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NOW] 'CASE'는 잊어라...2020년 모빌리티 핵심 키워드 'Safe-SPACE' (上) 편에 이어
 

[사진: 셔터스톡]

자율주행차(A) 넘어 배송로봇, 목적기반차량까지

A는 자율(Autonomous)이다. 그동안 이 자율 부문과 관련해선 인간의 이동을 담당하는 자율주행차가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국가들이 자택 대기 명령을, 음식점에서는 포장이나 배송만 가능하다는 조치를 내리면서 자율주행 배송로봇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추세다. 이런 관심은 유통, 물류 업체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식품과 소비재 등을 쇼핑, 배송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를 '로보택시'(robotaxi)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자율주행 배송로봇은 '로보마트'(robomart)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량 내부에 조작기가 전혀 없는 레벨4 자율주행 배송 로봇으로는 미국 스타트업 뉴로(nuro)의 R2가 대표적이다. R2는 지난 2월 미연방자동차안전표준 예외 대상으로 확정된 바 있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은 원격 모니터링과 조정이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이지만 미국에선 2021년까지 해마다 2500대씩 공공도로에서의 주행을 허가받았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자율주행으로 이동해 목적지에 도착하고 스마트폰으로 발송된 코드를 직접 입력해 물품을 수령하면 된다. 아마존의 스카웃으로 대표되는 소형 딜리버리 로봇에 대한 관심도 높다. 주로 피자나 식품을 배송한다. 

이런 자율주행 배송로봇들이 그동안 개발이 안 됐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배송 과정에서 인건비가 50%를 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배송이 강조되면서 서비스 출시 속도가 빨라진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서 로봇에 드는 비용은 0.06달러인 반면, 사람이 배송하는 경우에는 1.6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에선 연간 3억3300만 달러(약 3580억원)에 달하는 오배송 처리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듯하다.

중국 상해에 등장한 KFC 로보마트 [사진: 앙뜨레프레너(Entrepreneur)]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된 중국 우한에 등장했던 네오릭스의 자율주행차는 병원 의료 용품과 장비 및 음식 배송, 거리 소독 등에 활용됐다.

이전에는 중국 10개 도시 내 대학 캠퍼스, 공원 등 폐쇄된 지역 100여 곳에서만 로보마트 기능을 중심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일반 도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반 자동차에 필수로 설치돼야 하는 윙 미러,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 등 조작기가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은 차폭 1m, 유틸리티 공간 2.4㎥, 최대속도는 시속 50km다. 경사도 20%(약 11.3°) 언덕도 오를 수 있다. 배터리는 클립 장착형으로 1회 교체 시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일반 승용차 수준인 3만 달러로, 네오릭스는 5년 내 1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딜리버리 패턴의 변화 [사진: 로보마트(Robomart)]

뉴로의 R2와 네오릭스 자율주행차들은 목적기반차량(Purpose Built Vehicle)으로도 불린다. 기존 차들과 달리 슬라이드 혹은 스케이트보드라고 불리는 플랫폼에 배터리, 구동 모터를 모듈화해 물류용, 이동용, 편의점, 도로 정비 등에 캐빈을 선택적으로 결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량 생산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전기차 플랫폼과 비교해 원가는 높지만 마이크로 팩토리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고정비가 저렴하다. 스케이트보드와 캐빈을 각각 모듈화하기 때문에 레고와 같이 조립해 작업 효율성이 높다. 인테리어 공간이 넓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한 차량 개발은 완성차 직전 단계 모듈을 납품하는 완성차와 1차 협력업체 간 관계도 변화시킬 수 있어 향후 자동차 생산 및 납품 체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셔터스톡]

카커머스(Car Commerce)와 OTA로 진화하는 연결(C)

'연결'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는 인터넷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또는 차량·사물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량과 차량, 차량과 교통 인프라 등 통신을 통해 안전과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서비스가 그 대상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운전 영역에서부터 이미 인간을 대신하는 센서와 자율주행 기술이 진화하고 있고 전기차도 내연기관을 제거하면서 실내 공간을 확장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업체 혹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로의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지향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설계의 초점이 성능 중심의 하드웨어에서 이용자 경험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2022년까지 소프트웨어 퍼스트(Software First) 조직으로의 개편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디지털 분야 연구 개발을 위한 조직을 출범시키며 2025년까지 전문가 1만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다임러도 머지 않아 소프트웨어 회사로 알려질 것이라고 강조했고 현대자동차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로의 전환을 발표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의존하기보다 '자동차의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춘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변화는 코로나19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용자는 택시나 우버, 리프트 등 운송네트워크기업 서비스 또는 대중교통 사용을 꺼리게 됐다. 여행이 제한되면서 자신이 소유한 차량을 사용하는 비중이 늘고 차박(차 안에서 잠을 자는 캠핑) 등 새로운 자동차 문화 형성으로 개인이 자동차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연결을 진화시키는 핵심은 자동차용 간편 결제 시스템 카페이(Car Pay)와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다.

