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씨이랩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이우영 씨이랩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디지털투데이 한민옥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급진전할수록 그 근간인 대용량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잘 설계된 AI 알고리즘이라도 기초 데이터가 잘못됐다면 제대로 된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동시에 올린 흑인과 백인 중 주로 백인사진을 섬네일(이미지 축소판)로 채택해 인종편향 시비에 휘말리고, 구글 포토 앱이 흑인여성을 고릴라로 분류한 사고는 잘못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가운데 10년 넘게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영상분석만 한우물을 판 기업이 있다. 씨이랩(대표 이우영)이 그 주인공.

2010년 7월 설립한 씨이랩은 ‘데이터 중심(Data-centric) AI'를 모토로 10년 이상을 대용량 데이터 기술과 영상 AI 기술을 접목하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진입장벽이 높다는 국방을 비롯해 의료, 공공,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AI 영상 분석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 초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코스닥 입성으로 확보한 자금은 인재 영입과 B2BC 서비스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쓸 계획이다.

“씨이랩이 A부터 Z까지 다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영상분석에 집중할 것이다. 엣지 있는 글로벌 AI 리더십을 가져가는 게 목표다.”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씨이랩 창업자 이우영 대표를 만나봤다.

-먼저 코스닥 입성을 축하한다. 상장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내부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목표하는 사업 규모도 증가했고 개발하는 기술의 목표도 최고 수준에서 고민하게 됐다. 코스닥 상장은 내부 임직원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해 주었고, 내부 역량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된 것 같다.”

-대표님은 KT 연구원 출신으로 알려졌다. KT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가. 씨이랩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KT에서는 마케팅전략실에서 로봇사업을, IT기획실에서는 전사데이터통합사업을, 기술전략실에서는 미래전략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씨이랩을 설립한 2010년 7월은 국내외로 스마트폰 중심의 IT변화가 있었다. 미국 남가주대 동문이었던 정대수 부사장과 함께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폭발적인 대용량 데이터를 만들어 낼 것이며 이를 위한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의기투합, 씨이랩을 설립했다.“

-업력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사업성과를 꼽는다면?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사업을 영위하며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을 내재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2014년 미국 빅데이터 기업 호튼웍스와 국내 최초로 기술교류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일본 광고기업 하쿠호도와 공동사업 협약을 진행하며 국내외 빅데이터 시장을 개척했다.

2016년 알파고 붐이 전기였다. 알파고를 통해 우리사회가 AI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듯 씨이랩도 대용량 데이터 기술에 영상 AI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2016년 국방과학연구소의 1000여대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사업을 치열한 경쟁 속에 수주했고, 많은 후속사업을 진행하며 현재까지 영상 AI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은 기술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다. 해당 사업을 수행하며 내부적으로 많은 AI 기술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슈퍼컴퓨터를 위한 AI GPU 활용 솔루션, AI 영상분석 플랫폼과 같은 AI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최초 출시한 GPU 활용 솔루션 ‘우유니’는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 엔비디아(NVIDIA)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6월 국내 SW회사로는 최초로 우수파트너(Preferred Partner)로 승격하게 됐다.

국방분야를 통해 쌓은 자신감은 타 산업분야 진출에도 유리한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부터 대한민국 최초 민간 데이터거래소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KT AI 클라우드 사업자 역할을 수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은행 영업점과 지자체 CCTV의 AI 영상분석 사업 등을 진행하며 다수 산업분야로의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씨이랩의 주특기는 무엇인가.

“씨이랩은 기술기반 기업이다. 혁신기술을 통해 시장을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 씨이랩이 설립 이후로 계속 집중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대용량 영상데이터를 다루는 일이다. 영상데이터는 분석면에서 텍스트나 센서데이터보다 월등하게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데이터가 방대해 이를 핸들링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씨이랩은 영상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에 직접 저장할 수 있는 기술과 대용량 데이터를 분산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프레임워크인 구글의 텐서플로우(Tensorflow) 대비 11배 이상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씨이랩이 추구하는 대용량 데이터 기반의 AI 영상분석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AI 3대 글로벌 리더 중 한명인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학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AI의 구성요소인 데이터와 코드 중 데이터를 개선한 경우 코드 개선에 비해 AI 성능이 월등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이랩이 추구해온 AI 기술방향도 이와 일치한다. AI 성능향상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품질 높은 데이터로 더 빠르게 더 많이 처리하고 가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또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과 AI 데이터 연산처리에 필요한 GPU 자원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품화하며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영상분석 기술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주로 어떤 분야에 적용되는지도 궁금하다.

