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화 대표 와이랩플렉스 [사진:와이랩]
백충화 대표 와이랩플렉스 [사진:와이랩]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과거 한류가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미디어에 그쳤다면 최근 K-콘텐츠 열풍은 음악, 게임, 웹툰·웹소설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잘 키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하나가 창출할 글로벌 경제적 가치를 무한대로 보고 있다. 이에 콘텐츠 IP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업종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최근 핵심 원천 IP로 웹툰·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투데이가 웹툰·웹소설 IP의 세계와 관련 기업들의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웹툰 스튜디오들이 영상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식재산권(IP) 라이센스 사업만 하는 것보다 직접 영상화 사업을 하는 것이 수익 면으로나 확장성 면으로 보나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체 IP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또 자체 제작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다른 웹툰 스튜디오들도 저희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아카데미 부터 웹툰 제작, 영상 제작까지...올 인원 웹툰 제작 시스템 구축

웹툰 작가를 양성하고, 양성한 작가들과 함께 세계관을 통합한 웹툰을 제작하고, 보유한 IP를 직접 드라마·영화 등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마블과 디즈니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러한 올인원(All in One)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가 국내에도 있다. 바로 와이랩(YLAB)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와이랩에서 영상사업을 맡고 있는 백충화 와이랩플랙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충화 대표는 다년간 영상 제작을 담당한 베테랑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 ‘궁’, ‘꽃보다 남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닥터 프리즈너’, ‘아일랜드’ 등을 총괄 및 제작해 오다가 지난 2018년 와이랩에 합류했다.

와이랩은 국내 유일의 스튜디오형 웹툰 CP(Content provider)이자 IP 홀더 기업이다. 전문 웹툰 작가를 양성하는 ‘웹툰 아카데미’부터 다양한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웹툰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한 영상화 제작 사업을 담당하는 ‘와이랩플렉스’ 등 수직적인 벨류체인을 구축한 종합 콘텐츠사다.

백 대표는 “웹툰 IP를 시작으로 영상 및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사업모델에 비추어 볼 때 와이랩은 한국의 디즈니를 지향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며 “와이랩플렉스는 사내 독립 기업으로서 와이랩이 보유한 IP들을 영상화하고 사업화하여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랩은 ‘참교육’, ‘한림체육관’, ‘현실퀘스트’, ‘정글쥬스’, ‘스터디그룹’, ‘무직백수 계백순’ 등 다양한 인기 웹툰을 선보이고 있다. 모두 자체 IP로, 와이랩이 보유한 IP는 50여 개가 넘는다. 오는 25년까지 100종 이상의 IP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이랩의 히어로물 세계관 '슈퍼스트링' 캐릭터들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와이랩의 히어로물 세계관 '슈퍼스트링' 캐릭터들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자체 IP 활용한 영상화 사업 확장...'한국형 세계관 프렌차이즈화' 목표

