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대전=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구성과정책관과 대변인 등 핵심 요직을 역임했던 유국희 실장이 국립중앙과학관장으로 부임한지 1년이 지났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으로 전국 140여개 국·공·사립 과학관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과학관의 역할·기능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회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데,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다른 과학관을 선도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이를 위해 유 관장은 5개 국립과학관이 힘을 모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사이버 과학관인 ‘통합사이버전시관’을 2022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022년 말 통합사이버전시관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5대 과학관의 분야별 역량을 모아 메타버스 등 실감형 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실감형 과학 놀이터’인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유 관장은 5개 국립과학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는데 그 일환인 것이다.

그는 과학관 소장품의 디지털화, 통합사이버전시관 구축 등의 과학관의 ‘디지털 전환(DX)’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과학관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을 직접 방문해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국립중앙과학관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소감 부탁한다

"지난해 4월 13일, 국립중앙과학관에 부임했을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월부터 휴관 중이었고, 일부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후 5월 6일 재개관 이후에도 관람객 수는 전년의 약 10~20% 정도로 급감했고, 이후에도 2번의 휴관과 재개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화했지만,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사회문제가 우리의 일상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었고, 이러한 사회변화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다. 이에 따라 과학관도 그 기능과 역할이 급격히 확대됐고, 취임 이후 약 1년간의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질 정도로 과학관 직원들과 함께 많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2022년까지 구축 예정인 통합사이버전시관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코로나19로 인해 과학관에 큰 변화가 생겼다. 환경변화에 따라 미래 준비의 첫 걸음 과정으로 보면 된다. 기존 오프라인 방식에서 온라인 콘텐츠로 급격하게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온라인전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중앙(대전), 과천, 부산, 광주, 대구 등 국립과학관 5곳이 있는데, 대표 사이버과학관에 대해  5개 과학관이 협의체를 통해 공동합작으로 개발을 제안했다.

올해 설계를 하는 시작점이고, 작년에 기획재정부 등에 예산 신청을 했다. 내년까지 구축해, 이르면 2022년말 늦어도 2023년 초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단순한 사이버 공간 전시가 아닌, 쉽게 말하면 RPG(역할수행게임) 형식으로 이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사이버 전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나 영국의 사이언스 뮤지엄을 넘어서는 사이버 전시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종의 마이(MY) 뮤지엄으로 AR(증강현실)을 통한 곤충 수집 등 나만의 과학관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나만의 뮤지엄 방식을 통해 사이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이다." 

-다른 과학관과의 네트워크 협력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있나  

"현재 과학관이 소장한 다양한 자료를 공유‧활용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표준관리시스템’을 개발‧보급해 과학관 간 소장품 교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공·사립 과학관이 146개다. 이 과학관들이 자연서 포본 전시품 등 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 과학관들이 DB(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서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시스템 구축도 하면서 플랫폼을 확장하고, 활용·통합을 할 계획이다. 국내 과학관들과 교류 협력을 통해서 상호 및 상생,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통해 관람객에세 혜택을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과학관 관장들의 소통창구인 ‘과학문화사랑방 포럼’이나 종사자 간 교류의 장인 ‘과학관 상생발전 워크숍’을 개최해 공동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과학관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세히 말하자면 과학관 현황조사를 통해 과학관 운영 실태 조사로 과학관 발전전력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과학관 상생발전 워크숍을 통해 과학관 종사자 간 교류의 장을 마련으로 종사자 역량강화 및 상생발전을 추진한다. 과학문화사랑방 포럼을 통해 과학관장 포럼 정기 운영으로 과학관 동반성장을 모색한다. 또한 과학관 운영 전반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해 과학관 운영 활성화를 지원할 생각이다. 과학관 온라인 수업으로 중‧소규모 과학관의 온라인 교육활동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다. 과학관 온라인 투어로 중‧소규모 과학관 온라인 홍보영상 제작 및 활용을 지원할 것이다. 과학관 종합 안내로 과학관의 활동 종합 안내를 위한 홈페이지 운영 및 e-소식지를 제작한다. 

