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보면 배우 하정우가 헛개수든 생수든 잡히는 대로 병나발을 부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주변인들의 죽음을 목격한 데 이어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 받아 계속해서 갈증이 나는 상황을 '물 먹방(먹는 방송)'으로 연출한 것이다. 명연출에 명연기였다. 그의 가감 없는 '꿀꺽꿀꺽' 소리에 없던 갈증도 생겨날 정도였다. 이후 한동안 '하정우 물 먹방'이란 이름의 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원체 물을 멀리하던 기자도 그즈음 식습관 개선의 필요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 먹방이란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수 특유의 비린내를 견디기 힘들어서다. 미각과 후각 중 어디가 고장났는지 어릴 때부터 맹물을 계속 마시면 습관적으로 헛구역질이 났다. 옛말에 '물 마시다 체하면 약도 없다'고 했다. 물은 마셔야겠고 체하긴 싫다는 딜레마 속에서 선택한 것은 이온 음료였다. 하지만 이 또한 생수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순 없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사진=신민경 기자)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사진=신민경 기자)

방황 끝에 '차'에 정착했다. 티백을 넣어 우린 물은 벌컥벌컥 들이켜도 속이 편안하다. 때문에 집에서도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마시지 않고 수돗물을 끓인 보리차를 마시고 있다. 다만 집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보리차 음료를 자주 구입한다. 특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갈증이 자주 나므로 외출 중에도 물을 필수적으로 휴대해야 한다.

이번 음식농담에서는 물 대용으로 손색 없는 차 음료 2개의 맛을 비교해봤다. 웅진식품의 하늘보리와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 라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비위가 약해 맹물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든가 생수의 심심함보다 차 음료만의 고소함을 선호한다든가 등 저마다 차 음료를 마시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고민할 만한 지점들을 리뷰의 주안점으로 뒀다.

일상적인 음용에 적합한 웅진식품 '하늘보리'..."집에서 마시던 그 맛"

웅진식품 '하늘보리'는 호박색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집에서 끓여 마시는 보리차의 색과 닮아서 외양만으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맛과 냄새 모두 구수하고 깔끔하다. 집 안 주전자에 있던 물을 그대로 따라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보리차'와의 이질감이 전무하다. 

하늘보리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용기 겉면에는 하늘을 연상하는 푸른색 배경과 보리 그림이 함께 디자인돼 있어 시각적인 안정감을 준다. 물은 기호식품이 아니어서 마니아층을 이끄는 독특한 맛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친숙한 맛이 주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하늘보리의 맛과 향은 '익숙함'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그립감(손에 알맞게 잡히는 정도)도 좋다. 용기 모양이 육각으로 잡힌 데다 빗금이 여럿 그어져 있어 손에서 놓칠 공산이 적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이미지=각사 제공)

다만 보리의 깊은 풍미를 기대해선 안 될 듯하다. 하늘보리의 역할은 '갈증해소를 돕는 보릿물'을 넘지 않는다. 몇 모금씩 들이켰을 때 목마름은 금방 해소되나 맛에 대한 잔상이 남을 정도로 고소하진 않아서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는 현재 보리차 시장 점유율 1위다. 하늘보리는 '하늘을 바라보는 보리'란 뜻으로 음료에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비춘 것으로 보인다. 340ml 기준 1000원, 500ml 기준 1500원이다.

구수한 맛 원한다면 하이트진로음료 '블랙보리'를…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 라이트는 색깔이 갈색과 적색의 중간이다. 실상 지난해 12월 나온 블랙보리의 경우 까만 보리차에 대한 위화감이 들었고 맛도 인위적이라 손이 가질 않았다. 다만 맥문동을 1% 함유한 데다 양질의 보리 품종인 검정보리만 사용한 보릿물이란 점에서 하늘보리와 비교되는 지점은 명확했다.

지난달 출시된 블랙보리 라이트는 블랙보리의 장점을 고스란히 업는 대신 인위적인 맛이라는 혹평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이 보인다.

뚜껑을 열고 한모금 들이마시면 고소함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하늘보리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보리차를 표방했다면 블랙보리 라이트는 고소한 풍미를 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 블랙보리 라이트에서는 생수와 티백을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진한 숭늉의 맛이 났다. 한 모금씩 삼킬 때마다 혀끝에 감칠맛이 돌았다. 음료를 잡는 부분이 움푹 패여있어 그립감 또한 좋았다.

이 음료를 만든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지난1999년과 2005년에 각각 웅진식품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하늘보리를 만든 '그 손'에서 블랙보리가 나온 격이니 이들의 시장 점유 경쟁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정보리는 체내 중금속 배출을 돕고 맥문동은 폐 수분을 유지시키는 등 기관지에 좋다. 미세먼지와 황사 등 고질적인 환경 문제로 말 많은 요즘 건강을 염려한다면 블랙보리 라이트만한 음료가 없다. 520ml 기준 시중에서 1500원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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