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의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OTT 서비스 푹(POOQ)이 합병법인을 설립한다. 지분율은 지상파 70%, SK텔레콤 30%인 것으로 거의 확정됐다. 푹을 서비스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자본금 127억원 규모의 회사다. MBC·SBS가 각각 지분 40%, KBS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환사채를 고려하면 지분율은 엇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바로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 분사를 위해 GIC(싱가포르투자청) 등과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옥수수와 푹의 사업협력으로 SK텔레콤의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만약 GIC 등이 1조원 가량을 투자해도 SK텔레콤은 최대 주주를 지켜내기 위해 30% 지분을 유지할 것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3일 SK텔레콤은 KBS∙MBC∙SBS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송3사가 공동 출자해 푹(POOQ) 서비스를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 조직을 통합해 신설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KBS∙MBC∙SBS와 SK텔레콤은 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3일 한국방송회관(양천구 소재)에서 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BS 박정훈 사장(왼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KBS∙MBC∙SBS와 SK텔레콤은 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3일 한국방송회관(양천구 소재)에서 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BS 박정훈 사장(왼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합병 이후 SK텔레콤은 자금 조달(해외 투자 유치), 지상파 3사는 콘텐츠 제작 및 공급 맡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먼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옥수수 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옥수수 & 푹 합병을 통해 지상파 콘텐츠를 합병법인은 확보하게 된다. 해외 FI(SI, 재무적) 투자 유치(1조원 상당)를 추진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옥수수는 VOD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지상파 스트리밍 부재했다”며 “푹은 지상파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지원하고, 특히 지상파 VOD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입자 유치 성과가 부진했는데 합병을 통해 상호 단점을 보완하는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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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병법인 설립의 경우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합병법인의 핵심 경쟁력인데 독점적으로 합병법인에 공급될 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 지상파 콘텐츠 독점 제공 여부가 아직 결정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연합플랫폼과 달리 SK텔레콤이 합작한 합병법인에만 지상파 콘텐츠가 제공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SK브로드밴드(옥수수)가 해외 진출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이 콘텐츠에 대한 유료 결제에 인색하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김혁 SK브로드밴드 세그먼트 트라이브(Segment Tribe)장이 이번 거래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혁 상무는 KBS와 DMB, SBS 등을 거친 인물이다. SK텔레콤은 이전부터 푹 지분참여에 관심이 있어왔지만, 김혁 본부장이 SBS 출신이기 때문에 푹의 지분 40%를 갖고 있는 SBS가 그동안 심하게 반대했다는 설도 있다. SBS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도 보도를 통해 반대한 적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혁 세그먼트 트라이브장은 “지상파와 통신사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표=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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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투자유치 시, SKT 미디어 사업 재평가 기대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텔레콤은 옥수수 지분 투자를 받기 위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복수의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텔레콤의 투자 유치는 사실상 어렵고, GIC의 경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M&A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옥수수 & 푹 합병이 성공적으로 성사되고, 1조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까지 이뤄질 경우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적정 NAV(순자산가치, 청산가치)의 경우 최소 5% 상향 효과가 예상된다”며 “옥수수와 관련한 개편 작업 마무리 이후,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중간 지주 회사 전환) 작업도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투자 유치가 성공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옥수수의 경쟁력만으로는 그동안 쉽지 않았기 때문에 푹과의 합병을 통해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합병법인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여전히 GIC 등을 통한 투자 유치는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GIC의 경우 연금회사라 연이익 5%~7%만 달성해도 만족하기 때문에 투자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투자 유치 성사와 합병법인 성공 가능성은 별개다. 지상파 콘텐츠 독점 서비스가 어렵고, 옥수수의 해외 진출 경험이 없다는 점도 큰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상파 3사와의 동영상 플랫폼 공동사업 양해각서 체결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병법인의) 초기 투자 규모는 2500억원 정도 예상한다. 2000억원을 넘는 것이 중요하고 각 콘텐츠로 파급될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등) 해외진출은 6월로 준비할 계획이다. 푹 (지분참여)은 미래 역량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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