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지난해 기업용 인공지능(AI)을 주특기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처음으로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솔트룩스가 2021년 과감한 변신을 준비 중이다. B2B를 넘어 올해는 개인 사용자 대상 AI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B2C 사업과 관련해 솔트룩스는 한국용이 아닌 글로벌 퍼스트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업용 솔루션 팔던 회사가 B2C 서비스를, 그것도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내놓는 것은 큰폭의 변화다. B2B와 B2C는 사업의 DNA가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스스로가 B2C로의 확장에 대해 '실험과 도전'이라 말하는 이유다.

솔트룩스는 지난해 출시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AI 플랫폼인 AI 클라우드 사용자 확산과 비즈니스 파트너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생태계 확산 일환으로 솥트룩스는 최근 전문 투자 회사인 솔트룩스벤처스를 설립했다. 단순 업무 제휴만으로는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고 결국 서로 피를 섞는 자본 제휴를 해야 의미 있는 협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가 변화와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와 AI 시장 전반적인 트렌드와 올해 주요 목표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최근 솔트룩스벤처스를 설립했다.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외부에서 보면 갑작스러운 일처럼 보이지만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실 2년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솔트룩스는 지난 2년간 12개 회사들에 투자했다. 이중 두곳은 이미 엑시트(EXIT)를 했다. 한 회사는 상장했고 다른 한 회사는 인수합병(M&A)됐다. 꾸준히 투자를 해오면서 유명 기업을 발굴하고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솔트룩스벤처스를 설립하게 됐다.

다른 벤처캐피털(VC)들은 자본이익이 목표지만 솔트룩스벤처스는 다르다. 물론 투자에 따른 자본 이익을 바라지 않는건 아니지만 우선순위는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생태계 확산이 먼저다. AI는 원천기술이다.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서비스와 융합되어야 한다. 융합은 솔트룩스가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 파트너가 필요하다."

-어떤 스타일의 파트너를 주목하나?

"파트너십은 다양한 회사들에게 열려 있다.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나 AI를 잘 쓸만한 회사들도 있다. AI를 잘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구나 데이터를 공급하는 회사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지난해 스타워즈를 모토로 스타트업워즈라는 대회도 열었는데, 로보틱스 프로세스 자동화(RPA)부터 AR, VR, 데이터 분석,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개 가량의 회사들이 몰렸다. 몇개 업체들에는 투자도 진행했다."

-개인용 AI 시장은 발전이 빠른 것 같다. 하지만 기업용 AI 혁신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AI를 제대로 쓰는 곳이 많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엔터프라이즈와 공공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는 과정은 크게 3단계다. 첫번째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AI가 더 잘하거나 근접한 수준으로 해내는 것이고, 세번째 단계는 AI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단계들은 순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개별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1단계는 확산이 시작됐고 2단계는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3~5년에 걸쳐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 3단계는 앞으로 5년 이후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현재 기업에서 AI 적용은 1단계라고 보고 있다."

-2단계와 3단계로 볼 수 있는 사례들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을 꼽는다면? 

"2단계는 인간이 하기 어려웠던 혁신을 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두가지 사례를 들고 싶다. 국내 의료 AI 업체 뷰노는 AI를 활용해 암 등 임상 진단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람이 하면 10시간 걸릴 걸 2시간 안에 해낼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내놓은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인 알파폴드도 2단계 AI 적용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하면 시간은 3년 걸리고 정확도는 60% 수준 밖에 안됐는데 알파폴드는 1주일만에 3차원 단백질 구조를 92~93% 정확도로 분석했다. 생산성 향상 수준을 뛰어넘은 케이스다.

농업 분야도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눈에 띄는 사례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농업 분야에도 대규모로 AI가 도입되고 있다. 대형 트랙터가 자율주행을 하면서 어떤 잡초가 있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농약을 뿌린다. 농작물이 시들어 있으면 비료를 맞춤형으로 배포한다. 물이 필요하면 물을 준다. 이런 일들은 사람이 판별하기 어렵다. 3단계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수준이다. 지금은 고민이 시작되고 이런저런 시도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솔트룩스도 지난해 SaaS 형태 AI 서비스 플랫폼을 내놓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추진 중이다.

