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의 전기차 시장을 되짚어 본다 [사진: 셔터스톡]
2023년 한 해의 전기차 시장을 되짚어 본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2023년은 지난 3년 동안 드리웠던 코로나19 팬데믹의 먹구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장 회복세가 기대되던 한해였다. 그러나 시장은 기대대로 흐르지 않았고 다양한 변수와 새로운 도전 환경으로 좌충우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모빌리티 시장의 대세를 이루던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서비스와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던 개인 모빌리티 서비스는 완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타다와 카카오를 선두로 기존 사업자와 각을 세우던 플랫폼 택시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반면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불경기 속에서도 점진적인 성장을 이뤘다. 다만 자율주행과 주행거리 증가 등 기술적인 성숙도 제자리걸음이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의 부진은 심화되었으며,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점유율은 더욱 늘어나는 중이다.

김빠진 전기차 대세론…국내 보조금 남아돌아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대세론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주요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북미 지역에서의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GM은 오는 2024년 중반까지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목표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포드도 미국 켄터키에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포드는 올해 재무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30억달러(약 3조8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전기차 사업은 투자 단계지, 수익성을 발휘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폭스바겐도 유럽 시장 주문량이 50% 감소했다며 양산 계획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혼다와 GM은 저렴한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맺었던 제휴 협약을 폐기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에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한 토요타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글로벌 렌터카 브랜드 허츠(Hertz)는 모든 렌터카 차량을 전기화하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수리 비용이 예산을 뛰어넘었고 테슬라 가격 인하 이후 대부분의 전기차 재판매 가치가 1/3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동안 국내 전기차 판매량 11만7611대로 전년대비 1.9% 감소한 수치다. 2022년 전기차 판매량이 2021년 대비 73% 이상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점이다.

전기료 인상,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전기차 운행 수혜가 줄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잠재 수요가 실제 수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판매가 줄자 전기차 보조금도 남아도는 사태가 발생했다. 올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을 소진하지 못한 지자체가 늘면서 정책 변경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올해 시장의 승자는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

테슬라는 올 1분기 약 44만대, 2분기 47만대, 3분기 43만대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47만대 이상 생산량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총 생산량 180만대 이상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일론 머스크가 호언장담한 200만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GM, 폭스바겐, 현대 등 경쟁사의 전기차 생산량이 40~50만대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상반기 세미 전기트럭, 하반기에는 사이버트럭 양산을 시작하면서 전기트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아울러 차세대 전기차 충전 표준도 테슬라가 제시한 NACS 규격으로 통일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여전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산 전기차의 성장도 눈부시다. 중국은 지난 2022년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총 54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2/3를 차지했다. 또한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의 76%를 점유하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기업 BYD의 전기차 생산량은 200만대로 이미 테슬라를 뛰어넘었다. BYD 돌핀 등 중저가 소형 전기차 2종의 생산량만 50만대가 넘는다. 여기에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다수 제조사가 규모의 경제와 가격, 성능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 화웨이도 전기차 시장 참전을 선언함에 따라 다가오는 2024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중국 내수용 제품의 한계, 서방과의 무역 갈등으로 말미암은 수출 규제 등은 잠재적인 변수로 남아있다.

티맵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사진: 각사 앱]
티맵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사진: 각사 앱]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은 '생존 모드'

국내 대표 택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는 사면초가 상태다. 대통령마저 "카카오 택시 횡포가 부도덕하다"고 질타할 정도로 매출 부풀리기 의혹,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비가맹 택시 차별 논란 등 브랜드 위기와 여전히 택시 단체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플랫폼을 개방하고 가맹 수수료를 낮추는 등 시스템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구조 자체의 모순과 규제의 벽, 신뢰도 하락으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경영 위기가 계속되는 타다 역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한 해였다. 토스와의 인수 협상마저 결렬됨에 따라 독자 생존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 운영사인 비바리퍼플리카는 임직원 5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80여명이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으며 남은 인원은 개발 등의 핵심 부서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택시 '대항마'로 떠올랐던 마카롱 택시는 결국 파산했다. 마카롱 택시뿐만 아니라 택시 모빌리티 업계 전반으로 경영난이 확대되고 있다

쏘카, 티맵 등 타 모빌리티 플랫폼 역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차량 서비스를 넘어 기차, 숙박 등 통합교통서비스(MaaS)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서비스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개선 방법이 가로막히자 사업 다각화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는 물류 이동과 자율주행,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성을 창출해내겠다는 전략이지만, 연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 차량 기업 웨이모 [사진: 웨이모]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 차량 기업 웨이모 [사진: 웨이모]

엉거주춤한 자율주행…전기 자전거 시장 주목

테슬라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등장은 올해도 없었다. 슈퍼컴퓨터 도조 개발 등으로 인프라 확보에 대한 노력은 지속했지만, 각종 규제와 안전사고 문제로 자율주행 서비스의 발전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구글 웨이모, GM 산하의 크루즈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것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와 규제 때문이다. 

애플카는 더 비관적이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인 타이탄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애플 전문 분석가인 망치궈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가 사실상 해체된 상태라면서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대중에게 공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여전히 자율주행이 가능한 애플카를 개발하고 있지만, 2026년 이전에는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다.

반면 전기 자전거 시장은 부쩍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은 273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37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자전거 시장은 2019년 이후 매년 20~30%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매 대수는 올해 1억3000만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여겨진다. 

전기 자전기 시장이 커지면서 표준 규격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서로 다른 표준 자전거 시스템 2~3개만 있어도 자전거 수리 시 표준에 맞는 부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기 자전거의 도난 방지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저가보급형 전기차가 2024년 전기차 주요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사진: 셔터스톡]
저가보급형 전기차가 2024년 전기차 주요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사진: 셔터스톡]

2024년 전기차 핵심 키워드는 '가격'

2024년은 전기차 전환에서 올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전기차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자동차 업체들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전기차를 원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올해 더 저렴해진 테슬라 모델3 및 모델Y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쉐보레 볼트가 내년 전기차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EV는 전기차 전환에 2024년 일본 자동차 제조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수한 품질의 양산 능력을 지닌 일본이 전기차 시장에서 저가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폭스바겐 역시 ID.2를 베이스로 3000만원대 보급형 소형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 역시 이러한 흐름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올인 전략을 선언한 만큼 2024년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전기차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레이EV에 이은 캐스퍼 일렉트릭이 보급형 전기차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아이오닉 3 또는 4로 불리는 신형 보급형 전기차 출시 또한 예고되는 만큼 한층 다양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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