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이어 KT가 통신 서비스(요금)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세 이통사의 공통점이 있다면 기존 20% 선택약정 고객이 25%로 재약정 할 경우 잔여 약정기간 상관 없이 할인반환금 전액을 유예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전에는 6개월 이상 잔여기간이 남았을 경우 재약정하면 위약금 성격인 할인반환금을 냈어야 했습니다. 작년 9월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을 25%로 상향하면서, 기존 가입자(20% 할인) 모두 위약금(할인반환금) 없이 25% 할인을 받게 하려고 추진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이통사들의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 이통사들은 요금제도 개편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작년 11월, 무약정 데이터 2배에 이어,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8만원대 요금제를 최근에 선보였습니다. 이에 질세라 KT 역시 무약정 고객(선택약정할인 고객은 이용 불가)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기존 요금제에서 최대 3배 이상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SK텔레콤 역시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갑자기 국내 이통사들이 서비스나 요금을 개편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은 보편 요금제를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보편 요금제란 2만원대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요금제입니다. 정부는 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가 데이터를 고가 요금제에 비해 너무 적게 제공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2만원대 보편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기존 요금제가 차례로 인하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보편 요금제에 대해 결사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업계는 보편 요금제 도입 시 이통사들이 연간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손해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이 요금이나 서비스 개편을 통해 여론을 조성해, 결국 보편 요금제 도입을 막으려고 한다는 분석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이통사의 요금 경쟁은 바람직하지만 보편 요금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LG유플러스의 새로운 8만원대 요금제는 문제로 지적돼왔던 저가 요금제가 아닌 고가 요금제를 손본 것입니다. KT의 경우 선택약정대상 고객이 이용할 수 없는 무약정 요금제를 개편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신비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8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나 무약정 고객 대상 요금제의 경우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보편 요금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왜 이통사들은 갑자기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가 우수하고 품질이 상향 평준화돼있는 데다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통신 품질이 이통3사 모두 우수하기 때문에 한 이통사가 혁신적인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 다른 이통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제를 따라하거나 다른 요금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이통사의 움직임에 대응을 안하면 고객을 뺏기기 때문에 서둘러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합니다.

LG유플러스의 8만원대 요금제 출시가 경쟁의 시작이었습니다.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최대 40GB의 데이터를 가족(최대 3명)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업계에서 혁신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족 한명이 8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남은 가족이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이용해도(LG유플러스 이용시) 13GB씩 데이터를 나눠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유 주파수에 비해 고객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LG유플러스가 이같은 요금제를 먼저 출시한 것은 보편요금제를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티모바일처럼 새로운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를 뺏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자 SK텔레콤이 서둘러 선택약정할인 개편안을 내놓았고, KT 역시 무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최대 3배 이상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KT의 경우 선택약정할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경쟁을 통해 요금이 내려가고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앞으로도 이통사들의 경쟁을 통한 요금 개편안이나 고객 편의 개선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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