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얼마전 KT가 3만원대 가격으로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LTE 베이직 요금제란 이름인데 가격이 월 3만3000원이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 25% 적용시 월 2만4750원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정부는 2만원대의 가격에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얼마전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곧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게 됩니다.

정부는 KT가 사실상 보편 요금제에 해당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어도 원안인 보편 요금제를 여전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이통사가 2만원대의 가격으로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 즉 정부의 보편 요금제보다 더 혜택이 좋은 요금제를 출시해도 정부는 무조건 보편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서 보편 요금제보다 더 좋은 요금제가 나와도 원래대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들이 요금 개선에 나서는 것이 경쟁 활성화 효과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정부가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편 요금제가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한 이후 KT는 3만원대 요금제와 4만원대 요금제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데이터 요금제 개선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작년 국정기획위에서 보편 요금제를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요금제 개선을 하지 않던 이통사가 갑자기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규개위에서 통과돼 보편 요금제 도입이 이뤄질 것 같으니 요금제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KT의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 (이미지=KT)
KT의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 (이미지=KT)

실제로 KT도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 출시 후 기자들의 반응을 궁금해했습니다. 새로운 3만원대 요금제가 정부의 보편 요금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지,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시장 활성화 효과로 국회가 보편 요금제 도입을 필요 없다고 생각할 지 등 말입니다. 

KT가 3만원대의 가격으로 음성통화 무제한·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한 이상, 시장논리에 따라 SK텔레콤도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률은 낮겠지만 만약 SK텔레콤이 2만원대의 가격에 음성통화 무제한·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았을 경우, 요금 인가 사업자이기 때문에 사업자 마음대로 이 요금제를 나중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SK텔레콤이나 다른 이통사가 보편 요금제보다 혜택이 큰 이런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가정할 경우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는 정부의 명분은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추후에 SK텔레콤이 이 2만원대 요금제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요금제 출시를 통해 이 요금제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즉 이통사를 믿을 수 없다는 거죠.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어떤 요금제를 가지고 왔을 때 정부가 승인을 안해주려고 하면 자신들이 65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어떻게든 끌어오겠다고 말한다”며 “이통사가 파격적인 마케팅비를 사용할 경우 비싼 요금제라도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어떻게든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 경쟁으로 충분하다는 이통사와 정부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과기정통부. 정부가 이렇게 보편 요금제를 강행하는 것도 결국 이동통신사를 못 믿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언제부터 정부와 이통사는 서로를 못 믿게 됐을까요? 국민이 이통사를 안좋게 보는 시선 때문에 시작된 것일까요? 또는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통사가 너무 수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일까요? 서로를 못믿는 이통사와 정부의 모습이 이해는 되면서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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