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이 2007년 이전 4.5%에서 올해 0.8~2.3%까지 낮아졌다. 이 여파로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를 크게 축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민·롯데·비씨(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 등 8개 카드사는 부가서비스 총 372건(카드 종류별로는 총 4047개)을 줄였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그러나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인하하기 위해선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구매자(카드회원)에게 전가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구매자의 카드 연회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호주의 경우에도 정부당국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의 일부인 정산 수수료 상한을 2003년 42% 낮추자 발급은행들은 연회비를 53% 올렸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인하하기 위해 카드사가 구매자의 카드 연회비를 인상시킬 경우 우리 경제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구매자가 판매자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사는 3일 이내에 구매자를 대신해 판매자에게 결제대금을 지급한다. 이때 판매자는 카드사에게 신용카드 수수료를 납부한다. 카드사는 구매자에게 결제대금을 청구하고, 구매자는 30일 지나 결제대금을 낸다.

이처럼 카드사는 구매자가 사용한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구매자를 대신해 판매자(가맹점)에게 미리 지급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이때 발생한 자금조달비용을 카드사는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각각 2.8%(연회비 8775원), 97.2%(신용카드 수수료의 일부) 전가한다.

원칙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구매자가 100%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구매자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판매자가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자비용을 구매자가 100% 부담하게 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의 일부인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판매자(가맹점)로부터 구매자(카드회원)에게 전환해 연회비를 8775원(구매자의 신용카드 이자비용 부담 2.8%)에서 31만6620원(구매자의 신용카드 이자비용 부담 100%)으로 인상하면, 신용카드 이용금액과 신용카드 수수료가 각각 15조원, 1조원 줄어든다. 이로 인해 기업 전체 매출액과 일자리가 각각 93조원, 45만개 감소한다.

이러한 분석은 왜 판매자가 구매자를 대신해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제시한다. 구매자가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이자비용을 카드 연회비 형태로 지불하면 분명 판매자의 수수료 지불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매출이 훨씬 더 많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신용카드 수수료 100원이 절약되는 대신 매출액은 9300원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해볼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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