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과거 한류가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미디어에 그쳤다면 최근 K-콘텐츠 열풍은 음악, 게임, 웹툰·웹소설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잘 키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하나가 창출할 글로벌 경제적 가치를 무한대로 보고 있다. 이에 콘텐츠 IP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업종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최근 핵심 원천 IP로 웹툰·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투데이가 웹툰·웹소설 IP의 세계와 관련 기업들의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장 [사진:카카오엔터]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장 [사진:카카오엔터]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최대 만화 시장 일본을 점령하고 동남아, 북미·유럽 등으로 글로벌 웹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트먼트를 통해 ‘웹툰·웹소설-영상-음악’으로 이어지는 지식재산권(IP) 벨류 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올해 IP 영상화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장을 만나 IP 비즈니스 지향점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웹툰 산업 성숙 단계...IP 활용 영상 사업 글로벌로 확장

“영상은 주목받는 시장이지만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IP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드라마 영화 등이 잘되면 최대한 매출을 확보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소설, 웹툰, 영상, 애니메이션 등 분야에 상관없이 IP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비중을 많이 두는 모습이다. 이제 한국에도 마블 같은 IP, 디즈니 같은 IP가 탄생하면 좋겠다.”

황재헌 팀장은 10년 동안 방송드라마를 제작했던 영상 전문가다. 초기 웹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카카오엔터에 합류한지 6년이 넘었다. 학창 시절부터 만화, 애니메이션 등 IP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글로벌한 좋은 작품 등을 만들고 싶어 영상화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현재 한국의 웹툰 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거 10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전유물로 불렸던 웹툰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40·50세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그러나 해외 시장은 아직 상황이 다르다. 이제 막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웹툰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 프랑스 등은 오프라인 출판 시장이 크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들이 많지 않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자체 IP를 활용한 영상화 작품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더욱 쌓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클라쓰’, ‘사내 맞선’ 등 인기 웹툰 IP를 영상화 작품으로 선보이며 글로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무빙', '경이로운소문2', '남남', '국민사형투표',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작품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엔터 하반기 영상화 IP 라인업 [사진: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 하반기 영상화 IP 라인업 [사진:카카오엔터]

수평적, 수직적 확장 지향...2차 사업 글로벌로 펼쳐 '슈퍼 IP'로 성장

“저희는 IP 사업으로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확장을 지향하고 있다. 수평적 확장은 글로벌로 확장하는 개념이라면 수직적 확장은 웹소설, 웹툰, 영상, 애니메이션, 기타 등등 2차 사업을 수직적으로 펼쳐 최대한 많은 이용자가 그 IP를 알게 되고 슈퍼 IP로 성장하는 개념이다. 현재는 초창기 시장이기에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IP 사업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수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에 이르렀을까? 이에 대해 황 팀장은 “드라마 수익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크겠지만 IP 사업의 매출을 수치로 표현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매출 값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그는 “현재 IP 비즈니스 중 영상화 사업 매출이 가장 크고 비중이 높다. 매년 약 50개의 IP 영상화 판권을 평균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또한 영상화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각 해외 지역마다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도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MD, 뮤지컬 등의 라이센스 사업도 계속 성장 중이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등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IP를 확보하고 있다. 영상 제작되는 IP는 어떤 기준으로 탄생하는 걸까? 그는 ‘작품성’을 가장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리와 구조가 얼마나 탄탄하냐에 따라 대본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매출 성적’과 ‘영상 적합도’를 살펴본다. 매출이 잘 나오는 IP일수록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현대, 사극, 스릴러, 연애 등의 장르가 영상화하기 수월한 편이다.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장 [사진:카카오엔터]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장 [사진:카카오엔터]

“IP 사업은 창작자와 창작자의 연결...IP에 대한 근본적 깊은 이해 필요"

코로나19 동안 OTT를 통해 글로벌로 선보여진 영상화 작품들의 인기에 웹툰 IP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최근 2-3년 사이 카카오엔터에 문의하는 해외 제작사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IP 라이센스를 구매해 영상물로 제작하고 싶다는 것. 이처럼 인기 IP을 영상화하는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황 팀장은 이같은 영상화 제작에서 'IP 이해도'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정 IP를 가지고 2차 사업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창작자가 생긴다. 결국 창작자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IP를 얼마큼 이해하고 있느냐다. 스토리 파악은 기본이고, 왜 이 소재로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원작자님을 대변해서 2차 창작자에게 원작의 의도와 방향성을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또 영상화를 위한 추가 캐릭터나 스토리 라인 변경 등이 필요할 때는 완벽하게 이해해서 원작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IP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중재를 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IP 벨류체인 선순환 구조 형성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웹툰·웹소설뿐만 아니라 음악, 텔런트 에이전시 등을 모두 직접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보여 글로벌 인기를 얻은 사내맞선의 경우 기획부터 영상, 음악 등을 모두 카카오엔터가 자체 제작했다. 또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 IP를 기반으로 한 해외 영상 사업이나 MD-애니메이션 결합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황 팀장은 “사실 어떤 콘텐츠가 꼭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많은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최대한 많은 파트너를 만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경우는 일본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스타 IP 육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IP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인기가 적은 작품이라고 해도 IP 가치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작은 IP라고 해도 다른 창작물로 파생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편견 없이 최대한 많은 IP를 접하고 2차 창작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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