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만든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그 음식을 맛본 사람의 것입니다. 저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입맛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도 수많은 음식의 소유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어서 근엄한 자세로 후기를 남기기 꺼려집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묘수가 농담입니다. 기자라고 해서 언제나 도학자처럼 정숙한 태도로 밥을 먹진 않으니까요. 닭 한 마리 주문해도 서로 다리 먹으려고 승강이 벌이는 각박한 세상입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농담 몇 마디 건네다 보면 잠시나마 각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농담 몇 마디 나누지 않으시렵니까?<편집자주>

신민경 기자.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장수제품의 재발견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대표 제품인 밀키스에 솜사탕을 합쳐 '밀키스 핑크소다'를 선뵀고 롯데푸드는 휴대용 간식으로 유명한 키스틱의 크기를 대폭 줄여 미니 소시지로 내놨다. 오리온의 초코송이는 젤리로 재탄생해 '송이젤리'로 나왔으며 최장수 아이스크림인 롯데푸드의 아맛나바는 쮸쮸바를 탈피해 콘으로 출시됐다. 이처럼 최근 식품업계엔 자사 기존제품의 익숙한 맛을 개조하거나 크기를 조절한 뒤 재출시하는 이른바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소비자의 보수적인 입맛을 자극해 복고 심리를 불러 일으키면서 세련된 조합이나 변형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까지 사로잡겐단 전략이다. 심지어 과거 인기를 끌다 단종됐던 오리온 치킨팝은 지난 2월 말 재출시 뒤 7주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넘어섰다. 소비자도 식품업계의 복고 잔칫상에 '팬심'까지 드러내며 높은 구매력을 발산하고 있단 얘기다.

식품업계를 뒤흔든 뉴트로 제품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아왔지만 이번 만큼은 참기 어려웠다. 롯데제과가 최근 'ABC초콜릿'에 쿠키를 합친 형태인 'ABC초코쿠키'를 선봬서다. 기분이 요요처럼 오락가락할 때면 습관처럼 찾던 달콤한 ABC초콜릿은 기자에겐 최고의 간식이자 휴식처였다. ABC초콜릿은 다른 초콜릿에 비해 농도가 연한 것과 혀끝에 우유맛이 살짝 감도는 게 매력이다. 이번 새 제품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바삭한 카카오 쿠키를 붙여 풍성한 식감을 냈다. 출시 소식을 듣고 이튿날 서울 역삼동 소재 편의점인 씨유와 GS25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주말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방문했으나 직원으로부터 "ABC초콜릿을 초코쿠키로 착각하셨군요"란 말만 들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준 음식은 기필코 먹어봐야 한단 게 기자의 '밥상머리' 지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이마트에서 제품을 찾았다. 이마트에선 ABC초코쿠키 한 상자(152g)를 238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 상자엔 봉지 네개가 들었다. 롯데제과서 편의점가격 기준으로 언급한 단일 제품과는 가격도 크기도 달랐다. 편의점에선 과자 한 상자(50g)당 1000원에 팔릴 예정이다. 적어도 신제품 할인 행사 중인 지금으로선, 대형마트격이 편의점가보다 22% 더 싼 셈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집에 와서 과자 봉지를 뜯었더니, 초코쿠키가 10개쯤 들어 있었다. 하나를 집어 자세히 살펴봤다. 두께가 얇아진 ABC초콜릿 아랫부분에 반구 모양 쿠키를 쏙 집어넣은 듯한 모양이었다. 바둑알보단 조금 작았다. 깨물어 먹어보니 촉촉한 초콜릿과 쉽게 바스러지는 쿠키가 같은 맛을 내며 입 안에서 잘 어울렸다. 초콜릿은 옅게 달콤했고 카카오 쿠키의 식감은 보송보송했다. 예상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ABC초콜릿의 기존 크기를 줄여 쿠키를 붙인 만큼, 단맛도 살짝 줄어 들었다. 초콜릿은 달아서 먹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적당한 단맛'이다. 

기자는 과자를 먹을 때 '초코'에만 관대한 편이다. 가령 오리온의 초코송이를 먹을 땐 뻐드렁니를 있는 힘껏 내밀어 초코송이의 초코 부분만 먹고 쿠키인 막대는 사약 마시듯 씹는다. 과자를 먹을 때 스스로 행하는 일종의 '놀이'같은 건데, 초코 부분을 먹을 때만 새삼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된다. 때문에 초코송이를 먹을 때마다 막대부분도 초코맛 과자라면 좋겠단 바람을 가지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제품 'ABC초코쿠키'는 기자의 '모든 씹는 순간'을 만족시키는 과자라 정의할 수 있겠다. 

몇개 집어 먹었더니 벌써 세 봉지째 동났다. 남은 부스러기 하나까지 맛있게 먹고 나니 어디선가 살찌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살찌는 게 기자뿐만은 아닌 듯하다. ABC초코쿠키는 출시 전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시식실험에서 큰 호응을 얻어 회사 내부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은 제품이다. 맛, 식감, 구입 의향 등의 항목을 보는 시식 평가에선 통상 10점 만점에 8.2점 이상을 받는 과자만 제품화가 가능하다. ABC초코쿠키는 9.6점을 받아, 5년내 출시한 신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엔 이마트 내 시범 판매에서 하루만에 1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ABC초코쿠키가 판매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는 만큼, 연 목표 매출액을 100억원으로 잡고 판매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