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중국의 대표 결제수단으로 정착한 모바일 QR코드 결제방식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올해들어 QR코드 기반 결제방식이 인지도를 얻기 시작해 수도권 편의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카카오페이와 손 잡고 지난 25일부터 전국 가맹점에 있는 스캐너의 소프트웨어를 갱신해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세븐일레븐, 씨유, 이마트24 등도 QR코드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점포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 7년 전부터 '지갑의 족쇄'를 벗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도 우리나라 시장 바닥에는 신용카드 영수증이 가득했다. 현금 없는 사회, 나아가 지갑 없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왜 7년의 차를 두게 됐을까.

중국인 노숙자는 QR코드로 구걸한다

중국의 공룡 IT기업인 텐센트는 자사가 개발한 메신저 앱 위챗에서 발전시켜 일상생활 속 구매를 앱 하나로 가능케 하는 QR코드 결제방식을 지난 2011년에 내놨다. 중국 내 국민 앱인 위챗과 위챗페이를 연동했기 때문에 방대한 사용자가 순식간에 확보됐다. 

(이미지=chinaminutes)
QR코드로 구걸하는 중국인 노숙자 (이미지=chinaminutes)

이제 중국은 현금과 카드를 버린 지 오래다. 중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결제가 QR코드 기반 결제방식에 의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QR코드란 사각형의 가로세로 격자무늬에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는 2차원 형식의 바코드를 의미한다. 그리고 QR코드를 활용한 결제는 휴대전화에 있는 앱을 실행한 후 화면에 뜬 QR코드를 판매자가 스캐너로 찍는 방식을 일컫는다. 스캐너로 찍자마자, QR코드와 연결돼 있는 구매자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판매자의 은행 계좌로 넘어간다. 반대로, 가맹점에 구비된 QR코드를 소비자가 앱을 통해 찍은 후 값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이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노숙자도 QR코드로 구걸한다. 그들은 깡통에 QR코드 인쇄지를 붙여 전자화폐를 구걸한다.

중국인들이 QR코드 결제방식을 상용하는 이유는?

전자결제 시대의 도래가 국가에 주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은 금전이 융통되는 역사를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모바일 간 결제는 반드시 기록내역이 남기 때문에,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자금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중국에 있어서 막대한 인구수는 그 자체로 국방력이 되지만 때때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금융서비스의 경우에도 중국은 자국민 모두가 활용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배포해야 했다.

위챗페이
위챗페이 (이미지=INNOVANT)

애플과 삼성, 엘지 등의 유명 브랜드가 양산하는 고가 휴대전화는 사용자의 지문이나 홍채 등의 생체인식 보안기술을 활용한다. 사용자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 금융서비스 이용, 간편 결제 시 이 같은 보안기술을 거친다. 시간을 단축하고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안도 강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생체인식 보안 기술은 값비싼 고사양의 휴대전화에만 탑재 가능하다. 14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민들에게 고가의 휴대전화에만 탑재되고 있는 생체인식 기술을 보편화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비밀번호 몇 자리만 입력하면 간편 결제가 가능한 QR코드 기반 결제방식을 선뵀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중국 내 QR코드기반 결제방식의 상용화의 근거를 '한국과 다른 중국의 사상과 규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 등에서 찾았다.

먼저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과 네거티브 규제가 중요하게 논의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인권보호의 역할을 경시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중국의 규범은 한국에 비해 후진적이다. 반면 한국은 중국보다 금융인프라 발달을 지체했다. 중국은 법률상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취하고 있기에 신산업과 신기술 도입 등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우리가 중국에 관해 방관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입법수준이다"며 "체제유지를 위한 일부법을 제외하면 금융인프라 개혁과 관련해 선진적인 일반법이 많다"고 말했다.

박계관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금융부동산행정과 학과장은 중국이 QR코드 결제방식을 상용하는 이유를 두고 '인플레이션 억제정책'을 들었다. 박 학과장은 "신흥국 중국은 과도한 통화 공급으로 인해 유동성 과잉 문제를 갖고 있다. 통화공급량 실패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이어진다"며 "QR코드 사용은 시중의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는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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