“앤드류 응 교수가 ‘AI=DATA+CODE(Model)’라고 정의했다면, 씨이랩은 비즈니스 수준의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알고리즘(Model), 인프라(GPU) 3가지의 핵심요소가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고, 데이터를 통해 AI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AI 기업들이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Code 또는 Model)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피처(Feature)를 찾아서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파라미터 값들을 튜닝하는 방법이다. 이는 어떤 선택이 최고의 성능을 내는지 일일이 실험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씨이랩은 이런 방법대신 더 많은 데이터를 투입하고 이 데이터들의 품질을 더 빠르게 높여 AI성능을 향상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씨이랩은 데이터 기반 AI가 미래의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라 확신한다. 이런 믿음 속에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영상분석 플랫폼 ‘X-AIVA(엑스아이바)’를 출시했고, 다양한 분야에 성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항 비행장 수백대의 CCTV를 분석해 비행기가 올바른 비행경로로 이동 중인지, 비행경로 내 조류나 야생동물 충돌사고 위험성이 없는지 등을 판단하는데 적용됐다. 또 의료분야에서는 의사의 질병판단을 도와주는데, 공공분야에서는 사람들의 폭력, 주취, 배회 등의 이상행동을 감지해 범죄를 예방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지점 내 고객의 이동동선을 파악해 어느 창구에 많이 머무르는지, 유통분야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곳은 없는지 등을 분석해 영업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우영 씨이랩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이우영 씨이랩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씨이랩은 엔비디아의 국내 유일 SW 파트너이다. 어떤 의미인가?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GPU 시장점유율 97%에 육박하는 시장 과점 기업이다. 대부분의 파트너사들이 HW 판매업을 영위하는 기업인 반면, 씨이랩은 SW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 우수파트너로 국내 최초 승격했다. 파트너 승격으로 엔비디아 GPU 제품군의 판매권을 확보했고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엔비디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다소 어려움은 있으나 북미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북미는 신기술에 대한 가치를 가장 잘 판단·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은 어디에 쓸지 궁금하다.

“이번 상장을 통해서 씨이랩은 또한번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갖추게 됐다. 확보한 자금은 AI 영상분석 플랫폼 ‘X-AIVA’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AI 영상분석 서비스의 B2C클라우드 고객 확대에 대비한 GPU 시설인프라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대규모 인재 확보에 나서 현재 60명 수준인 인원을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실적 목표와 사업 계획도 밝혀 달라. 

“최근 3개년도 매출액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47%로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전년대비 57% 성장한 170억원의 매출 실적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AI 영상분석 시장은 시장 형성 초기단계로 대부분 실증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산업군별 메이저 고객사를 선점하고 그 축을 중심으로 AI 영상분석 솔루션을 확장 적용할 생각이다.

현재 산업군별 선점한 메이저 고객사의 AI 사업들이 본 사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적용되는 지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유사분야 고객으로 횡전개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영상분석 B2C 서비스 플랫폼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구독형 모델로 빠르면 9월경 가시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계사인 아이튼((Aighten)을 통한 AI 교육사업도 본격화한다.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교육 및 프로세스 개선 등을 진행 중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씨이랩의 실적 성장도 본격적인 개화기에 도입할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씨이랩의 잠재력을 알아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투자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B2BC 서비스, 글로벌 시장 진출 등 계획했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 AI 영상분석의 리더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표님이 그리는 씨이랩의 미래는 무엇인가.

“많은 AI 기업들이 AI 시장에서 성과 창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이 없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씨이랩은 기술기반 회사이지만 연구개발과 동시에 끊임없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실적으로 나타내며 성장해온 회사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롱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AI 기술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인프라를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모든 솔루션을 씨이랩이 갖고 있는지 않다. A부터 Z까지 다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영상분석에 집중할 것이다. 엣지 있는 글로벌 AI 리더십을 가져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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