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2015년부터 매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당국(DMV)은 자율주행 테스트 보고서(California's Autonomous Vehicles Disengagement Reports)를 발간하고 있다. 약 1500대의 자율주행차로 가장 많은 테스트를 진행하며 유일하게 정형화된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관심이 크다.

보고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업체 목록과 차량 수, 월별 운행거리, 자율주행 중 차량 고장, 인공지능 오류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하는 세이프티 드라이버(Safety Driver) 개입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특정 업체 테스트 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다.

특히 많은 관심이 큰 데이터는 업체별 총 테스트 운행 거리와 자율주행 모드 주행 중 운전자가 차량 조작에 개입하는 빈도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 평가 기준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개입 간격이 길수록 자율주행 기술이 안정되고 안전하다는 것. 

2020년 데이터는 다른 해에 비해 더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택대기 명령으로 자율주행 시험운행이 중단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시험운행을 중단한 기업들은 과거 주행 데이터를 유튜브에 공개하거나 시뮬레이션에 집중했었다.

올해 공개된 2020년 보고서에서 주목을 받은 업체는 역시 웨이모와 크루즈다. 보고서를 제출한 29개 업체 가운데 총 주행거리 100만km, 자율주행기능 해제 평균 거리 4만5000km가 넘는 기업은 두 곳이 유일하다.

전체 시험 운행 거리는 크루즈가 약 123만2079km, 웨이모가 100만6142km로 나타났다. 크루즈 시험 운행 거리가 약 23만km 정도 더 길다. 3위는 포니닷에이아이 36만794km, 4위는 죽스 16만4034km, 5위는 8만8592km를 시험 운행한 누로로 나머지 기업들과는 격차가 큰 모습이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자율주행 시험운행 결과 업체별 정보 [자료: thelastdriverlicenseholder] 

자율주행 기능 해제 건수는 웨이모가 27회, 크루즈는 21회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각각 4만7911km, 4만5632km마다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자율주행 기능에 개입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입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자율주행 중 백업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충돌이나 법규 위반 또는 기타 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감지하고 안전을 위해 백업 드라이버 개입을 요청하는 상황,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과 같이 민첩하게 정지·방향전환·우회 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안전과 관련은 없지만 다른 차량을 배려한 상황, 자율주행을 일시 중지하거나 세이프티 드라이버의 휴식과 교대 등 자율주행 기능이 처리할 수 없는 시점에서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 등이 포함된다.

 

2015~2020년 웨이모와 크루즈, 애플의 자율주행 해제 간격

 

"마케팅용" 비판...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은? 

캘리포니아 교통당국(DMV)도 불만은 있다. 공보담당관 마틴 그린스타인(Martin Greenstein)은 IT전문지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시험운행 허가 업체들은 서로 다른 목표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방식과 위치, 조건 등이 모두 다른 속에서 시범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며 "보고서 결과로 기업간 기술 능력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보고하는 정보로, 마케팅 리포트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당연히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웨이모 등록 차량 전체 239대 가운데 67대는 시험 운행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차량의 주행 거리는 0마일로 보고됐다. 0.1마일을 주행했다고 보고한 차량까지 합하면 투입 대수는 172대로, 차량별 시험운행 거리와 차이가 크다. 차량별 시험 운행 목적과 장비 세팅, 정비 상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크루즈는 등록 차량 137대 모두를 고르게 운행해 웨이모와 운행 패턴에 많은 차이가 있다. 2019년 웨이모는 총 148대로 145만4137km를 시험주행했다. 세이프티 드라이버 개입은 1만3219.4km마다 발생했다.

2020년 4~5월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체적으로 시험운행을 중단시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실적을 공식적으로 0으로 보고했음을 감안하면 웨이모는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시험운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는 2019년 218대 차량으로 총 주행거리 83만1040km를 기록했다. 개입은 1만2221.2km마다 발생했다. 이와 비교하면 2020년에는 차량 대수와 운행 거리는 대폭 줄였지만 등록된 시험운행 차량이 골고루 운행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면 시험운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시험지역을 늘렸거나 중점 시험운행 지역을 바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웨이모와 크루즈 모두 세이프티 드라이버 평균 개입 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최근 현대기아차,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설로 관심이 집중된 애플은 2019년보다 2배가 넘는 3만264km의 주행 테스트를 완료했다. 등록 차량은 69대, 실제 시험 운행 투입 차량은 40대다.

이는 애플이 꾸준히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 자율주행 중 기능 해제 거리는 114.66km로 웨이모, 크루즈와 적지 않은 격차가 있다. 

 

참여하는 업체들도 보고서에 대해 불만이 있다.

웨이모는 2000년 캘리포니아 교통당국 발표 후 '세이프티 드라이버 개입' 지표가 웨이모 드라이버(웨이모 자율주행시스템)의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웨이모 차원에서의 시뮬레이션,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주행 결과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반영된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웨이모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제한된 인원만 탑승가능한 얼리라이더 프로그램(Early Rider Program)에 이어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 웨이모 원(Waymo One)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자율주행 탑승을 허용했다.

2020년 10월 웨이모는 안전보고서(Safety Report)를 공개하면서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서 2019년 이후 경미한 사고 18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평균 운행거리 54만5567km 간격으로 한 번씩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1건은 추돌 사고, 8건은 사람에 의한 실수가 원인이다.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33만8100km 간격으로 29회 개입해 사고를 예방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산하면 전체 주행거리는 약 98만5000km 수준이다. 전체 주행 거리가 약 98만5320km로, 2020년 캘리포니아 전체 주행거리 100만6142km와 비슷하다.

단 세이프티 드라이버 개입 간격은 4만7911km인 캘리포니아주와 비교해 7배나 길다는 점은 자율주행 운행 환경이 당연히 주행 수행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한다.

 

크루즈의 주장처럼 도로가 복잡하고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이 외곽 지역보다 운전하기 40배 이상 어렵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캘리포니아 데이터만으로 특정 업체의 자율주행차 안전과 성능을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웨이모는 특히 애리조나 챈들러 지역에서 백업 드라이버가 탑승하지 않은 자율주행차를 포함, 300~400대 규모의 웨이모 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보다 이용자 경험 등에서는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웨이모는 이미 2020년 10월 자율주행 헤일링 상용화 서비스를 이 지역에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탑승자들의 비디오 등이 공개되기 시작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크루즈도 2020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 자율주행차 300대가 투입되고 있다고 밝혀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주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당국 보고서는 자율주행 업체를 평가하는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업체 평가 등을 위해서는 다른 데이터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보고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는 2020년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음에도 공공도로에서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캘리포니아 교통 당국에 보고했다.

테슬라는 이미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베타를 출시했고 올해는 구독제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테슬라가 과연 캘리포니아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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