백 대표는 보유한 IP의 가치를 높이고 생명력을 확장하기 위해 영상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IP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와이랩플렉스는 세 가지의 전략을 가지고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와이랩 IP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형식으로 영상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웹툰 IP를 영상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10여 년간 와이랩이 꾸준히 확장해 온 다양한 IP 세계관을 영상화로 구현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와이랩은 ▲히어로물 세계관 ‘슈퍼스트링’ ▲청춘학원물 세계관 ‘블루스트링’ ▲로맨스 세계관 ‘레드스트링’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인 ‘골드스트링’ 등의 다양한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세계관에 포함된 작품들을 전략적으로 프랜차이즈화하는 것이 목표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캐릭터들이 사건과 시공간을 공유하여 서로 크로스오버되는 유니버스를 형성하게 되면 각각의 작품에 매력을 느껴 유입된 시청자들이 결국은 같은 세계관 내 작품들로 확장 지속되는 효과를 갖게 됩니다. 와이랩이 IP 홀더이기에 가능한 사업모델이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트랜스미디어 영상화 전략이다. 기성작가들의 오리지널 IP를 영상화함과 동시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웹툰 IP 스토리 작가 및 프로듀서들과 협업하여 영상화에 적합한 새로운 IP들을 기획 및 생성하는 방식이다. 즉 하나의 스토리를 웹소설,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선보이고자 하는 것. 백 대표는 와이랩이 영상화 제작 역량과 인프라가 내재화된 스튜디오 웹툰 제작사이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제작 대행 전문 회사로의 면모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와이랩플렉스는 1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영상 기획/제작 프로듀서들로 구축되어 있는데 이런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외부의 프로덕션하우스와 협업하고 작가, 감독, 크리에이터들이 신뢰할 수 있는 영상제작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백 대표는 “와이랩이 영상화 제작 역량과 인프라가 내재화된 스튜디오형 웹툰 제작사이기에 가능한 전략들”이라며 “와이랩은 네이버웹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훌륭한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관 프랜차이즈의 확대와 새로운 트랜스미디어 IP 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협력 파트너들과 시너지를 키워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 와이랩플랙스는 히어로 세계관인 슈퍼스트링 작품으로 ‘아일랜드’를 스튜디오드래곤과 공동제작해 영상화했다. 또 슈퍼스트링 세계관에 속한 작품 4개를 추가로 영상화한다. 현재 기획개발 계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지속해 선보여 ‘한국형 히어로 세계관’ 프랜차이즈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블루스트링, 레드스트링 등의 세계관 작품들도 영상화 제작을 앞두고 있다. 약 14종의 와이랩 IP들이 제작 단계에 돌입했고 몇몇 작품은 현재 촬영을 앞둔 상황이다.

백충화 와이랩플렉스 대표 [사진:와이랩]
백충화 와이랩플렉스 대표 [사진:와이랩]

와이랩, IPO 성공적...OSMU 전략으로 글로벌 콘텐츠사로 도약 시도

“와이랩의 스튜디오 IP 영상화는 기본적으로 자체 제작 및 공동제작을 우선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와이랩 IP 작가진은 소속된 임직원이기에 원작자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와이랩 플렉스는 영상화를 위한 각색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원작의 동일성은 지켜나가면서 IP 홀더와 영상화 각색 주체로서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OSMU 전략을 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백 대표는 '원천 IP'를 가지고 있느냐와 그 원천 IP가 ‘글로벌’ IP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콘텐츠 영상사업은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흥행 비즈니스다. 결과론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퀄리티와 작품성은 기획과 제작에 따른 노력과 노하우를 통해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흥행에는 실패할 수 있지만 가치를 남기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상화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백 대표는 2차원의 그림을 베이스로 한 웹툰의 컨셉과 스토리텔링 형태를 3차원의 영상으로 구현하는 ‘각색’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원작자, 제작자, 작가, 감독, 배우가 생각하는 원작의 해석이 모두 다르기에 합의점을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것.

그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개연성과 당위성 있는 실사로 구현하는 것은 예상보다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영상물은 여러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제작자와 작가, 감독 그리고 배우가 생각하는 원작의 해석, 캐릭터와 톤앤매너들은 조금씩 또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랩은 지난 7월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했다. 경기침체로 IPO 비수기로 불기는 시기에 청약 경쟁률 1917대 1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OSMU 전략을 통해 와이랩의 세계관을 글로벌 이용자에게 널리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종합 콘텐츠사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백 대표는 “3년 이내 앞서 언급한 와이랩의 세계관들이 영상화 프랜차이즈화돼 국내외 팬들이 한국형 히어로와 한국형 청춘 학원물, 한국형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을 즐기는 팬덤이 형성되면 좋겠다”며 ”그 다음 목표는 10~20년 혹은 그 이상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는 IP 중심 영상화 제작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미 그 첫발을 내디뎠기에 50%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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