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의 형사 입건에 이어 이번엔 국세청이 회사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선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끝내 바디프랜드의 코스피 상장을 미승인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회사는 최초 심사를 청구한 지난해 11월 이후 임금 미지급과 과장 광고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다 5개월 만에 불명예스런 결과지를 받아들게 됐다. 일각에선 최근 바디프랜드 내 벌어진 세무조사가 이같은 상장 예비심사 결과 발표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바디프랜드 내 임직원으로부터 탈세와 횡령, 배임 등에 대한 내부 고발을 접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자로 바디프랜드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심사 미승인'으로 결론 냈다. 회사의 본래 상장 예비심사 기한은 지난 1월 17일이었지만 한국거래소는 예비심사일을 잠정 연기해 왔다. 통상 상장예심에 45영업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지연 상황은 이례적이다.

여기엔 바디프랜드를 둘러싼 각종 '갑질' 논란이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디프랜드가 지난 2016년부터 약 3년간 임직원 15명에게 연장근로수당 2000만원 가량을 미지급했다. 또 퇴직금 산정 시 연차수당을 제외시킴으로써 156명에게 퇴직금 약 4000만원을 적게 지급했다. 지난해 4월엔 과체중인 일부 직원에게 살을 빼라며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고 전 직원에 한해서는 필수로 건강증진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현재 박상현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혐의로 형사 입건된 상태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최근엔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조사관 수십명이 아침부터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본사를 찾아 세무조사를 벌였다. 조사관들은 약 5시간에 걸쳐 재무회계팀을 포함한 사내 각 부서의 내부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대거 복사·수거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 이날 조사를 주도했단 점에서, 일각에선 대표나 회사 차원의 탈세·탈루 의혹으로 인해 촉발된 게 아니냔 관측이 제기된다. 조사4국은 세무조사 중에서도 주로 법인·개인의 탈세나 횡령 등 범칙 사항을 살피는 데 조사력을 집중하는 부서다. 바디프랜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조사4국 관계자는 "보안에 부쳐져야 할 사안이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 역시 "세무조사 성격과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기 세무조사라고 공언하지 않고 있는 회사의 대처 방식을 감안할 때 특별 세무조사일 가능성이 짙단 분석이다. 

이번 바디프랜드의 갑작스런 세무조사 착수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회사는 지난해 정부가 고용 창출 실적과 일자리 질을 고려해 선정한 '일자리 으뜸기업 100곳' 명단에 들어 세무조사 유예혜택을 받은 바 있다. 정부가 도입한 '일자리 으뜸기업 우대지원제도'에 따라 선정 기업들은 신용평가·금리 우대와 고용창출지원사업 지원 대상 선정 시 가점 부여, 세무·관세조사 유예 혜택 등을 최소 1년간에서 최대론 3년간 받게 된다. 이처럼 각 사업별로 혜택 적용 기간은 유동적이나 세무·관세조사 유예의 경우 혜택기간은 1년이다. 회사에 세무조사가 착수된 지난 11일엔 이 혜택이 유효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세무조사가 실시됐단 것은 여타 비리 행위가 포착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명식 고용노동부 일자리정책평가과 사무관은 "통상 정부 차원의 세무조사 유예 혜택은 정기 세무조사에 국한한 것이다. 이처럼 우대 지원을 받는 기업임에도 불시에 세무조사를 받는 건 세무상 해당 법인의 세금 탈루 제보가 접수돼서다"면서 바디프랜드의 세금 탈루 등 비리 의혹에 힘을 실었다.

김병한 천정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도 "동원된 수사관 수와 시기, 정황 상 특별세무조사인 듯하며 법인이나 대표이사의 상속과 증여, 탈세 비리 등에 관한 회사 내 제보가 이뤄진 듯하다"면서 "그간 공개된 박 대표의 임금미지급 등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와는 별개의 또 다른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탈세 제보가 신고되면 유예 혜택 여부와 상관 없이 불시에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단 점에서, 회사의 세무적 비밀을 알고 있는 거래처나 사내 임직원이 비리를 고발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만일 해당 탈세 의혹이 현실화한다면 회사는 실제 보다 많은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고 조세 포탈로 처벌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상장심사 기준의 핵심인 투자자보호 침해요소로 작용, 상장의 질적 요건 준수가 어려워진단 점에서 상장엔 여러모로 악재일 것"이라고 했다. 잇단 노동관계법 위반과 갑질 논란에 이어 이례적인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바디프랜드의 코스피 입성이 요원해졌단 얘기다.

한편, 상장 미승인 소식을 접한 바디프랜드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준비가 부족하단 점에 대한 충고라고 생각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회사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체질개선 등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온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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