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순항하는 듯 보였던 조선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연이어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7일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아직 조선업 부활을 말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조선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전세계 수주량 1위를 차지하며 중국을 큰 점수차로 따돌렸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전 세계 발주량 2860만CGT(건조 난이도 고려한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중 1263만CGT(44.2%)를 따내며, 2위와 3위를 기록한 중국(915만CGT, 32%)과 일본(360만CGT, 12.6%)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올해들어 갑자기 상황이 변했다.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쪼그라들면서다. 올해 1~8월까지 누적 발주량은 1331만CGT로, 지난해 동기(2321만CGT)보다 40% 줄었다.

현대중공업이 가스텍서 선보인 최신 LNG기술, 현대중공업은 LNG 추진선 12척을 수주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이 영향은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삼성중공업이 홀로 선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총 29척, 42억달러(약 5조527억원)를 수주하며 목표 78억달러(약 9조3334억원)의 54%를 달성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총 196억1700만달러(약 23조4737억원)를 수주 목표로 정했지만, 달성률은 32.4%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도 목표 83억7000만달러(약 10조155억원) 중 약 36%만 수주에 성공했다.

전세계 발주량 부진의 주원인은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으로 꼽히지만, 최근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이 줄었다. 이로 인해 전세계 LNG선 발주 강세가 한풀 꺾였고, 선박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를 불러왔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IMO는 지난 2008년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단계별 저감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모든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15년에는 10%, 2020년에는 20%, 2025년에는 30% 이상 줄여야 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형 선주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간 다툼이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며 "게다가 IMO의 환경규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사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안팎에서 조선업 부활을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다. 올해 하반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더라도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첫 인도한 동급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 수주량 중 절반이상을 달성했다. (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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