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경의 음식농담] 스벅 '모닝박스'…직장인 허한 속 채우는 첫 끼니
[신민경의 음식농담] 스벅 '모닝박스'…직장인 허한 속 채우는 첫 끼니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2.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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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9500원 들여 5종 먹어보니…커피 아닌 滿腹에 잠을 깨다

음식은 만든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그 음식을 맛본 사람의 것입니다. 저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입맛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도 수많은 음식의 소유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어서 근엄한 자세로 후기를 남기기 꺼려집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묘수가 농담입니다. 기자라고 해서 언제나 도학자처럼 정숙한 태도로 밥을 먹진 않으니까요. 닭 한 마리 주문해도 서로 다리 먹으려고 승강이 벌이는 각박한 세상입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농담 몇 마디 건네다 보면 잠시나마 각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농담 몇 마디 나누지 않으시렵니까?<편집자주>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아침엔 밥맛보단 '잠맛'이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단잠에서 스스로 깨야 한다. 골칫덩이 '새치' 뽑듯 침대에 들러붙은 몸을 억지로 뽑아 낸다. 당연히 아침 끼니 챙겨먹을 힘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보통의 우리들'은 공복으로 지하철 출근길에 오르고, 또 공복으로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침밥을 거르면 직장에서 일의 최대 효율을 끌어내기 어렵다. 아침과 점심, 저녁에 영양소 적당량을 나눠 먹는 건강한 식생활이 궁극에는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낸다. 꼬박꼬박 끼니 챙겨가며 일하자는 얘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도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커피 한 잔 들이켜고 나가는 곳' 이상의 공간이 된지 오래다. 직장이 아닌 카페로 출근해 외근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부터 자격증 공부를 하는 취업준비생,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는 중년, 밀린 수다를 떠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갖고 스타벅스를 찾는다. 1시간을 꽉 채워 일해야 겨우 받는 8350원을 카페에 고이 바치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카페가 우리에게 주는 '공간상의 의미'는 막대해서다. 그런 스타벅스가 이젠 아침밥까지 챙긴다. 지난 19일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구성된 모닝박스 5종을 출시했다. 가격은 개당 5900원이다. 지난 21일 하루 12시간 동안 인천 연수구 소재 스타벅스에 머무르며 모닝박스 5종을 모두 먹어봤다. 정말 직장인들의 허한 마음과 속을 채울 첫 끼니가 될 자격이 있는지 직접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번 리뷰엔 기자의 피, 땀, 그리고 눈물(?)도 담겼다. 하루 동안 자비를 2만9500원이나 들이부었다.  

잉글리쉬 머핀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잉글리쉬 머핀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잉글리쉬 머핀 모닝박스

음식이 노릇노릇한 게 첫인상이 참 예뻤다. 반숙 달걀과 햄, 토마토, 녹인 치즈가 담긴 '잉글리시 머핀(둥글고 평평한 효모빵의 일종) 샌드위치'를 한 입 물면 입 안 가득 몽글몽글한 빵의 식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햄의 짠 맛을 새콤한 토마토가 잡아준다. 또 햄과 토마토라는 이질적인 맛의 궁합은 고소한 반숙 달걀이 높인다. 특히 샌드위치 전반에 고르게 퍼진 반숙 달걀이 이 샌드위치의 묘미다. 하지만 빵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다른 재료들과 조화롭게 섞이진 않는다. 옆에는 '감자를 으깬 샐러드'가 놓여 있는데 '요거트 소스'가 묻혀나왔다. 감자가 설익은 듯해 목 넘김이 다소 불편했지만 소스와 잘 어우러져 상큼했다. 라임 패션 티와 함께 마시면 좋을 듯하다.

베이컨 치즈 치아바타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베이컨 치즈 치아바타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베이컨 치즈 치아바타 모닝박스

치아바타는 장 운동에 좋은 발효빵이다. 이런 치아바타 안에 베이컨과 녹은 치즈, 달걀이 들어갔다. 누구나 이질감 없이 아침에 먹기엔 좋다. 함께 곁들여 나온 파스타 샐러드의 경우 파스타를 비롯해 쥬키니호박과 홍·황파프리카, 양파 등이 스위트 칠리 오일소스와 어우러져 풍미를 돋웠다. 다만 빵이 너무 도톰해서 몇 입 베어 물면 금방 목이 막힌다. 달걀도 살짝 느끼하다. 전반적으로 샌드위치 안의 내용물이 부실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샐러드에 느끼함을 상쇄할 피클이 들어 있어 거북함이 덜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오늘의 커피 등과 함께 하면 좋을 음식이다.

