2017년 9월 열린 광주 파워센터 상무점 새단장 기념식에서 매출 1조원을 언급했다. 옥 사장은 당시 "오는 2018년에는 매출 1조원이 목표다. 기존 매장을 새단장하고 전국에 새 지점을 개장하는 등의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전자랜드는 매출액 58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9% 오른 8200억원이다. 매출이 크게 신장됐지만, 목표였던 1조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지난 1년간 유통계열의 성장이 둔화됐다"며 "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9월부터는 전자랜드 매출도 부진을 겪었다"고 했다. 지난 한 해 매출이 1조원에 이르지 못한 데는 애초에 과도한 목표를 설정했던 탓도 있다. 관계자는 "성장치는 한정적인데 의욕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다소 높은 목표를 언급한 것 같다"고 했다.

1조 목표라더니...작년 8200억 기록

학계는 가전양판산업을 어둡게 전망하면서도 올해 전자랜드의 1조원 매출 달성 가능성은 고무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다만 시장관리와 판촉방식의 혁신과 온라인 판매 비중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균 수원과학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가전양판점 시장은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동종업계와 상품의 질은 평준화돼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매출량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오프라인 주력 브랜드인 전자랜드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마케팅 뿐이다. 지역 밀착형, 제품 체험형 공간을 확장하고 아낙 등 자체개발상품의 브랜드를 고급화해 사람들이 인지토록 해야한다"며 소비자와의 호흡을 지향하는 홍보방식을 강조했다.

가전·전자제품은 내구재다. 특히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수요가 둔화된다. 내구재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전자랜드가 실적의 수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이마트는 롯데의 계열사이므로 단독지점보다도 롯데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비자 집객력이 어느정도 보장된다. 하지만 대기업과 연결을 맺지 않은 전자제품 전문 중견기업은 전자랜드가 거의 유일하다. 경쟁에서 불리한 입지에 있는 전자랜드가 지금처럼 현상유지와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형상이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전자랜드가 전망이 밝지 않은 가전유통점으로 지속적 성장을 꾀하고자 한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병합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해 샵인샵 형태로 전자랜드 매장을 위치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매장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 창고형 상가 이미지 탈피를 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어 "유통채널 경쟁의 변곡점에 선 전자랜드가 숫자에 구애받기보다는, 꾸준히 유통환경을 혁신하고 내실을 다져 소비자친화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해 매출력 상승을 위한 전략을 묻는 질문에 "경기 상황이 예년과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여 사측 판매 기조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존 지점의 집객력 향상과 새단장을 늘리고 온라인 부문(전자랜드몰) 집중도도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온라인 부문의 경우 제품의 분류 범위를 넓히고 행사상품의 다양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유인에 힘쓸 예정"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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