혼다가 커넥티드트래블과 공동 개발한 드림 드라이브(Dream Drive)나 벤츠의 '메르세데스 벤츠 유저 익스피어리언스' 등을 보면 새로운 인포테인먼트(주행에 필요한 정보와 즐길 거리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차량 내 환경) 시스템에서 강조하는 기능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카페이 시스템이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마스터카드, 위성 라디오 업체인 시리우스(Sirius), 서드파티 업체인 P97 등도 기존 게임과 콘텐츠 구독, 주유와 주차, 드라이브 스루, 음식점 및 생필품 주문 등을 넘어 카페이를 이용한 새 카커머스 시장 구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미래의 자동차 리테일(The Future of Retail)'을 주제로 발표하며 ▲디지털 쇼핑 참여(Engaging Digital Shopping), ▲개인화된 광고(Personalized Advertising), ▲커넥티드 딜러십(Connected Dealership), ▲지능형 오너 어플리케이션(Intelligent Owner Application) 4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가 자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네이버 콘텐츠를 제공하고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협력하기로 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모두는 궁극적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한 가치 창출을 위해 새 커넥티드 경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OTA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2012년 9월 테슬라가 모델S에 처음으로 OTA를 적용한 후 GM, BMW, 볼보, 벤츠 등이 2017~2018년에 이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2022년 모든 차종에 OTA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OTA는 차량의 소프트웨어,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원격 진단이 가능케 하는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능이다. 컨설팅 업체 퓨처브릿지(FutureBridge)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 차량의 98%가 커넥티드화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완성차 업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비중 변화 [사진: 퓨처브릿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이 하드웨어 개발에 90%, 소프트웨어 개발에 10% 비중을 뒀다면 2030년에는 이 비중이 50대 50으로 동일해지며 이들 기업이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공급자에서 소프트웨어 공급자로 전환할 거란 관측이다.

특히 자동차에서 파생되는 가치가 현재는 하드웨어에서 85~90% 수준인데 2030년도에는 이 수치가 30~40%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는 8~10%에서 40~50%로, 콘텐츠는 3~5%에서 18~22%로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 앞으로 연결의 가치는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동차 내에서 안전하게 콘텐츠와 카커머스를 활용하기 위한 홍채인식, 제스처 인식, 안면 인식 등 자동차와 탑승자를 연결하는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수단들의 발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결'의 확장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판매 감소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 업체들이 과거처럼 차량 판매만으로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라는 점을 깨달은 데서 비롯됐다. 이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전기차나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새롭게 도전하는 수익모델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 개화한 전동화(E)  

마지막 키워드인 E는 전동화(Electrified)다. 전기차에는 기존에 있던 내연 기관이 사라지면서 차량 내 인테리어 공간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는 자율주행차나 목적기반차량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도 간주된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블룸버그NEF에서 발간한 '2020 전기자동차 아웃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2025년에야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2019년 210만대에서 2025년 850만대로 증가하고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0년 2.7%에서 2025년 10%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 타임라인 [사진: 딜로이트]

테슬라의 독주를 꺾겠다는 목표로 주요 완성차와 전기차 업체들이 2022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500종 이상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선언(Net Zero, 넷제로)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격전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 GM의 BEV3와 함께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경쟁 포인트는 충전 에코시스템 구축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2018년과 비교해 2020년에는 전기차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이 가격 중심에서 충전 시간과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변했다. 이는 그만큼 전기차 시장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전기차 구매와 관련한 2018년과 2020년 소비자 우선순위 비교 [사진: 딜로이트]

영국 차량 관리 전문 업체인 벤슨 오토모티브 솔루션(Venson Automotive Solutions)이 지난 4월 설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5%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기차 소유에 대해 재평가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들 중 19%는 현재 회사와 개인이 소유한 다음 차의 19%는 전기차, 나머지 26%는 5년 내에 전기차를 소유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9월 동일한 조사를 진행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단 설명이다.

Safe-SPACE 시대를 대비하라! 

이번 모빌리티NOW에선 기존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CASE가 어떻게 Safe-SPACE로 진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짚어봤다. CASE와 마찬가지로 Safe-SPACE의 각 알파벳이 담고 있는 의미는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호 가치사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해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시장 형성과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발빠르다. 지난해 말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2025 전략을 발표했고 공유 킥보드 서비스 제트(ZET), 수요응답형 버스 I-MOD 시범 서비스를 가동했다. 올 8월에는 자율주행 레벨4, 5 개발을 위해 앱티브와 미국 현지에 조인트벤처 모셔널을 공식 출범하고 목적기반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이포레스트(E-Forest)도 추진했다.

아울러 2022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차종에 엔비디아 차량용 반도체 및 OS 시스템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하기로 했고 지난 11월에는 네이버와 콘텐츠와 서비스 관련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조성을 발표하는 등 빠른 속도로 CASE 생태계를 완성해 글로벌 경쟁 기반을 마련했다. 

[사진: 셔터스톡]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새 기술과 시장 형성을 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비교해 현대차와 같은 패스트 팔로우어(Fast Follower)는 퍼스트 무버의 장점과 문제점, 시행 착오들을 벤치마킹해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듯 보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빌리티 산업에서 미래 시장에 대한 고민과 실험은 계속 돼야 한다. 여기에 이제는 CASE를 넘어 Safe-SPACE를 고려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들도 급변하는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조직 설계에 대한 고민을 필수로 해야 한다.

2021년 글로벌 시장은 전기차 경쟁 시작,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에 대한 기대, 죽스(Zoox)를 인수하고 중국 위라이드(WeRide)와 협력하고 있는 아마존과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 등이 예상된다.

국내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티맵모빌리티와 쏘카가 도전장을 던졌고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와 안전, 사용성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통합이동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위한 기업들 간 협력과 갈등도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과 국내 시장에서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이 공통 변수로 작용해 기업들의 전략과 산업 진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전문가들도 모빌리티 산업을 장밋빛 전망으로 바라보던 시대에 언급되던 CASE에서 한 단계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해 Safe-SPACE는 CASE와 비교해 보수적인 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Safe-SPACE를 바탕으로 새 논의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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