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요금제 개편, 로밍요금 현실화, 마일리지 제도 개선 등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통신비 관련 이슈의 상당수를 개선했다. 향후 보편요금제 정부 법안 발의 후에 국회 통과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투데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2017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사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요구한 통신비 인하 방안의 상당수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과방위 의원들이 지적하고 요구한 주요 통신비 인하 방안은 ▲단말기 유통구조 혁신(단말기 완전자급제, 분리공시제 도입) ▲월 1만1000원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유심(USIM) 가격 합리적 조정 ▲공공 와이파이 품질 향상 ▲데이터요금제 이용자 부담 완화 ▲로밍요금 현실화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이다.

지난해 10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현장

완전자급제, 분리공시제, 유심가격 인하...

먼저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지난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일방적인 가계통신비 정책을 꺼내들어 이동통신사들과 갈등을 빚자, 대안으로 떠오른 통신비 절감 대책이다. 현재 통신소비자의 90% 이상은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서 휴대폰과 통신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이 두 가지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면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을 모두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통신비 인하가 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휴대폰 유통점 측이 생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과기정통부는 주요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할 주제 1순위에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선정했고, 세 차례 회의 끝에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다”고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

단말기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인 분리공시제는 방통위가 올해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리공시는 휴대폰 구매 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에서 제조사의 몫과 이동통신사의 몫을 구분해 공시하는 제도다.

방통위는 제조사의 지원금 수준이 드러나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통신비 절감 방안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해왔다. 현재 국회에도 분리공시 도입을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요금에서 월 1만1000원에 해당하는 기본료를 폐지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를 추진했으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 등과 논의한 끝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보편요금제라는 공약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던 시민단체들도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를 대신하자고 주장하면서 논의는 일단락됐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말부터 유심 가격을 1100원씩 일괄 인하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심 가격 인하 요청이 있었고, 그에 대한 후속 조치”라고 전했다.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요금제 개편, 로밍요금 현실화, 마일리지 제도 개선 등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통신비 관련 이슈의 상당수를 개선했다.

데이터요금제 개편 및 혜택 확대...적극 나서는 이통사

데이터요금제 개편, 혜택 확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부분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1월 약정을 맺지 않는 고객에게 데이터를 2배 더 주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그 해 12월에는 11만원대 요금제를 8만원대 요금제로 가격을 낮추고, 올해 2월 이 8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용량과 속도 제한이 없는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무약정 고객에게 통신요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중고폰을 개통하는 고객, 기존 약정 만료 고객 등에 대한 혜택 강화다.

KT 또한 지난달 무약정 고객에게 데이터를 최대 3.3배 제공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해 국감 때 이동통신사의 폭리 수단이라는 오명을 쓴 로밍요금도 개편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24시간 단위로만 가능한 데이터 해외 로밍을 12시간 단위로 가능토록 했다. 음성통화를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과금토록 하는 등 주요 로밍요금제 혜택을 개편, 강화했다.

마일리지 제도도 개선됐다. 이동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와 협의 끝에 이달부터 마일리지로 통신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마일리지는 종량제 가입자가 통신요금 1000원당 5점에서 10점 가량 쌓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멤버십 제도와 차이가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은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고 부가서비스 결제 등에만 사용할 수 있는 등 사용처가 부족해 소멸되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해왔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으로 피처폰 가입자 약 744만명(2017년 말 기준)이 혜택을 보게 됐다. 이동통신 3사는 여기에 멤버십 제도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국감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통신비 절감에 나서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에 또 다른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논리 중에 하나가 이동통신 3사의 경쟁 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 등으로 고가요금제와 저가요금제간 혜택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어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에서 역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사 측은 가격경쟁이나 저가요금제 혜택 강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통신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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