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케이블TV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과 차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이른바 케이블TV) 지역채널에 법적 지위와 공적 역할에 상응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성 등 케이블TV만의 핵심가치를 발굴해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발표 및 공청회를 통해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를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정부의 유료방송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이 회장은 SO의 지역성 구현에 잘 부합하고 무엇보다 확장성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 SO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장치 마련을 위해 중소SO지원법안을 국회에서 민생법안으로 분류해 우선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지난 28일 충정로에 위치한 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이 회장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케이블TV협회장 취임한지 4개월을 앞두고 있는데요.

"직장생활 대부분을 미디어업계에 종사해 왔지만 지난 4개월간 유료방송산업은 또 다른 생태계 논리가 작용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료방송 생태계에서 케이블이 생존하고, 또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물을 가지고 회원사와 소통하고 국회와 정부 등을 방문해 업계의 현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체돼 온 여러 가지 정책적 논의를 수면위로 떠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지요. 미디어정책이란 것이 자칫 정국 일정에 후순위로 떠 밀려서 실기를 했던 여러 사례를 안타까워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책과제 외에도 케이블TV가 OTT로 대변되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인해 올드한 매체로 상품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게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케이블TV도 4차 산업혁명과 5G시대를 관통하는 기술접목으로 계속해서 진화 중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매체별 특징이 있는 것이지 케이블TV가 마치 아날로그 시대의 매체로 전락해 있지는 않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습니다." 
 
-임기내 바꾸고 싶은 것,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현재 역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첫째, 끊임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DX)의 추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DT는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도 머싱러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아직도 DT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조금 앞서 있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듯이, 조금 뒤쳐져 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해서도 안되는 시대입니다. 우리의 핵심가치를 잘 설정하고, 이를 디지털 생태계에 적합한 어프로치와 콘텐츠로, 즉 DT를 통해 잘 서비스하면 재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둘째는 케이블TV 지역성의 재정립입니다. 케이블TV 출범당시 지역독점에 대한 의무 부과로 시작된 지역채널은 이제 미디어 환경이 변화된 만큼 의무 뿐아니라 권리 및 지원 방안도 논의돼야 합니다. 지역독점이 깨진 상황에서 의무서비스로 지위가 머물러서는 안되고 제대로 된 법적지위를 부과하고 지원도 함께 따라야 지역발전을 위한 미디어 파트너로서 작용하길 기대했던 원래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우리 지역채널의 해설논평은 지역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커머스 방송 허용도 지역경제, 특히 전통시장 등 우리동네 경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글로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로컬도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화시대에는 로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중소 SO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장치 마련입니다. 케이블TV는 기본적으로 지역미디어입니다. 권역별 단일SO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미디어의 다양성 구현이라는 방송정책의 큰 줄기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소SO지원법안은 비쟁점 법안인 만큼 국회에서 민생법안으로 분류해서 우선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 간에 선순환 구조를 위한 노력입니다. 과거 케이블과 케이블PP만이 플레이어로 있으면서 수년간 쌓아온 신뢰와 규칙이 아쉽지만 나름의 생태계를 이끌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케이블TV협회가 일종의 `마켓‘의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최근 들어 다 플랫폼 환경과 글로벌 사업자의 등장 등은 이 같은 관행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고 승자 독식의 환경으로 치닫을 우려가 있습니다. 정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논의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지만 사업자 나름대로 관련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허용 가능한 거래관계와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회도 소통의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케이블TV를 비롯한 미디어산업 전체가 처한 급박한 현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회원사와 소통하고 있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과제에서 회원사와 소통하는 주요 아젠더는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좀 더 큰 틀에서 보자면,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획정에 대한 변화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몇 년간 케이블TV는 M&A를 거치면서 지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마케팅에서 열위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 점유율에서 몇 년 사이 후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의 품질에는 거의 차이가 없고 오히려 지역서비스에 있어서는 사업자별로 빅데이터와 AI가 접목된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의 독점서비스가 깨지고 IPTV와 합병된 사업자가 나온 상황에서 케이블TV만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케이블의 지역가치와 다양성이 미디어 산업에서 영속적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케이블TV라는 기존의 틀에 갇히지 말고 보다 큰 틀에서 미디어산업이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회원사들과 많은 의견 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료방송 제도 개선 방안에서 지역채널 라이브 방송 서비스 규제 완화가 화두입니다. 이것은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이후에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상황인데요. 기대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SO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규제 완화입니다. SO의 지역성 구현에도 잘 부합하고 무엇보다 확장성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커머스방송을 홈쇼핑 채널로 오인하시면서 일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SO의 커머스방송은 방송운용시간과 횟수에 있어 매우 한정적이고 홈쇼핑 상품과도 차별화된 지역특화 상품과 중소기업체 지원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는 점에서 살펴봐 주셔야 합니다. SO도 수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SO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하는 등의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지난 실증특례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참여했던 지자체와 지역 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도 바로 이런 점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SO도 IPTV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케이블TV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미 IPTV가 인수 합병을 통해 SO의 사업권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역으로 SO에서도 IPTV의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당연한 행정조치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양방향 서비스 등 많은 부분에 있어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고 케이블TV가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끊임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요. 케이블TV와 IPTV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이용자의 인식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입니다. 오히려 최근 확장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탈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누구?

이 회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뉴욕특파원, 경제분야 에디터, 편집국장을 거쳐 연합뉴스TV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에는 2년간 국회방송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2009년 관훈클럽 감사로 활동했다. 이어 지난 3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12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 회장은 2024년 정기총회 개최일(통상 2월 말)까지 3년간 협회와 케이블 업계를 이끌게 된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오랜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케이블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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