또한 다양한 최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작년부터는 우리 주변에서 3D프린터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메이커들과 함께 ‘과메기전(과학관과 메이커들의 기발한 전시)‘을 개최했다. 올해 연말에는 ‘과학, 일상다반’이라는 이름으로 로봇 기업들과 협업한 특별전을 기획 중인데, 가까운 미래에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민간의 최신 로봇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퇴임 후 국립중앙과학관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나 

"이야기가 있는 과학관이 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과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는 과거의 나열식 콘텐츠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우리 과학관이 가지고 있는 소장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부 연구직 직원들이 발굴해 ‘국립중앙과학관 자료실’에서 제공하고 있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장품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어서 영상제작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수장고에 잠들어있던 80만여 점에 달하는 국립중앙과학관 소장품 중 58만여 점을 3D프린팅 데이터 등으로 디지털화해 ‘국립중앙과학관 자료실’을 통해 대중에 공개할 계획이다. 과학관 통합 앱을 개발해 이용자들이 현장에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과학관의 디지털화에 힘쓰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과기정통부의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디지털 뉴딜, 디지털 포용, 탄소중립, 코로나19 대응이 4대 키워드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국립중앙과학관은 정부 정책을 적극 동참‧이행하는 동시에 국민께 과학과 관련된 주요 정책이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창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소장품의 디지털화, 통합사이버전시관 구축 등의 ‘과학관의 디지털 전환’이나 지난 4월 20일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함께 개최하고 있는 ‘데이터와 미래展’도 디지털 뉴딜 정책에 동참하고 국민께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5G 28㎓를 과학관 내에 선제적으로 구축하고자 과기정통부 및 통신사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디지털 포용 시대에 발맞춰 최근 새로운 이슈인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의 함양을 위한 교육도 확대하고자 한다. 작년부터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탐구 프로그램’을 개최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AI에 대해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해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AI윤리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중‧장년 및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도 구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 등 국립중앙과학관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나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뉴딜, 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최근 전시‧체험환경은 급변했다. 전국 140여개 과학관 대부분은 영세한 공‧사립 과학관으로,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런 과학관들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과학문화사랑방 포럼’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무회의를 통해 구체화해 중‧소 과학관의 비대면 영상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과학관 온라인투어’, ‘온라인 과학수업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외에도, 전국 과학관들의 공동 홍보를 위한 전국과학관 e-뉴스레터 발간 및 전국과학관길라잡이 홈페이지 운영, 과학관 운영에 관한 컨설팅 등 다양한 과학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관 운영의 디지털 전환(DX)도 추진한다. 과학관 관람객 특성 파악을 위해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관람객 성별, 연령, 선호도, 동선, 전시품 머무르는 시간 등 데이터가 쌓일 경우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훌륭한 전시 기획이 나올 수 있다.올해 통합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 관람 등을 이미 할 수 있는데, 작년 말에도 QR을 통한 서비스 해설까지 나왔다. 이를 더 강화할 것이다. 이처럼 특성화된 솔루션은 다른 과학관도 벤치 마킹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과학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정부나 국립중앙과학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가 중요하고, 이는 과학문화가 발전할 때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과학문화의 성장을 위해 과학문화가 변화할 미래를 내다보고 나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 과학기술 집적지역인 대덕특구 일대를 ‘지붕 없는 과학관’으로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지붕 없는 박물관(에코 뮤지엄)은 지역 고유의 문화, 건축유산, 자연환경 등을 보존해 현지에서 전시하는 모델로, 건물을 지어 유물·소장품을 전시하는 전통적인 박물관의 대안 모델이다.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프랑스 알자스 에코뮤지엄, 일본 아사히마치 등이 있다. 

과학문화를 중심으로 대덕특구 인프라를 연결해 전시·교육·공연 등으로 국민과 소통·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고, 국민들이 국가 R&D성과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체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덕특구가 우리나라 대표 과학문화 중심지로 발전, 국민의 과학적 소양을 함양시키는 발판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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