"AI 클라우도도 변화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AI 클라우드는 AI를 쓴 만큼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5년 이상 보고 하는 사업인데, 올해는 사용자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AI 클라우드에 기반한 SaaS들도 준비중이다. 우선 AI 컨택센터다. 그동안 금융권과 공공 기관들을 상대로 AI 컨택센터를 솔루현 형태로 제공했는데, 올해는 SaaS 사업도 본격화할 것이다. AI 컨택센터는 한국에서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어 데이터 만큼은 솔트룩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AI 컨택센터 외에 AI 클라우드를 기반으로한 B2C 서비스도 올해 하반기 출시한다. 2년 정도 준비해왔는데,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 퍼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 시장 공략에 주력해온 솔트룩스 입장에서 B2C 시장은 새로운 영역이다. 어떤 서비스인가?

"개인 전용 AI 서비스다.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사용자에게 적합한지 판단하고 신뢰도를 예측한다. 연관 정보와 주제들을 분석하고 주제와 관련된 저명인사나 구루들도 추천한다. AI 기반 서비스인 만큼 쓰면 쓸수록 똑똑해지는 구조다. 7월 예정하고 있는 솔루션 컨퍼런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AWS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들도 자체 AI 플랫폼을 내놓은지 오래다. 규모를 앞세운 글로벌 공룡 기업들을 상대로 차별화가 가능한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AI 기술은 주로 비전(Vis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한국어 지원 측면에선 특히 그렇다. 솔트룩스는 대화형 AI와 자연어에 집중한다. 대규모 한국어 데이터도 확보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어 만큼은 품질에서 앞선다고 본다. 현재 운영 중인 AI 클라우드는 쿠버네티스 기반으로 구현돼 솔트룩스 자체 인프라와 멀티 클라우드를 지향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인프라 종속 없이 다양한 환경에서 솔트룩스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에 대한 강점은 해외 진출 측면에서 보면 단점일 수도 있다.

"솔트룩스는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해외에 거점을 확보했다. 11년전에 베트남에 법인을 세웠고 현재 30~40명 가량의 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 법인 설립도 설립했고 일본에선 대형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사실 AI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건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실험적인 측면들도 많다. 솔트룩스의 경우도 올해부터 3년 정도는 해외 무대에서 도전과 실험이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나오는 서비스들은 글로벌 퍼스트, 글로벌 네이티브가 될 것이다."

-솔루션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회사들이 서비스 성격이 강한 SaaS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만만치는 않지만 국내서도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회사들 중 SaaS 사업을 성과를 내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더존비즈온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기업이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있다. 고객과 시장이 SaaS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라면 기업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SaaS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정부 주도 사업들에 대해 말들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은 이제 벤치마킹을 할만한 곳이 많지 않은 수준이 됐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지 싶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직접 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모른다고 안하는 것 보단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더라도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 낫다. 디지털 뉴딜이나 데이터 댐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 자체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방법을 놓고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이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누구?

이경일은 대표는 인하대학교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LG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1년 자연어 처리 업체인 시스메타를 설립했다. 2003년 모비코인터내셔날 주식회사와 합병해 2005년 8월부터 '솔트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솔트룩스는 소금(솔트)과 빛(룩스)이라는 뜻이다. 기계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정보와 언어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지식을 소통하는 세상을  표방하고 있다. 이경일 대표가 창업은 처음이 아니다. 대학원 시절 첫 창업을 했고 LG전자에 입사하면서 회사를 매각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2000년 솔트룩스 전신인 시스메타를 설립하는 시드머니가 됐다.

이경일 대표는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로 있으면서 디지털정부혁신 범정부TF 총괄위원, 총리직속 공공데이터전략위 위원,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위원,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자문위원, 인공지능산업협의회 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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