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보편 요금제가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과기정통부는 상반기(6월) 안에 보편 요금제 법안을 국회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이 남았지만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걸림돌 없이 국회에 이송될 예정이다. 이제 보편 요금제 시행 여부는 국회가 결정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규제개혁위는 지난달 27일 보편요금제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날 회의를 재개해 다시 논의한 적 있다.

이날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규개위가 보편요금제 도입의 사회적 필요성을 감안해 원안 동의 가결시켰다”며 “(규개위) 위원장이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지적이나 내용들에 대해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우려 없도록 하라는 당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처 심사 과정이나 차관회의, 국회 과정에서 그런 문제들을 충분히 녹여 법안 문제 없도록 잘 다듬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규개위는 알뜰폰이 피해가지 않도록 도매대가 특례제도 등을 지적했다. 또한 법리적으로 조문 안 내용들의 불확정 개념들을 명확히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에 대해 전성배 국장은 “법제처 심의 과정이나 차관, 국무회의에서 추가 검토되는 부분 있으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편 요금제 추진 시 가장 피해가는 대상으로 알뜰폰 업체들이 거론되고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이 보편 요금제 규개위 통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규개위 회의에서 박효진 알뜰통신사업자 부회장은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취지 공감하나, 보편요 금제는 알뜰폰 시장인 중저가 시장의 이통사 진입 법제화하는 것으로 알뜰폰 사업기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며 “알뜰폰 활성화 선행되지 않는 보편요금제는 동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편 요금제란 월 2만원대에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하는 것으로, 과기정통부가 요금을 직접 설계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통해 기존 데이터 요금제가 모두 연쇄 인하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보편 요금제의 경우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시장 경제 논리상 SK텔레콤이 출시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 역시 나중에 따라서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다른 고가 요금제의 혜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2890원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6.5GB를 제공하는 5만6100원의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이 2만3210원 차이난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6GB 이상이다. 1MB당 3만원대 요금제는 109.6원, 5만원대 요금제는 8.42원으로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KT나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열린 규개위 논의 과정에서 전성배 국장은 “(국민들의) 지출 비중에서 통신비가 많이 차지한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교육 보건보다 더 큰 부담이다. 생계비 부담 증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줄여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이통사들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 많이 늘리고 혜택 확대 지속 해왔는데 저가 요금제 구간에서는 데이터 제공량이 출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통신사인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받아들일 수 없고, 다른 요금제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규개위 회의에서 이상헌 SK텔레콤 CR실장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보편요금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가 요금제 갖고 있음에도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고, 고객들의 패턴을 감안해서 더 혜택 볼 수 있도록 요금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가 제도의 대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며 “저렴한 요금제 출시하라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한 검토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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