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20일 서울시를 시작으로 소상공인 판매자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첫발을 뗐다. 소비자는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에 비해 보상이 적고, 소상공인 참여자도 저조해 이용풀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 서울’은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인식,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범서비스를 토대로 3월 정식 출시한다. 서울시는 현재 제로페이로 결제 시 발생한 매출 집계와 재고 관리가 불가한 편의점과 기타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런 점들이 가능하도록 개선한 POS시스템(점포판매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개발‧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서울시)
(이미지=서울시)

판매자 부담↓아직까지 참여율도↓

제로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판매자가 부담하는 결제 수수료가 0%에 수렴한다는 점이다. 연매출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의 경우 제로페이로 결제시 수수료가 0%다. 매출액 8억~12억 원의 경우 0.3%, 매출액 12억 원 초과 소상공인 0.5%의 수수료가 책정된다.

서울시내 전체 사업체 10곳 중 8곳인 66만 개가 소상공인 업체로, 카드 가맹업체(53만3천 개) 90% 이상이 연매출 8억 원 이하의 영세업체다.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30~5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자영업자들의 실질적인 호주머니 사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저조한 참여율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로페이 서울 가입률은 3%에 그친데다, 가입점 중 70% 정도가 프랜차이즈다. 

시는 ‘제로페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확산하고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쇼핑센터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집중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와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 입점업체 등을 비롯해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bhc, 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 등 26개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영점 중심으로 참여한다. 강남터미널(입점업체 총 606개 중 526개)과 영등포역(입점업체 60개 중 53개) 지하쇼핑센터는 입점업체 85% 이상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강남 고속터미널역 내 상가가 '제로페이존'으로 지정됐다.
강남 고속터미널역 내 상가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40% 소득공제∙카카오페이 불참 '아쉬워'

소비자 유인 방안이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로페이 사용 시 소비자는 4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30%) 보다는 높지만 2019년 결제액부터 적용되는 데다가, 사용금액이 소득의 25%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만 소득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적다. 신용카드의 경우 할부가 가능하고, 포인트 적립이나 각종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도 비교된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시범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제로페이 서울’에는 은행 20곳, 간편결제사 4곳 등 모두 24개 기관이 참여하며, 결제를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에 은행 앱(신한 쏠 등 11개)이나 간편결제 앱(네이버페이, 페이코, 머니트리, 하나멤버스 등 4개) 설치가 필요하다. 은행 앱을 사용하는 시민의 경우 개인계좌에서 금액이 바로 이체된다. 이와 관련해 기존 앱에 ‘제로페이’ 기능이 추가돼(업데이트) 20일부터 서비스된다. 간편결제 앱을 사용하는 시민은 이용 전에 본인의 은행계좌를 결제 앱에 등록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의 QR결제는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내에서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다. 지난 9월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신청 가맹점이 1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소상공인의 참여도 높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제로페이에 참여할 경우 저희가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오프라인 결제 사업과 병행할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아 시범사업에 불참한 것"이라며 "(시범서비스에는 불참하지만 정식서비스 등) 향후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QR결제의 경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은 줄이고,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소비자를 위한 간편 결제 서비스"라고 설명하면서, "카카오페이의 매장결제 서비스(매장 QR,바코드 스캔식)보다도 혜택이 적은데도 호응이 있었다는 점은 공공영역에서 배워야할 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에 이미 신청 가맹점이 1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에 이미 신청 가맹점이 1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카카오페이)

"'제로페이' 이제 시작,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것"...소비자 혜택은

한편 제로페이의 공공시설 할인혜택은 세종문화회관 입장료와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티켓 결제시 10~30% 할인 등 시 산하 공공시설부터 시작된다. 서울대공원 입장료, 공공주차장 할인 도입을 위한 관련 조례 개정도 내년 상반기 추진할 계획이다. 시와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보조금 등 공공자금 집행이나 공공자전거 따릉이, 공영주차장 등 시설 이용에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시스템을 개선한다.

시범서비스 시작과 함께 참여사별 할인, 포인트, 캐시백 같은 프로모션도 진행된다. 네이버페이와 페이코는 첫 결제시 1,000포인트 적립, 케이뱅크는 신규고객 첫 사용시 5,000원 캐시백 지급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12.21. 개장)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모든 입장객은 입장료 3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1일 입장객 선착순 100명에 한해 입장료 1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12.22.~12.31.)에서는 제로페이 이용고객에게 매일 2천원 상당의 할인쿠폰 1,000매를 지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로페이는 자영업자들이 수십, 수백만 원까지 지불해야 했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동시에 착한소비로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능까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로페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단계별 추진과 보완을 통해 더 많은 가맹점이 참여하고 소비자가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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