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과거 한류가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미디어에 그쳤다면 최근 K-콘텐츠 열풍은 음악, 게임, 웹툰·웹소설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잘 키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하나가 창출할 글로벌 경제적 가치를 무한대로 보고 있다. 이에 콘텐츠 IP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업종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최근 핵심 원천 IP로 웹툰·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투데이가 웹툰·웹소설 IP의 세계와 관련 기업들의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아사 키다리스튜디오 기획제작팀장
이아사 키다리스튜디오 기획제작팀장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키다리스튜디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웹툰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좋은 작품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받아주는 회사로 통한다.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좋은 IP를 발굴해 직접 영상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아사 기획제작팀장을 만나 키다리스튜디오의 IP 사업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IP 영상화 판매부터 제작까지...좋은 파트너사들 신중히 골라 협업

“영상은 기획 개발을 하고 아이템을 찾아내는데 적어도 3년에서 5년이 걸립니다. 대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웹툰은 일단 이야기가 나와 있고 시장성이 검증됐기에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외로 OTT 플랫폼들이 확장하면서 서비스할 작품들이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에 제작사들이 웹툰 원작을 많이 찾게 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게 됐습니다.”

이아사 키다리스튜디오 기획제작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은 키다리스튜디오가 2021년 레진코믹스를 인수하면서 IP 영상화 사업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팀을 꾸리고서는 IP 영상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과거 1년에 1~2개의 IP를 판매했다면 현재 40여 개로 IP 영상화 판권 수를 확대했다.

이 팀장은 “아직 팀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라이센스를 판매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등 한 명,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타 회사의 경우 IP 세일즈 팀이 따로 있고 웹툰 영상화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가 따로 있지만 저희 회사는 나누지 않고 직접 다 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에서 IP 판매부터 영상 제작까지 이뤄지다 보니 힘들 것 같지만 이 팀장은 이러한 부분이 키다리스튜디오의 장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IP를 팔고 영상을 제작하면서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선구안’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단기적인 매출 판매, 계약 수 등의 성과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인 매출 이익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IP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인지를 살펴본다. 딸을 시집보낼 때 믿고 맡길 수 있냐는 심정으로 사돈집을 찬찬히 살피는 것처럼, 저희의 IP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히는 제작사들의 상황과 진심을 살펴보고자 한다. 단순히 IP를 구매하고 홍보하려는 회사보다 IP를 하나의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회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아사 키다리스튜디오 기획제작팀장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이아사 키다리스튜디오 기획제작팀장 [사진:키다리스튜디오]

맞춤 커스터마이징 제안서로 공략...클리셰 깨는 작품 주로 영상화

키다리스튜디오는 봄툰, 레진코믹스, 델리툰 등의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북미, 동남아, 유럽 등으로 글로벌 서비스 지역을 계속 확장하는 중이다. 현재 해외에만 약 13개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기에 타 제작사들에 제안받기도 하지만 때때로 이 팀장은 직접 IP를 선정해 먼저 제작사에 영상화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IP에 관해 관심을 보여주는 곳들도 많지만 저희가 제안서를 만들어 제작사에 직접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 저희는 ‘골라 먹는 전략’을 취한다”며 “평균적으로 고전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는 로맨스물, 학원물 등 일반적인 장르물의 웹툰이 영상화가 많이 되다 보니 다수의 회사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희는 일반 장르 외에 19금, 남성형, BL, GL 등 작품들을 다양하게 제안하는 편이다. 저희 플랫폼 봄툰, 레진에는 타 플랫폼과 다른 결의 독특한 작품이 많기에 가능한 제안”이라며 “일반적인 장르를 하면 매칭 확률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저희가 가진 작품들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각 회사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제안서를 만들기도 한다. 직접 영상화 제작을 하다 보니 캐스팅하고 OTT 편성 채널에 제안하기도 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그들이 원하는 장르의 작품들을 선별해 제안서를 보내는데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제작부터 서비스, 플랫폼 운영 등 많은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웹툰 IP 영상화 판권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뛰어든 이유는 뭘까?

이 팀장은 “레진코믹스를 인수하면서 IP 총알이 더욱 다양하게 많아졌는데 IP라는 ‘총알’만 팔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총에 총알을 넣어 팔면 더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P를 그냥 판매하는 것보다는 잘 만들어서 제작사로 작품을 출시할 때 매출이 훨씬 배를 뛰어넘는다. IP 가치 또한 더욱 연장하고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영상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특히 ‘클리셰’를 깨는 작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기존의 틀을 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뻔하지 않은 스토리, 답습하지 않는 캐릭터, 특이한 소재 등 ‘마라 맛’이 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다리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상 작품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키다리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상 작품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BL 등 장르 가리지 않고 영상화 도전...글로벌 프로젝트 준비 중

키다리스튜디오는 올해 시리즈물, 웹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약 11편의 웹툰 작품을 영상물로 자체 제작한다. 이 중 3개는 애니메이션으로, 한 작품은 BL 장르다. 이 팀장은 왜 애니메이션을 3개나 선보인 걸까?

그는 “최근 콘텐츠 산업이 급랭하면서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동안 웹툰의 영상화가 너무 드라마에만 국한됐으니 다른 포맷으로 영상화를 해보자는 생각했고 영상화의 정점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며 “현재 애니메이션 작품을 3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BL 작품이다. ‘라온의 남자’를 8부작으로 라프텔과 공동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BL장르로 애니메이션 외에 웹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숙집 오!번지’, ‘오 나의 어시님’, ‘해피메리엔딩’ 등이다. 해피메리엔딩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사실 BL은 팬덤이 강한 장르다 보니 초기 우려가 컸다고 하다. 원작자와 팬덤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작품이 탄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사전 조사를 통해 작품 자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제작사를 선택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BL 시장은 이제 막 인정받는 단계다. 아직 수익 적은 측면에서 아쉬운 성과를 보인다. 국내보다는 태국, 일본 등의 시장에서 인기가 더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시멘틱에러’ 등의 작품이 긍정적 반응을 얻었지만, 아직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요계에 ‘뉴진스’가 나와 새로운 판도를 바꾼 것처럼 BL 작품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명한 제작사, 배우, 좋은 감독이 붙은 파급력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어떤 작품이 ‘반등 카드’가 될지 고민하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자체 IP를 활용해 영상 제작을 더욱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글로벌 프로젝트로 준비 중이다. 현재 일본 회사와 이야기 중인데 점차 태국, 베트남 등의 시장으로 영상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가장 먼저 일본 회사와 협력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웹툰을 가지고 일본 배우의 일본 배경으로 찍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내수 시장이 얼어있고 힘든 상황이지만 아직 한국 관련된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이 좋은 편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등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