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가 일몰된 이후 그동안 매년 이뤄졌던 정부와 SK텔레콤 간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인하 검토에 나선 모습이지만 정부나 알뜰폰 업계의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열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상설화(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안 통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일몰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상설화를 위해 법 통과에 매진하고 있다. 법안소위가 이르면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라 이 때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하는 것을 국회와 협력해서 올해 내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법안소위 의원들 찾아다니며 설명도 했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며 “상설화하는 것을 정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국회 예산 마무리되면 법안 소위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란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만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가 3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9월 종료됐다. 망도매제공 의무가 없는 KT나 LG유플러스도 알뜰폰에게 망을 임대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SK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도매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망을 빌려 이동통신서비스를 한다. 그동안에는 정부가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SK텔레콤과 협상에 나서 도매대가 인하를 진행해 왔다. 원래는 연초에 결정나야 하지만 서로 간의 이견 차이가 커 늦어도 11월 무렵에는 도매대가 인하를 포함한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고, 이후 소급 적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일몰되면서, 매년 이뤄졌던 정부와 SK텔레콤간 도매제공 협상은 현재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 협상이 없을 경우 이제 사업자마다 개별 협상을 해야 하는데,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협상력이 없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SK텔레콤 망도매대가 발표는 (망제공의무가 없는) KT와 LG유플러스 도매대가 인하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제공 연장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알뜰폰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요금 경쟁력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가 낮을 경우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도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나선 협상에서도 그동안 주력 LTE나 신규 5G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폭은 1~2% 포인트에 그쳐 왔다. 특히 알뜰폰 업계 주력인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월 11GB 제공+소진시 일 2GB 추가 제공+ 소진시 속도제한으로 무제한 데이터 제공)의 경우 몇 년째 인하가 되지 않았다. 정부와 협상 없이 결국 알뜰폰 개별 협상으로 전환될 경우 인하 수준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경우 사업자와 도매대가 협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SK텔레콤과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매제공 의무를 연장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계속 국회를 설득하면서 법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연장에 대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알뜰폰 시장이 이미 성장했고 사후규제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일부 의원이 있는 상황이다.
일단 국회 과방위는 이르면 이번주 법안소위를 열고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상설화(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알뜰폰 업계가 도매제공 의무 연장 필요성을 얼마나 법안소위 의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일부 의원이 반대를 하고 있고,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다른 의원들의 경우 크게 관심이 없어 이번 법안소위에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상설화 법안은 통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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