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현재 우리나라 결제 시장은 신용카드가 거의 독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명당 신용카드 3장 이상을 갖고 있고, 결제 비중도 70%가 넘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QR코드 기반 결제'가 신용카드의 독점체제를 깰 수 있을까. 두 진영의 'OK목장'을 관찰하는 소비자에게 '승자가 어느 쪽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많은 혜택,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편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QR코드와 구별되는 신용카드의 장점은 무엇일까. 신용카드는 실적 조건, 혜택 한도, 연회비 등을 포함한다. 그래서 사용자의 경우 자신의 여건에 맞춰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영화관, 식당, 편의점, 병원,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할 때에도 때에 따라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적용 받거나 포인트가 적립된다. 

하지만 QR코드로 직불 결제하는 경우 수혜의 폭은 현저히 줄어든다. 연결해 둔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형태로 결제되기 때문에 할인율이 적용될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종 페이와 제휴한 편의점 등에서는 멤버십을 적용 받거나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극히 드물다.

QR코드와 구별되는 신용카드 장점은?

또 신용카드는 일시불과 할부 가운데 사용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갑자기 큰 지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보안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QR코드 결제방식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신용 기반 결제 수단인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할부를 통해 재정적인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용카드에는 신용등급이 존재한다. 금융기업은 자사와 오랜 시간 거래를 하며 납부 연체가 없는 카드사용자에 한해 높은 신용등급을 매긴다. 높은 신용도가 부여되면 대출을 할 때 물건담보 없이 신용담보만 갖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지=IMoney)
(이미지=IMoney)

문제는 신용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다.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상인 단체로 구성된 '불공정한 카드 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가 지난달 25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자리에서 투쟁본부는 카드사가 대기업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최저 0.7%인 반면, 중소상인 가맹점에는 2.3%를 부과한다며 항의했다. 또한 카드수수료 적격 비용을 산정하는 금융위원회 역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명문화된 항목을 어기고 카드수수료 불평등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쟁본부는 여신전문금융법이 명문화한 수수료 차별금지 항목을 근거로 내세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3에는 '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가맹점과의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며 부당하게 가맹점수수료율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신용카드 수수료가 마트 순수익률을 넘어설 정도다. 카드사들은 높은 매출로 협상권을 쥔 대기업에 비해, 협상력이 낮은 일반 가맹점들에 대해서만 높은 수수료율을 취해 왔다. 카드사의 통보로 수수료율이 매겨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출 규모에 구애되지 않고 가맹점 구성단체가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역설했다. 

지난 25일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 25일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위와 카드사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위와 카드사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학계에서도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수수료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중소상인에게 매겨지는 카드사 수수료율은 역진세에 가깝다. 세율적용이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매출 규모가 높을수록 세율은 낮아진다. 자영업자들의 최저 영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수수료를 1%대로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하향평준화해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간편결제 수단과 동일한 경쟁 선상에 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만일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수익 손실이 커졌다면 보증과 보험 등 공공제도를 활용해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의견이다.

반면 수수료 인하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수수료 소상공인 가맹점은 개별 점포이기 때문에 거래량과 수입금액이 적다. 신용카드사도 수익성을 꾀하기 위해 나름의 규격을 정해 사업을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할 때 어불성설이다. 카드수수료율의 현상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현재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고객에게 일정 부분 비용 부담을 전가해야 하고 혜택도 축소해야 한다. 이에 따라 회원 감소가 수익성 악화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내년 감액 예정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규모는 신규로만 약 1조원에 달한다. 이에 내년 카드업계 순이익은 3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기존에 감행했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함으로써 카드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드사의 난맥상…"수수료 유지냐, 인하냐" 

이런 가운데 QR코드가 신용카드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QR코드 결제 방식은 중소상인 판매자와 구매자 양편에 공평한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에 일단은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QR코드 결제가 신용카드의 장악력을 위협하고, 끝내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신용카드 결제방식이 QR코드 기반 결제방식에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회장에 의하면 간편결제 수단이 지급수단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불가피하다. 타의적인 수수료 인하는 적자와 불황을 낳고, 결국 신용카드는 자연스럽게 급격한 하락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휴대전화 앱으로 결제하는 비중이 전체 수단 결제 비중의 절반을 능가한 지 오래다. 활용 범위가 넓고 방법도 편리해져 스마트 단말기 활용에 관한 세대간 격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과도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QR코드가 고루 통용되겠지만, 설 자리가 없어진 신용카드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오 회장의 관측이다.

음성비서를 호출해 결제하는 등으로 신용카드도 앱상에서 결제 가능하다. (캡쳐=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음성비서를 호출해 결제하는 등으로 신용카드도 앱상에서 결제 가능하다. (캡쳐=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또, QR코드 결제방식이 새로운 결제와 지급수단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의 진입과 거대 독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계관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금융부동산행정과 학과장은 소비자에게 익숙함과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는 카카오가 신용카드사를 완전히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학과장은 "그동안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한 방식을 미뤄 짐작할 때, QR코드 결제 수수료 역시 추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QR코드가 인지도를 쌓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적자 상태로 시작하지만, 이후 신용카드사와의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카오는 반대로 수수료를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가 되면 소비자들은 이미 카카오페이의 QR결제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이른바 국민결제앱이 되면 카카오페이의 결제 방식이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에 내장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것도 카카오가 계획하고 있는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양자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독식시장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카드와 QR코드가 결국 결제시장에서 공존 체제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신용카드 또한 요즘에는 실물카드가 없어도 스마트 단말기의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QR코드의 장점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 당장 계좌에 현금 여유가 없어도, 추후 월급 지급일을 계산해서 미리 결제할 수 있다.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카드의 갖은 혜택과 조건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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