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7년 전부터 중국은 지갑의 족쇄를 벗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신용카드 공화국'인 우리나라 시장 바닥에는 카드 영수증만 가득하다.

올해들어 대한민국에서도 QR코드 결제방식을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QR코드 결제방식을 이용하면 소매점주 수수료 등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지갑 없이 전자결제를 할 수 있어 간편하고 신속하다. 이처럼 편리한 비현금 지급수단이 왜 이제서야 한국에 상륙한 것일까.

한국에 연착륙한 QR코드 결제, 중소상인에는 '수수료 해방'를, 소비자에게는 '결제수단 선택권'을?

QR코드 결제방식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모바일 직불시스템이다. 즉 결제체계의 복잡한 관계망에서 밴사(결제대행업체)와 카드사가 빠지고 가맹점과 소비자가 직결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 가맹점주들은 수수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중국의 위챗페이를 본뜬 카카오페이는 QR결제 이외에도 '바코드' 결제를 지원해왔다. 바코드의 경우, 대부분의 편의점 가맹점에 구비된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추가적으로 갱신하지 않아도 기기가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꺼내지 않고 카카오페이의 바코드 결제를 활용해 상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와 카카오페이의 바코드 결제 모두 가맹점주가 2%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 가맹점주들은 단말기를 설치하고 관리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품 판매와 소비자 확보를 위해서 고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페이 중소상인 위한 QR코드 결제' 모바일 화면 갈무리
'카카오페이 중소상인 위한 QR코드 결제' 모바일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카카오는 중소 가맹점주들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소상공인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선뵀다. 카카오페이는 사전에 소상공인을 상대로 신청 접수를 받아, 이들에게 카카오페이 QR결제 키트를 제공했다. 소상공인 QR코드 결제방식은 사실상 계좌이체 거래 방식과 같기 때문에, 수수료가 전무하다. 현금 거래를 지향하는 소상공인은 QR코드 결제방식을 도입해, 수수료 부담을 덜면서 충분한 현금 거래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금 거래 시 발생 가능한 문제인 잔돈 교환의 번거로움, 거래기록의 불투명성 등도 해결 가능하다. 송금 내역은 카카오톡에서 확인 가능해,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노점상에게 이득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 바코드와 QR코드 화면을 동시에 띄운다. 이 가운데 매장에 설치된 단말기 여건 상 스캔 가능한 방식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5월, 소상공인을 위해 0%대 수수료를 부담하는 이른바 '소상공인 페이' 도입 계획을 밝혔다. 매출 3억 원 이하 소상공인은 현행 0.8%에서 0%로, 3억 초과 5억 미만은 1.3%에서 0.3%, 5억 이상은 2.5%에서 0.5%로 수수료율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올해 들어 정부와 각종 지역단체가 수수료를 낮춘 QR코드 결제 기반의 각종 페이를 선뵈고 있다. QR코드 결제방식은 수수료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0%대에 머물러 있어 많은 소상공인 가맹점주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침체 현상,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가 중소상인의 비용 절약 의지에 불을 붙인 것이다.

드디어 중소 가맹점주와 노점상들에게도 수수료 암초를 비껴갈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못마땅하게 주시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 바로 카드사(社)들이다.

한국 내 QR코드 결제 도입,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한국 내 QR코드 결제방식 도입이 늦어진 배경을 두고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카드사들의 시장 독점', '보안 우려', '포지티브 규제', '책임 부과' 등이 지체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카드사들이 결제 시장을 장악하며, 국가관력과 유착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더뎌 졌다는 분석이 두드러진다.

지난 25일 카드 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가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 25일 카드 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가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사들의 독점적인 시장 장악 때문에 QR코드 결제방식이 올해가 돼서야 주목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카드사들이 국내 시장을 점유하며 다른 결제수단 진입의 틈을 내 주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판매처가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원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소지해야 했다. 신용카드사들이 국민의 지불수단을 독점했고 강요해 온 것이다"고 밝혔다.

QR코드 결제방식은 신용카드와 현금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결제 방식이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화점이나 마트가 아닌, 편의점이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도약의 발판으로 비교적 세대 간 신속한 인식 확산이 어려운 편의점을 택한 것에는 카드사들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계관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금융부동산행정과 학과장은 "편의점에 부분적으로 QR코드 결제방식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맹점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렵다. 대기업으로 구성된 거대한 카드사 조직이 금융감독원이나 관련 위정자들에 이해 문제를 진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흥 페이시장의 보편화 속도가 더뎌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시장이 QR코드 결제방식과 같은 가상거래를 바로 수용할 만큼 보안과 신용에 있어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QR코드 결제방식 도입 지체의 원인을 규범과 시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끊임 없이 구조개혁을 시도하고자 하지만, 법과 규범은 이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즉 전자거래에 요구되는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결제수단이 도입될 경우 사회적 혼란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의견이다.

바코드와 QR코드를 활용한 전자결제 (이미지=INNOVANT)
바코드와 QR코드를 활용한 전자결제 (이미지=INNOVANT)

그리고 QR코드는 개인정보를 하나의 격자무늬로 압축한 형태다. QR코드 하나로 송금과 수금, 각종 회원혜택 적립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만일 QR코드를 통한 거래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될 시,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 보안문제의 경우 흔히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즉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귀책을 개인 사업자에게 묻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QR코드의 보안과 신용 우려가 깨끗하게 가시지 않은데다 문제 발생 시 책임자도 규명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당 결제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비난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명문화한 법률 이외의 항목들은 불허하는 규제) 방식이 금융인프라 발달에 제동을 걸었다는 입장도 제시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회장에 따르면 금융인프라 구축에 관해 우리나라는 꾸준히 보수적이다. 오 회장은 "QR코드뿐만 아니라 모바일뱅킹도 늦게 도입됐다. 사후 규제를 택하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전 규제를 고수하는 편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규제 샌드박스 3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보통신기술 분야 신기술과 서비스 등이 4년간 규제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핀테크 분야 규제 샌드박스에 관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은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하게 됐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의 문지방을 넘지 못하는 한, 금융서비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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