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으로 상징되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식석상에 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한국 인터넷산업의 선구자'로 지명(?)돼 등장했다. 겸손하지만 밝은 기업인 이해진 본연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해진 GIO는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구글이 전세계 검색 서비스를 집어 삼키고, 구글과 함께 중국의 거대 IT기업이 제국주의적 장악력을 떨치는 가운데 살아남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그의 말에서 기업가로서의 책임감과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사실 이해진 GIO는 아주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구글 등 글로벌 공룡IT 기업의 독점에 대해 반기를 들어왔다. 네이버의 존재는 구글이 전세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정복하지 못한 나라 '한국'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한국 내에서는 네이버가 독점 사업자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업의 확장성을 봤을때 네이버는 한국의 첨단 IT기업의 글로벌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날 이해진 GIO와 대담을 나눈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 역시 "한국이라는 범위 안에서 사업을 획정하면 네이버가 독점사업자로 지칭되지만, 관점을 달리 보면 네이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언급했다. 

18일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
18일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

이해진 GIO는 한국에서의 네이버의 폭발적 성공 이후, 한동안 일본에서 '라인'으로 두 번째 대박을 냈다. 라인은 일본을 넘어 동남아 시장에서도 안착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글로벌화 된 대표적 사례다. 이후 이 GIO는 인터넷 제국주의에 대항해 유럽에서 기회를 노리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GIO는 당장의 사업성과를 내기 힘든 유럽에서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능성 역시 제국주의에 반하는 인터넷 서비스 다양성의 차원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및 중궁의 몇몇 회사가 인터넷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본 것이다. 그래서 변방에 있는 네이버의 적극적 투자와 서비스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이해진 GIO의 생각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듣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하지 않아 은둔형 CEO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가 이 심포지엄에서 언급한 내용을 들어보면 네이버가 그 동안 보여준 일들을 통해 가늠케 했던 '앞 길'을 명확하게 해준다. 

이해진이 생각하는 네이버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안락에 만족하지 않는다. 구글 처럼 첨단 IT기업으로 신기술에 투자하고 신사업에 도전한다. 이 GIO는 "수익이 나더라도 과거의 모델로만 수익을 지키고 있으면 생명력이 떨어지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재미 있어 하는 회사를 만들고, 이것이 곧 새로운 서비스로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또 이를 통해 독립된 회사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 그의 기본 철학이다. 

인터넷 기업에서 '사업적인 게으름'은 독이 된다고 믿는 것일까.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네이버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되는 게 네이버의 성공사례라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기쁨이란다. 

현재의 네이버에 대해서는 썩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도 내렸다. 김도현 교수의 질문 중 "오늘의 네이버는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이 GIO는 "주가도 많이 떨어지고 야단도 맞고 있지만 5~10년 안에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힌트를 줬다. 

특히 인상에 남는 그의 발언은 한국의 기업사에 있어 네이버의 발자취(키워드)에 관한 것이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의 20년을 돌아 보면서 "미국과 중국에서 시가 총액이 1000조원이 되는 회사가 나오는데 제국주의 시대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로 남고싶다. 저항했다가 결국은 쓰러졌다가 아니라,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 인터넷의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키고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네이버가 데이터센터(각)를 가지고, 수많은 한국의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것이 향후 천년이 지나도 우리의 문화재를 갖는 것처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단한 대한민국의 IT 인프라를 지켜서 후손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램도 전했다. 

이해진 GIO는 이날 자리에서 경영과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전부 소개하진 못해도 그가 매사에 정진하는 기업가라는 점과, 네이버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 기업의 다양성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다. 

마지막으로 그가 재차 강조한 말로 기사의 끝을 맺고자 한다. 여기에는 현실에 비해 너무 느리고 꽉 막힌 우리나라의 규제에 대한 원망과 답답함이 여지 없이 묻어나고 있다. 이 역시 그 동안 이 GIO가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에 일관되게 주장해 온 말이다.

"인터넷과 4차산업혁명에는 국경이 없다. 모두 유튜브와 페이스북 쓴다. 이는 국경 없는 경쟁이 다. 그래서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반드시 글로벌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이 너무 어렵다. 인터넷 제국에서 끝까지 저항했었던 기업이 새드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적어도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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