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하반기 통신 업계 최대 이슈였던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2022년까지 5G 기지국 12만국을 구축할 경우 5년 기준 3조1700억원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현재 시점으로 LG유플러스 2G 주파수 대역을 제외한 나머지 주파수 재할당 대역을 통신3사가 납부하고 있는 것을 5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는 약 4조2000억원 수준이다. 약 1조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처음에 15만국으로 투자 옵션을 정했지만 이통사와 협의 끝에 12만국(로밍 공동구축 포함)으로 완화했다.

정부가 5G 투자 옵션을 꺼내들고 LTE 과거 경매사례를 참고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번 3G · LTE로 사용됐던 재할당 대상 주파수는 2.6㎓ 대역 이하로만 구성됐다. 전파는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회절력이 뛰어나다. 5G 전국망인 3.5㎓ 대역은 미드(중)대역으로 2.1㎓ 대역 이하인 로우(저)대역보다 회절력이 좋지 못하다. 현재 5G는 LTE와 연동되는 NSA(논스탠드얼론, 비단독모드)다. 다시 말하면 현대 5G 역시 2.6㎓ 대역 이하 LTE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번 주파수 재할당에 과거 LTE 경매사례를 참고한 이유기도 하다.

백연식 기자

현재 이통사는 5G 핫스팟 용인 28㎓ 대역에서 5G 기지국 구축에 나서고 있지 않다. 5G 기업간거래(B2B) 유스 케이스(Use Case, 활용사례)가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논리대로라면 5G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역시 차별적인 유스 케이스가 나오지 못했다. 이 뜻은 5G 전국망 구축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5G 고가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높이려고만 하고 있고, 5G 투자는 미진한 편이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5G 기지국 구축 역시 늦어지고 있다.

5G 전국망이 늦어진다는 것은 LTE 수명이 훨씬 더 오래간다는 뜻이고, 주파수 회절성이 우수한 현재 LTE로 이용 중인 저대역 주파수 가치는 현재나 미래나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이통사가 5G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LTE 전국망을 오래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정하면서 왜 5G 투자 옵션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정부는 LTE 주파수 대가를 올려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5G 투자에 맞춰 재할당 대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기존의 과기정통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나름 이유가 있다. 디지털 뉴딜에 중요한 5G 인프라 확산을 위해 이통사들이 5G 네트워크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정책에 버무렸다.

정부는 5G가 디지털 사회,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고속도로라고 판단했다. 5G 조기 상용화가 국내 장비사들의 경쟁력을 올려놓은 것처럼 5G 보편화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5G 투자 유도를 통해 5G 전국망 완성 시기를 단축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는 정부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최저가 3.17조원 전제 조건인 5G 투자 옵션으로 15만국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통사와의 협의를 통해 12만국, 로밍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실상 10만국으로 낮췄다. 이 또한 이통사의 5G 투자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각 이통사가 5G 투자 옵션인 12만국을 2022년까지 구축할 경우 5G 전국망은 상당부분 완성된다. 정부는 예전부터 주파수 재할당시 이용자보호와 서비스 연속성, 주파수 적정가치를 환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5G 투자 옵션을 통해 5G 보편화를 앞당기고 5G 전환 가속화로 LTE 사용자가 상당히 줄어든다면, LTE 주파수 가치는 내려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정부는 원칙을 그대로 고수한 것이다.

이번 주파수 재할당 정책에서 주요 키워드는 5G 보편화 및 디지털 전환 대응이다. 이걸 위해 정부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정부와 이통사가 옵션 조정(15만국→12만국)을 통해 극적 합의를 이룬 것은 맞지만 이통사는 예전부터 별표3(예상 매출액 1.4%+실제 매출액1.6%)에 따른 1.6조원을 계속 주장해왔다.

주파수 재할당 발표에 앞서 정보공개 청구나 경매 방식 요청 등으로 갈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부 역시 예전부터 주파수 대가에 대한 정확한 산식을 공개한 적은 없다.

이번에 불거졌던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제 다음은 5G 주파수 경매다. 5G 조기 전환 및 정부의 주파수 확보 등으로 2.6㎓ 대역 이하 5G 주파수 대역이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정부나 이통사 모두 갈등 양상을 보인 현재를 뛰어넘어, 미래에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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