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경의 음식농담] 샘표 '우리맛 공간'서 알려준 레시피대로 요리해보니…
[신민경의 음식농담] 샘표 '우리맛 공간'서 알려준 레시피대로 요리해보니…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4.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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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처럼 아름답지 않고 통닭같이 바삭하지 않은 풀 따위였던 '봄나물'
'우리맛 위크' 다녀온 후 비름나물-참나물-냉이-돌나물 매력에 '허우적'

음식은 만든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그 음식을 맛본 사람의 것입니다. 저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입맛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도 수많은 음식의 소유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어서 근엄한 자세로 후기를 남기기 꺼려집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묘수가 농담입니다. 기자라고 해서 언제나 도학자처럼 정숙한 태도로 밥을 먹진 않으니까요. 닭 한 마리 주문해도 서로 다리 먹으려고 승강이 벌이는 각박한 세상입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농담 몇 마디 건네다 보면 잠시나마 각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농담 몇 마디 나누지 않으시렵니까?<편집자주>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칠레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우체국장 코스메는 "장미와 통닭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항상 통닭을 집는 사람은 유물론자다"고 말했다. 사랑의 대명사 '장미'와 치킨의 아버지 '통닭'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주저 없이 통닭을 택하겠다. 뱃속 곳간이 차기 전까진 낭만도 그저 사치에 불과해서다. 코스메의 말대로라면 기자는 유물론자다. 더군다나 장미꽃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통닭 같이 바삭하지도 않은 '풀' 따위는 선택지에 낄 틈도 없었다. 하지만 이토록 닭고기에 열광했던 기자가 요 며칠 새엔 '봄나물'의 매력에 퐁당 빠져 허우적대는 중이다. 그렇다고 식탁 위에 실험적인 남색과 초록색들이 그득해진 것은 아니다. 나물 그대로를 입 속에 넣기 전에 고유의 향과 맛을 한 번 더 음미하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맛 위크'에 다녀오고 나서부터다.

지난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샘표식품 본사 1층 소재 '우리맛 공간'을 찾았다. 우리맛 연구진이 진행한 '샘표 우리맛 위크'에 소비자로서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까지 나흘간 전개된 이번 행사의 주제는 '봄나물'. 기자는 이곳에 약 80분간 머물며 돌나물, 달래 등 봄나물 15종의 향미와 개별 특징, 새 조리법, 식문화 등을 직접 익히고 체험했다. 

샘표 우리맛 위크에선 '프라이팬 하나로 나물을 조리하는 법'을 강조했다. 이 방법을 통하면 조리과정의 단순화와 조리시간의 단축화를 꾀할 수 있는 모양이다. 프라이팬 속 물에 소금을 넣고 1분30초간 나물을 데친 후 물을 버린다. 수분증발을 위해 잠시 볶고 연두 등 양념을 추가한 후 약 1분간 볶으면 된다. 여기엔 '데친 나물을 헹구고 물기를 짜내는 과정'이 빠졌는데, 샘표 측은 이로써 향미가 증가하고 조직 손상이 방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기자를 비롯한 소비자들로 하여금 데친 냉이와 볶은 냉이를 비교 시식케 하며 '나물은 삶고 데쳐서 먹는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배반했다. 나물을 '볶아서' 만들어도 맛있다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조리법만 달리 했는데 완전히 상이한 맛이 났다. 데친 냉이는 달고 고소한 맛이 났고 냉이 본연의 쓴맛이 거의 없다. 반면 볶은 냉이는 약간의 쓴맛과 해산물의 감칠맛이 주를 이뤘다. 

또 샘표는 연두 등을 활용한 '연두고소양념'과 '연두새콤양념' 등 새롭고 간편한 '샘표식(式) 봄나물 양념장'을 개발, 제시했다. 기존 간장, 참기름, 참깨, 마늘, 파, 설탕, 후추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하던 일반 요리법과는 달리, 가짓수가 3개로 축약됐다. 샘표가 제시한 연두고소양념의 공식 비율은 '연두 1: 깨 0.5: 참기름 0.25'다. 연두새콤양념은 '연두 1: 설탕 1: 식초 2'의 비율로 섞으면 만들 수 있다. 이날 샘표 측은 소비자들이 직접 양념장을 만들어 집에 가져가게 했는데, 기자는 춘곤증에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기 위해 '연두새콤양념'을 택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조합이지만 만든 후 맛보니 달큰하고 새콤한 게 자꾸만 입에 당겼다. 아마도 이 양념 공식의 핵심은 비율보다도 '연두'에 있는 듯 했다. 지난 2010년 처음 출시된 샘표의 연두는 콩 발효액으로 만든 조미료이자 간장 대체재다. 연두는 자체의 풍미가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또 소금 대신 사용함으로써 나트륨 섭취량도 감소시킨다. 기자도 집에서 나물무침이나 각종 국과 탕을 만들 때 뒷맛이 허전하면 연두의 힘을 빌리곤 한다. 푹 곤 듯 깊고 풍부한 맛의 육수를 쉬이 만들 수 있어서다.

