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가 들어왔다. 열차에 탑승한다. 동료가 내 옆에 있다. 열차가 출발하는 데 무엇인가 단호한 의지가 생긴다. 나는 적들에게 갇힌 의학박사와 백신을 구출해야 한다. 인류는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열차가 도착했다. 적들이 보인다. 좀비다. 나의 총으로 좀비들을 격퇴한다. 시간이 없다.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건너 엘리베이터에 탄다. ID를 스캔하고 백신을 얻고 박사와 함께 헬기에 탄다. 바람을 즐기며 승자의 여운을 만끽한다. 잠시 눈을 감은 순간 소리가 들린다. “손님, 게임이 끝났습니다. VR 기기를 벗어주십시오” 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너무 몰입했다. 지금까지 기자가 체험한 VR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고퀄리티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수요원이라는 특별한 상상을 제대로 즐긴 것이다.

[디지털투테이 백연식 기자] CJ CGV가 지난 8월, 신개념 체감 VR(가상현실) 노마딕(Nomadic)을 강변 CGV에 오픈했다. 기자가 체험한 노마딕 콘텐츠는 아케이드 기반의 VR 슈팅 게임 ‘애리조나 선샤인: 컨테이젼 Z(Arizona Sunshine: Contagion Z)’다. 버티고 게임즈와 노마딕 플랫폼 맞춤형으로 특별 제작한 ‘애리조나 선샤인: 컨테이젼 Z’는 좀비가 창궐한 비밀단지에서 해독제를 찾고 인질을 구출하는 슈퍼 히어로 내용의 콘텐츠다.
 
이른바 로비 엔터테인먼트라고 볼 수 있다.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체감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로비 엔터테인먼트라고 부른다. IPTV 등으로 영화관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로비 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인 셈이다. CGV에 따르면 노마딕을 서비스하고 나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만족과 매우만족 비율이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매우만족은 69%였다.
 
색다른 VR 경험이었고, 다른 콘텐츠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노마딕 이전에 VR 체험 경험은 ‘없다’가 55%, 1~3회는 34%다. VR 체험관을 영화관에 도입하고 노마딕을 기획한 유영건 CJ 4D플렉스 INNOVATION(이노베이션, 혁신) 기획팀장을 지난 21일 강변 CGV에 만났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노마딕을 기획했을까.
 
유영건 팀장은 CGV로 입사해 그동안 3D, VR 등을 담당하는 신사업기획부문에서 일했다. 이 부문이 지난 2011년, CJ 4D플렉스라는 회사로 분사했고 현재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이노베이션 기획팀에서 팀 리더(팀장)로 일하고 있다.
 
유 팀장은 “4D 효과는 AR(증강현실)·VR 등 다양한 실감 미디어와 잘 어울린다.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Head Mount Display)를 끼고 가상의 세계를 체험할 때, 바람이 불거나 진동이 오는 등의 4DX 효과를 접목하면 실재감·사실감이 배가된다”며 “4DX의 비전이 ‘Immersive(몰입) 엔터테인먼트 리더’이기에 VR·AR과 같은 다양한 몰입경험과 접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영건 CJ 4D플렉스 팀장이 노마딕이 서비스되는 강변 CGV에서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백연식 기자)
유영건 CJ 4D플렉스 팀장이 노마딕이 서비스되는 강변 CGV에서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백연식 기자)

노마딕은 쉽게 설명하면 VR에 4DX를 결합한 것이다. VR 콘텐츠에 텍타일(Tactile, 촉각) 피드백 기술을 접목한 VR존으로 VR HMD와 백팩 PC를 착용하고 약 30평 정도의 공간을 걸어 다니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문과 서랍 손잡이, 승강기 버튼, 전원 레버 등을 직접 작동하며 인터렉티브(Interactive, 상호적인)한 VR을 체험할 수 있다.참고로 노마딕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언차티드 VR(Uncharted VR)사가 개발한 VR 엔터테인먼트다. 현재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노마딕 본점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 제공하는 올랜도 내 어트랙션 중 최상위권(2019년 7월 말 기준 260개 중 3위)을 차지했다.

4DX는 CJ 4D플렉스가 장편 영화 상영관에서 선보이는 오감체험 특별관으로 특수 환경 장비와 모션체어가 결합돼 영화 장면을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바람이 불고, 물이 튀는가 하면 향기까지 나는 다양한 오감 효과를 제공한다. 물(Water), 바람(Wind), 안개(Fog), 비(Rain), 버블(Bubbles), 번개(Lightning), 에어(Air), 진동(Vibrations), 향기(Scents), 티클러(ticklers), 눈(snow) 등 다양한 환경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노마딕의 가격은 20분 러닝타임에 1만5000원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시간에 3만원~4만원으로 미국에 비해서는 국내가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고객에 따라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CGV가 영화관에서 노마딕이라는 브랜드에 VR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도 기존의 VR과 다르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유 팀장은 “VR을 서비스하는 국내 업체들이 VR 이용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퀄리티의 중국산 제품을 들여왔다”며 “국내는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데, 이 점이 코퀄리티의 VR을 고객들이 체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VR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고컬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 업체 찾으려고 미국 등을 수소문했다. 가장 기술력과 콘텐츠가 좋고, 의지가 있는 기업을 찾았고 바로 노마딕을 국내에 론칭할 수 있게 됐다.
 
CJ 4D플렉스는 다른 실감 미디어 역시 준비하고 있다. 그는 “AR을 기반으로 한 로비 엔터테인먼트도 검토 중이고, 원래 강점이 있는 In-Cinema에서의 다양한 상영관 플랫폼을 기획 중에 있다”며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 쇼인 CES에 최초로 부스를 출품해 당사가 추진 중인 혁신 아이템들을 어필하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