바질 펜네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바질 펜네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바질 펜네 모닝박스

펜네 파스타를 좋아하는 기자로서 호기심이 가장 많이 갔던 메뉴였다. 음식의 다양한 색감이 음식의 맛을 가감하는 듯 했다. 먼저 홍·황파프리카와 새송이버섯, 스위트콘(옥수수), 미니양배추 등을 시저 드레싱으로 버무린 '그릴 베지터블 샐러드'가 눈에 띄었다. 으레 그렇듯 우리들의 보수적 입맛이 가장 안정감을 느낄 땐 익숙함을 느꼈을 때다. 쫀득함은 덜하지만 익숙한 맛들의 어울리는 조합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어 바질 소스를 듬뿍 가미한 듯한 펜네 파스타에 포크를 옮겼다. 감칠맛이 있었지만 조금 짰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켰다. 바질 향과 소스가 지나쳤다. 펜네 파스타의 양이 많아 거의 다 먹어갈 때 쯤엔 혀가 마비된 듯했다. 너무 짜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그나마 무난한 베지터블 소스의 샐러드가 익숙하지 않은 바질소스의 식감을 중화해주긴 하나 거부감이 쉬이 사라지진 않았다. 바질소스양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하다. 바질 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이렇게 소스를 과하게 뿌리면 '천차만별' 입맛을 지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없다. 바질 소스와 더불어 펜네 파스타 양을 좀 줄이는 대신, 천혜향이나 레드향 등의 상큼한 과일 한두 쪽을 넣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햄 에그 크레페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햄 에그 크레페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햄 에그 크레페 모닝박스

얇게 부친 달걀 지단과 햄 슬라이스를 크레페 안에 넣은 뒤 화이트 치즈로 맛을 냈다. 브로콜리와 새우를 갈릭 토마트 소스로 비벼낸 감자 샐러드를 곁들였다. 토마트소스 양이 적은 탓인지 감자 샐러드의 간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폭삭한 감자의 맛보다는 설익은 느낌이 앞섰다. 크레페도 호불호가 갈릴 맛이었다. 다소 느끼해 화이트 치즈 대신 상큼한 오이피클이나 할라피뇨로 가감하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하지만 영화든 사람이든 음식이든 첫 술만으로 음식 품평을 끝낼 수는 없는 노릇.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는 중독성 같은 게 있었다. 실험적(?)인 맛이긴 했는데, 그래도 괜찮다. 크레페는 망쳐도 맛있고 생각지 못한 조합으로 만든다 해도 맛있다. 아메리카노, 혹은 패션 탱고 티 레모네이드 등과 함께 한다면 한 끼 식사 가능.

멕시칸 브리또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멕시칸 브리또 모닝박스 ⓒ신민경 기자

▲멕시칸 브리또 모닝박스

드디어 스벅 모닝박스의 꽃을 만났다. 몽글몽글 덩이진 단호박 샐러드와 매콤한 멕시칸 브리또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또띠아 안엔 특제소스로 맛을 낸 치킨과 타코양념을 넣은 볶음밥이 알차게 들어 있었다. 브리또 안의 병아리콩과 볶음밥, 당근과 양상추, 적채 등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재밌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할라피뇨의 매운 맛도 꽤 강하게 느껴진다. 매운 맛으로 점철된 식사는 아침에 해롭다. 이를 위해 모닝박스 한 편엔 달콤한 단호박 샐러드가 있다. 매운 맛에 혀가 살짝 아릴 때쯤 단호박 샐러드를 취하면 좋다. 그리고 매장마다 모닝박스 제품을 데워주는 정도가 다른데, 이 음식은 오래 데울수록 더 맛있다.

ⓒ스타벅스

제품 5개 모두 아침 끼니로는 충분했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점도 소비자로선 이득이다. 아침마다 스벅 커피 사서 바삐 회사로 향하던 직장인들은 '모닝박스'의 출현에 주목하길 바란다. 10분만 여유를 내면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쏟아지는 졸음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이 '커피'가 아닌 '만복(滿腹)'일 수도 있다는 거다.

모닝박스 5종을 먹는 동안 종일 스타벅스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했다. 매장은 빈 자리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는데, 의외로 모닝박스를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스타벅스 인천연수점 한 직원은 "직접 먹어보니 식사 대용으로 해도 괜찮을 정도다"면서도 "생각보다 판매량이 더디게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내 각 지점의 사정도 비슷하다. 사이렌오더를 통해 각 지점의 모닝박스 재고를 조회한 결과, 22일 오후 9시 기준 서울의 주요 리저브 매장에서 재고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모닝박스'란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다. 아직까지 매장 내 많은 사람들의 테이블 위엔 음식 대신 커피가 놓여있다. 스타벅스에서 밥과 샌드위치 등을 구입해 아침 끼니를 해결하는 게 아직까진 어색한 듯 싶다.

하지만 직접 먹어본 기자로서 단언컨대, 모닝박스는 스타벅스 매장 내 형성된 가격 대비 효율이 높다. 스타벅스의 다른 제품인 쿨 라임 피지오(톨사이즈)나 그린 티 라떼(톨사이즈) 등의 가격도 5900원이다. 그리고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구성된 모닝박스 5종도 각각 5900원이다. 스타벅스에선 얼음을 가득 넣은 물도 공짜다. 편의점에서 물을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사실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기자라면 스타벅스에 있을 시간을 고려해 때에 따라선 '커피'말고 '모닝박스와 물 한 잔'을 주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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