이곳에서 배운 '한 팬으로 데치고 볶기'와 '단출한 양념 공식' 등은 몸은 무겁지만 입맛은 까다로운 기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집에서 직접 '비름나물 볶음'과 '참나물 달걀 덮밥', '냉이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들 모두 봄나물과 집에 있는 간이 재료들을 활용해 손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팬 하나로 쉽게 맛있게' 비름나물 볶음

우리맛 공간에서 만들어 온 '연두새콤양념'을 쓰기 위해 첫 요리 대상으로 비름나물 볶음을 골랐다. 먼저 비름나물 두 줌의 질긴 줄기부분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었다. 팬에 물 5컵을 넣고 가열한 다음 물이 끓을 때 소금 약간과 비름나물을 넣었다. 1분30초간 데친 다음, 후라이팬 그대로 물만 따라 버린다. 수분 증발을 위해 30초간 볶아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연두새콤양념' 1스푼을 넣고 약 1분간 더 볶아 완성했다.

약간의 밥과 함께 접시에 담았다.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다. 본연의 물비린내는 줄었지만 젖은 흙, 생감자의 풋내가 어우러져 쌉싸름하면서 감칠맛이 돌았다. 식감도 부드럽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래 제조 때부터 참기름이 첨가되지 않는 '연두새콤양념'을 쓴 점이다. 대신 참기름과 깨, 연두 등을 넣은 '연두고소양념'을 넣었더라면, 식감의 윤택함과 고소함이 배가 될 듯하다. 물론 연두새콤양념의 식초와 설탕이 비름나물의 쓴 맛을 보완키도 했으나 볶음나물과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혹은 양념에 고추장을 활용했더라면 새콤함과 알싸한 매운 맛 덕에 더 만족스런 식사가 됐을 것 같다.

직접 만든 비름나물 볶음. (사진=신민경 기자)
직접 만든 비름나물 볶음. (사진=신민경 기자)

▶나물계의 '팔색조' 참나물로 만든 달걀 덮밥

참나물 달걀 덮밥은 30일 시식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 가운데 하나다. 만드는 법이 간편해 부담도 적었다. 요리에 사용한 참나물은 나물계의 '팔색조'다. 감귤류 계열의 강한 향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식감은 질기고 거친 편이며 나물을 한 입 베어물 때 미나리와 박하, 고수 등의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참 '쌈박한' 나물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참나물 한 줌을 세척해 물기를 제거한 뒤 먹기 좋게 잘랐다. 양파를 채 썰고 달걀 3개를 볼에 깨어 섞었다.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채 썬 양파를 넣어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질 때 쯤, 참나물을 넣었다. 간은 연두고소양념으로 했다. 그런 다음 물을 넣고 예열한다. 이어 계란물을 퐁당 빠트리고 달걀이 반 정도 익었을 때 불을 끈다. 미리 준비한 밥 1공기 반 정도 되는 분량 위에 올려 완성했다.

사실 달걀이 들어간 음식은 망쳐도 맛있다. 특히 크럼블은 더 그렇다. 샘표 연구진이 제시한 간편한 조리법 설명서를 따랐을 뿐인데, 정말 맛있었다. 밥과 섞으면서 살짝 싱거워진 듯해 만들어 둔 연두고소 양념장을 추가로 넣어 비벼 먹었다. 몽글몽글 덩이진 달걀과 바다냄새 나는 참나물의 조합은 최고였다. 다만 몇술 뜨다보면 느끼함이 강해지므로 처음부터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참나물 달걀 덮밥 (사진=신민경 기자)
직접 만든 참나물 달걀 덮밥. (사진=신민경 기자)

▶'알싸한 매운맛' 냉이 김밥

마지막으론 '냉이 김밥'을 만들어 봤다. 냉이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냉이의 '잎'에선 풀내음과 더불어 고추냉이와 겨자 향이 나는 반면, '뿌리' 쪽에선 옥수수 수염과 보리차 등의 구수한 풍미가 은은하게 올라온다. 이처럼 부위별로 다른 맛이 나는 냉이를 한 입에 넣으면 그 상쾌함이 갑절이 된다. 입 안에선 단내가 돌고, 혀끝엔 쓴 맛이 돌고, 목넘김 땐 산뜻한 흙향이 옅게 퍼진다. 때문에 김밥재료가 '냉이' 하나뿐인데도, 걱정스럽지 않다.

먼저 밥에 참기름과 깨, 소금을 각 5g씩 넣어 양념을 했다. 밥 양념이 잘 돼야 김밥도 맛있다. 팬을 예열한 다음 포도씨유를 두르고 냉이 두 줌 분량을 볶다가 연두순을 넣었다. 이어 김밥말이용 김에 밥을 편 뒤 냉이를 넣고 말아 완성했다.

냉이 김밥을 먹고 크게 놀랐다. 평소 10가지가 넘는 소를 넣어 김밥을 만들어 주시는 우리 엄마표 김밥에는 못 미치지만, 그 김밥의 맛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기 때문이다. 김밥 속에서 냉이는 새콤한 단무지와 담백한 우엉을 대체했으며 햄의 짠 맛과 오이의 싱싱한 맛도 흉내냈다. 그리고 간장 대신 연두순을 넣기로 결정한 건 잘한 일이었다. 연두가 냉이가 가진 향미와 감칠맛을 더 잘 보존하는 듯하다. 

샘표의 '연두'는 우리 집 밥상의 꾸준한 조력자가 돼 왔다. 그만큼 손 때 묻은 연두를 활용해 맛있는 음식들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신났다. 연두가 맛뿐만 아니라 가격도 착해진다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직접 만든 냉이 김밥. (사진=신민경 기자)
직접 만든 냉이 김밥. (사진=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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