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평균 가동률이 1년새 2%p 이상 하락하며 80% 밑으로 떨어졌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가동률을 공시한 143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평균가동률은 78.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0.97%보다 2.17%p 하락한 수치다.

기업들이 설비 투자 등을 통해 생산능력을 늘렸지만 생산실적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향상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 87.54%에 달했던 가동률은 올해는 78.68%로 8.86%p 떨어졌다. 이어 석유화학(3.84%p), 철강(2.6%p), 식음료(0.74%p) 등 순이었다.

반대로 제약(2.94%p)과 건자재(1.17%p), 생활용품(0.81%p),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0.07%p), 조선·기계·설비(0.07%p) 등은 가동률이 상승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세메스가 94.85%에서 32.53%로 62.32%p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세메스는 삼성 계열의 반도체·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 제조업체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둔화로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메스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신규 설비 투자가 주춤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올해 상반기 세메스의 영업적자는 450억원으로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한국콜마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장품 부문 가동률이 지난해 상반기 76.08%에서 올해 53.47%로 22.61%나 떨어졌다. 제약 부문은 55.2%에서 57.8%로 소폭 상승했다.

또 한화토탈(20.43%p), 현대건설기계(18.5%p), 대한전선(18.42%p), LS아이앤디(18.42%p), SK루브리컨츠(17.35%p), 심텍(15.51%p), 사조대림(15.42%p), 서울반도체(14.26%p), 동원시스템즈(12.77%p), 대한유화(12.56%p), 휴비스(12.38%p), 금호타이어(12.2%p), 세아베스틸(11.37%p), OCI(11.27%p), 한진중공업(11.07%p), 웅진코웨이(10.95%p), 신세계푸드(10.08%p) 등이 10%p 이상 하락했다.

2019년 상반기 500대 기업 제조사 가동률 현황.(자료=CEO스코어)
2019년 상반기 500대 기업 제조사 가동률 현황.(자료=CEO스코어)

반대로 올해 가동률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태평양물산이 15.81%에서 54.4%로 38.59%p 올랐고, 현대삼호중공업(19.33%p)과 대웅제약(18.92%p), 오뚜기(15.03%p), 현대미포조선(14.4%p), LG전자(12.51%p), 태광산업(11.93%p) 등도 10%p 넘게 상승했다. 태평양물산과 대웅제약, 오뚜기는 지난해 대비 생산능력을 줄이면서 가동률 향상 효과를 봤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생산능력이 늘어난 곳은 절반에 가까운 71곳이었고, 이 중 23곳(32.4%)의 생산실적이 줄었다. 세메스는 생산능력을 12.72% 확대한 반면 생산실적은 61.34% 줄었고, LS아이앤디도 생산능력을 12.21% 늘렸지만 실적은 14.41% 감소했다. 심텍 역시 생산능력을 6.99% 늘렸지만 실적은 11.41% 쪼그라 들었다.

반면 한진중공업과 한화, LIG넥스원, 한샘, LG이노텍, KCC 등 23개사는 생산능력을 줄였지만, 생산실적이 감소하며 가동률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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