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콘텐츠기업 CJ ENM의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 창출)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오펜(O’PEN)이다. 오펜은 CJ ENM의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으로, 2017년부터 드라마/영화 작가 분야로 시작해 현재 음악 작곡가까지 지원 역할을 확대했다. 드라마/영화 작가는 3기, 음악 작곡가는 1기까지 운영 또는 운영 중인데, 오펜 출신 신인 작가들이 지상파, 케이블 등을 통해 드라마 분야에 본격 진출한 상황이다.

CJ ENM이 2020년까지 오펜을 위해 투자하는 금액은 총 200억원 정도다. 오펜을 기획한 남궁종 CJ ENM CSV경영팀장을 지난 5일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오펜센터에서 만났다. 이 곳에서는 오펜 3기 및 OB로 불리는 1, 2기 출신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기도 하고, CJ ENM이 제공하는 집필실을 사용한다. 남궁종 CJ ENM 팀장은 어떤 생각으로 오펜 사업을 기획했을까. 그는 드라마 및 영화 업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그만큼 갈증이 컸던 것이 작가 양성이었다고 강조했다. 

남궁종 팀장은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신으로 CJ ENM 전략지원팀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CSV경영팀에서 근무했다. 2016년, 약 1년간 오펜의 준비 및 기획 과정을 거쳤고 2017년부터 오펜 사업이 시작됐다. 

그는 오펜 기획 의도에 대해 “당시 그룹 경영진 및 CJ ENM 경영진에서 경영철학에 따라 산업 생태계를 위한 CSV 기획을 원했다”며 “사람에 집중을 하자는 가이드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나 영화 작가의 경우 스타 작가 소수를 제외하면 다른 분야 대비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입문 과정도 쉽지 않다”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작가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남궁종 CJENM CSV경영팀장이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백연식 기자)
남궁종 CJ ENM CSV경영팀장이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백연식 기자)

드라마 분야의 오펜 작가 선정 과정 및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연초에 오펜 작가 공모가 나오고 심사에만 몇 개월이 소요된다. 한 해에 20명이 뽑히는 오펜 드라마 작가에 약 3000여편이 지원된다. PD, 작가 등 현업인들이 참가하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오펜 작가 20명이 최종 선정된다. 이후 7월부터 오펜 작가 20명이 2인 1조로 미니시리즈 또는 시리즈물 기획안부터 대본 1,2부를 만드는 4개월 과정의 워크숍이 10월까지 진행된다. 보통 작가들은 1인 작업실에서 집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워크숍을 통해 (실제로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면 필요한 과정인) 공동창작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워크숍의 멘토로 이남규 작가(JTBC 눈이 부시게, 송곳 등), 이나정 감독(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KBS 쌈마이웨이) 등이 참여한다.

오펜 작가 20명 중 10명의 작품은 CJ ENM의 단막극 프로그램인 ‘드라마 스테이지’의 대본으로 선정된다. 이 외에도 오펜 1, 2기 작가들은 로고스필름, 삼화네트웍스, 도레미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드래곤 등 국내 유수의 드라마 제작사들과 집필 계약을 맺고 본격 데뷔를 앞두고 있다. 장아미 작가(1기)는 SBS에서 방영 중인 로맨스 드라마 절대그이, 강원영 작가(1기)는 KBS 오피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에 각각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강이헌 작가(1기)는 지난해 12월 MBC 범죄 스릴러 나쁜형사 공동작가로 활약했다. 신하은 작가(1기)는 2017년 tvN 아르곤부터 최근 왕이 된 남자까지 화제작들의 공동집필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박주연 작가(1기)는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tvN 블랙독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CJ ENM은 올해 오펜을 통해 선발된 30명(드라마 20명, 영화 10명)의 3기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 500만원 및 200평 규모의 창작 공간/개인 집필실 제공 ▲국내 유수 연출자 멘토링 ▲전문가 특강 ▲대본 집필을 위한 교도소,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현장 취재지원 ▲단막극 제작 및 편성 ▲영화 시나리오 피칭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에 이어 라이브(Live)의 노희경 작가, 열혈사제의 박재범 작가, 아는 와이프의 양희승 작가 등 베테랑 작가들이 특강에 나선다. 

영화 작가들은 단일 시나리오 피칭행사로는 업계 최대 규모인 오피치(O’PITCH)를 통해 투자·제작 관계자를 직접 만난다. 고스트갑의 김호연 작가(1기), 교환원의 이승현 작가(1기) 등이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했고, 2기 영화작가들도 기획작가 계약을 앞두고 있다.

남궁종 팀장은 “공모전 형태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 데, 공모전의 목적은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며 “상금을 주고 저작권을 일정기간 주최 측에 귀속을 시키기 때문에 작가들의 불만이 있다. 작가들은 상금보다 자신의 작품이 방영되기를 원하는데 5년 정도 대본을 묶어 놓다가 제작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펜은 작가들에게 다른 어느 제작사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권리를 귀속하지 않도록 한다”며 “우리 뿐 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 기업들이 신인 작가들을 육성하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같이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궁종 CJENM CSV경영팀장이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CJENM)
남궁종 CJ ENM CSV경영팀장이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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