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혀가 얼얼하다 못해 부르르 떨렸다. 매운 맛에 정복당하지 않은 건 '시퍼런 오기'뿐. 닭다리를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혀와 치킨 조각이 재회한 순간 곧바로 후회했다. 뭣하러 불구덩이에 제 발로 뛰어 들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스스로의 꾐에 넘어가 좀비처럼 넋이 빠져 있는 기자들이 여럿이었다.

제너시스BBQ가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가 레드 소스를 잔뜩 묻혀 만든 일명 '뱀파이어치킨'의 닭다리와 순살 메뉴를 출시했다. 매운 정도에 따라 총 3단계로 나뉘어 판매된다. 1단계 '버닝' 2단계 '블러디' 3단계 '헬게이트'다. 이름부터 으스스하다. 이 가운데 3단계 헬게이트는 매운 맛을 나타내는 표준단위인 스코빌 지수가 1만4000SHU를 기록했다고 한다. 매운 치킨을 누가 먹을까 싶지만, 인기 유튜버인 까니짱과 떵개떵 등이 줄이어 시식 영상을 찍는 덕에 매운 치킨의 명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단 후문이다.

3단계 헬게이트 맛 치킨. (사진=신민경 기자)
3단계 헬게이트 맛 치킨.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16일 BBQ 종로본점에서 열린 시식회에 참가해 기자도 맛을 봤다. '매워 봤자지'란 의심도 잠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1단계는 기분 좋게 매웠다. 물 없이도 닭다리 2개는 거뜬히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2단계로 들어서니 슬슬 고통이 느껴졌다. 급히 마실 것을 찾았다. 맥주로 배를 채운 뒤 곧바로 맞이한 3단계. 입 안에 불이 난 것처럼 화끈거렸다. '극강의 매운 맛'이란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결국 흰 수건을 흔들었다.

일단 내 돈 주고 뱀파이어치킨을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너무 매워서다. 문득 지난 2009년 영화 '전우치' 기념 인터뷰에서 배우 강동원이 한 말이 생각났다. "높은 데서 떨어뜨리는 걸 싫어해요.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 있잖아요. 왜 돈을 주고 그렇게 떨어지는지 이해가 잘 안 가요." 그렇다. 왜 돈을 주고 혀의 미뢰세포를 죽이려는 걸까!

박열하 커뮤니케이션실 사장이 3단계 치킨을 맛보고 있다. 이후 박 사장은 괴로워하며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사진=신민경 기자)
박열하 커뮤니케이션실 사장이 3단계 치킨을 맛보고 있다. 이후 박 사장은 괴로워하며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사진=신민경 기자)

직장인들은 감정의 기복을 겪게 마련이다. 이럴 때 음식이 특효약이 된다. '씹고 맛보고 즐기는' 행복을 누리며 지친 마음을 덜어내고 수고한 자신을 달랜다. 그 가운데서도 매운 떡볶이와 라면 등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우리가 알싸함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표정만은 즐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다 보면 어떤 지점에 다다라서는 쾌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가 입맛'인 기자는 다음 생을 기약해야겠지만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이에겐 뱀파이어치킨이 '최고의 스트레소 해소용 음식'이 될 수 있다.

닭다리 8조각이 담긴 뱀파이어치킨 닭다리의 가격은 2만1000원이고 세트로는 2만6000원이다. 뱀파이어치킨 순살은 28조각으로 구성됐으며 단품 2만2000원, 세트는 2만7000원이다. 치킨을 시킬 때 점주에게 원하는 매운 맛의 단계를 말하면 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