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경의 음식농담] '가성비 强, 시간효율 弱' 노브랜드 버거, 성공할까?
[신민경의 음식농담] '가성비 强, 시간효율 弱' 노브랜드 버거, 성공할까?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8.2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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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맥도날도 등 경쟁사 보다 저렴한 가격은 '매력적'
주문 후 장시간 기다려야 음식 나와…"패스트푸드 본질 간과"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 최저시급 8350원.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통상 최저시급이 당대의 한 끼 밥값과 맞먹는다'던데 마냥 우스갯말로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산나물이 땡겨 서울 남산 근처 저렴한 산채집을 둘러봐도 1만원짜리 비빔밥이 대다수다. 서울시내 한 냉면집 메뉴판에도 8000원을 밑도는 메뉴는 눈을 씻어봐도 찾을 수 없다. 비싼 식사값 때문에 주린 배를 달래면서도 아무 가게에나 들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단 얘기다.

메뉴는 중요치 않고 적당히 배만 채우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값을 덜 지불할 수 있다면 음식의 맛과 양이 보통 수준만 돼도 좋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같은 필요에 부응하는 '햄버거 브랜드'가 나왔단 소식이 들려 왔다.

(사진=신민경 기자)
키오스크 결제 화면.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서교동에 개장한 '노브랜드 버거' 1호점을 찾았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논현동에서 '버거플랜트'를 운영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햄버거'를 시험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소비자 의견을 토대로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안한 뒤 '노브랜드' 상표를 적용해 재출시한 것이다.

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매장엔 2대가 있었지만 한 대는 영수증 용지 부족으로 잠시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별 수 없이 키오스크 1대 앞에 주문자들이 줄을 섰고 기자 순서가 오기까지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도 기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고민할 것 없이 '그릴드 불고기 세트'를 3900원에 시켰다. 그릴드 불고기 버거의 단품가는 1900원으로, 이 매장의 모든 버거 제품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롯데리아의 '데리버거(2300원)'와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2600원)'보다도 400~700원 싸다. 또 각사 브랜드의 판촉행사 여부와 소비자의 방문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던 가격이 '하나의 가격'으로 고정된단 점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그릴드 불고기 버거 세트. (사진=신민경 기자)
그릴드 불고기 버거 세트. (사진=신민경 기자)

옆 사람들이 먹고 있는 'NBB 어메이징 세트'를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포기했다. 가격도 불고기 버거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데다 너무 커서 입에 넣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어서다. 불고기 버거는 모든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기본 제품이지만 조화로운 맛과 중독성 강한 소스 탓에 기자의 애정을 듬뿍 받는 메뉴이기도 하다.

막 받아든 버거는 뜨끈뜨끈했다. 처음 베어 물었을 땐 느끼한 맛이 났으나 먹을수록 상큼함에 압도됐다. 빵과 빵 사이엔 상추와 양파, 패티, 특제 불고기소스 등이 들어 있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가 "경쟁사 불고기버거보다 20% 두꺼운 패티를 갖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두꺼운 패티만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된 것 같아 우쭐했다. 감자튀김도 실했다. 봉지에 튀김 15개가 들었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서울 서교동 '노브랜드 버거' 1호점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서교동 '노브랜드 버거' 1호점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하지만 주문한지 50분 만에 음식이 나온 점은 아쉽다 못해 실망스럽다.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 버거의 '가성비'에 집중한 나머지 '패스트푸드의 본질'은 간과한 듯 했다. 매장 규모와 좌석수가 여타 동종업계와 비교해 갑절은 돼 보이는데 직원 7~8명으로 많은 주문수를 감당하려 했다는 건 무리수다. 개장 효과 때문에 단기간만 방문자수가 많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기자가 들어설 땐 입구에 줄도 안 선 상황이었다. 쏟아지는 주문량을 당해낼 여력이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수용인원만 늘린 것 같아 씁쓸했다.

수다 떨며 기다릴 중·고등학생들에겐 나쁘지 않은 조건일 듯하다. 하지만 업무 시간을 할애해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로서는 이곳보단 롯데리아나 맥도날드를 찾을 것 같다. 지갑에 남은 500원의 가치보다 내 시간 50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 버거 개장지로 홍대를 택한 것은 '젋은 층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희소성을 추구하는 개성 강한 10~20대와 가성비를 선호하는 30~40대 소비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곳이 강북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홍대 상권'이라 판단했다"면서 "개장일 이후 최소 방문자수 500명을 유지 중인데 가성비 매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세계푸드는 향후 기존의 버거플랜트 매장도 순차적으로 노브랜드 버거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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